잡히면 산다 - 검찰 수사관의 미집행자 검거기
최길성 지음 / 위시라이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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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잡히면 산다]의 부제는 "검찰 수사관의 미집행자 검거기"이다. 속표지에 나와 있는 저자 최길성 님의 사진을 보니, 확실히 범인을 끝까지 쫓을 듯한 강한 포스가 느껴진다. 현장 수사의 달인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계신 것을 보니 공로를 충분히 인정받고 계신 듯하다. 겉표지에는 누군가를 다급하게 쫓는 한 남자의 뒷모습이 실려있다. 투철한 직업의식을 가진 수사관인 동시에, 불안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고단한 도망자들을 구원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남자의 뒷모습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에는 "미집행자" 가 도대체 뭔지, 그 개념이 확실히 와닿지 않았다. 어떤 사람이 미집행자로 분류되는 것일까? 아마도 끝까지 수감생활을 하지 않고 중간에 탈옥을 한 사람 정도만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 실로 다양한 사람들이 미집행자의 전철을 밟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세금을 오랫동안 내지 않았거나 벌금을 내지 않은 사람들, 이 사람들은 "재산형 미집행자"라 불리고 있었다. 물론 징역형을 피해서 도망친 사람들도 있었는데, 어쨌든 이들 모두 당장의 현실 도피는 되지만 불안과 공포라는 벌을 이미 받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저자 최길성 조사관님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낀 게, 범인들이 하나같이 신출귀몰하다는 점 때문이었다. 갖가지 수법을 이용해서 도망 다니는 사람들을 쫓는다는 것은 거의 진기명기?라고까지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서 벌금 5백만 원을 내지 않은 김영태 (가명)라는 사람의 경우, 5년을 도망 다닌 끝에 곧 있으면 형의 시효가 완성될 시점이었다. 그런데 일주일 남겨놓고 그가 경기도 화성에서 병원 기록을 남겼다는 것을 알게 된 저자는 화성시에 있는 모든 초등학교 홈페이지를 뒤져서 그의 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를 알아낸다. 결국 다른 방법으로 그를 잡긴 했지만 어쨌거나 조사관님의 그 끈질긴 집념은 정말 존경스러웠다.

어쨌든 불법을 저지르고 도망 다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여러 미집행자들의 사연 중 정말 안타깝고 기가 막히는 경우도 있었다. 예를 들어서 김미정(가명)이라는 한 여성은 유흥업소에 일하기로 하고 선불금을 받은 뒤 잠적해버리는 수법으로 여러 군데에서 고소를 당한다. 저자의 끈질긴 추적 끝에 그녀는 머무르던 곳에서 검거가 되지만 알고 보니 출산을 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 갓 태어난 아이를 두고 감옥에 가야 하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다. 이외에도 고아원에서 자라 가족도 지인도 하나 없이 어렵게 살다가 편의점에서 먹을 것을 훔치는 죄를 지은 사람과 도망을 다니느라 제때 병원에 가지 못하여 심한 당뇨로 사지 절단을 해야 했던 사람의 경우도 진짜 기가 막힌 사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수사관의 일은 미집행자를 검거하고 형을 집행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그들을 최대한 빨리 검거해 형을 마치고 일상적인 삶으로 복귀하도록 돕는 것이기도 했다. 아이러니한 일이자만, 만약 수사관이 없다면 그들의 도망도 영영 끝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삶에는 관성이라는 것이 있어서 도망 다니는 삶이 지속되면 지속될수록 도망자 스스로도 무엇으로부터 도망 다니고 있는지 망각한 채 도망을 위한 도망을 다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 110 ~ 111p

도망자들에게 있어서 최길성 조사관님은 아마도 무시무시한 저승사자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동시에 그들을 고통으로부터 구해주는 천사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리 불법을 저지른 죄인이라고 해도, 그들도 마땅히 편안하고 자유로운 삶을 누릴 권리가 있는 법.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잠시 쫓기는 삶을 살아야겠지만 결국엔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할 시점이 다가온다는 것을 그들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실제로 한 미집행자는 최길성 조사관님에게 체포를 당하고는 그제야 안심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은 뒤 안도의 눈물을 흘린다. 미집행자에게 끝까지 책임을 묻는다는 면에서 무시무시한 사람이지만 동시에 그들에게 진정한 자유와 평안함을 선사하는 사람인 최길성 수사관님.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며 추적에 힘쓸 그의 뒷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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