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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의 요람
고태라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4년 3월
평점 :
돌신제를 앞두고 장기가 사라진 변사체가 발견되었다
누가 왜 그런 끔찍한 짓을 했을까?
공황에 빠진 주민들 그리고 미지의 섬에서 펼쳐지는
민속학 탐정의 대활약
"섬"이라는 장소가 주는 오묘함이 있다. 외지인들을 향한 섬사람들의 경계심과 누군가가 실종되거나 죽어나가더라도 왠지 밖으로 드러나지 않을 듯한 폐쇄성. 거기에 사이비에 가까울 정도로 비밀스러운 어떤 종교가 맹신까지 되고 있다?! 매우 불길하고 어두운 분위기가 가득한 곳, 여기 금단의 섬, 죽해도가 바로 그러한 곳이다.
주인공 민도치는 4월에 열리는 기우제를 참관하기 위해 이곳 죽해도에 왔다. 그런데 인구도 얼마 안 되는 섬이지만 나릿놀 마을과 우름곶 마을은 서로 으르렁대며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다. 그래서인지 의례를 함께 올리지 않고 나릿놀은 산신제를, 우름곶은 용왕제를 올린다. 그들의 갈등은 켜켜이 쌓여온 암반처럼 아주 깊고 아주 단단한 그 무엇이다.
민속 신앙 조사관인 민도치는 사실 종교 비리를 조사하는 민간단체의 의뢰를 받아 단현사라는 요상한 형태의 절을 조사하러 왔다. 마을 지주 박한기와 각 마을 이장들 그리고 어딘지 모르게 사이비 분위기를 풍기는, 머리카락을 길게 드리운 단현사 스님들을 만나게 된 도치. 그런데 참으로 이상하게도 모두들 단현사에 대한 질문에 대해 마치 사전에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꾹 다물고 만다.
그러던 중 나릿놀의 이장 정승배가 논두렁에서 잔인하게 살해된 채 발견된다. 마치 배가 석류처럼 갈라져서 죽은 와중에 장기가 통째로 사라진 상황. 이후 마을에서는 매우 흉흉한 소문이 돌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얼마 전 즉신성불의 상태로 입적한 단현사의 주지, 금선 스님의 육신 혹은 미라가 살아서 마을을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이 죽해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마라의 요람]은 내가 기대했던 바로 그 으스스함과 기괴함을 동시에 담고 있다. 금기가 살아있는 곳인 죽해도. 그래서인지 특정 주제만 나오면 마치 조개가 된 듯 입을 다무는 사람들. 한국에서 익숙치 않은 밀교의 풍습인 즉신 성불로 미라가 된 스님과 대낮부터 미친 여자처럼 돌아다니는 무속인 여자 그리고 장기가 몽땅 사라진 채 동네 여기저기에서 발견되는 사체들....
하지만 오컬트 특유의 으스스함에만 치우치지 않은 게, 논리로 무장한 장광설의 대가, 달변 민도치 선생이 있기 때문이다. 그가 마을에 당도한 순간부터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끔찍한 연쇄 살인 사건!! 그때마다 고양이 상을 한 민도치 선생이 기다렸다는 듯 날카로운 관찰력과 청산유수의 언변을 더해 추리 실력을 펼치는데...
과연 그는 이 기괴하고 소름 끼치는 사건을 해결해낼 수 있을까?
죽해도라는 배경도 배경이지만 나는 개성 강한 캐릭터들 덕분에 이 책이 재미있었던 것 같다. 민도치가 사건에 대해 안되면 말고 식의 문어발 추리를 펼치고, 장비를 닮았지만 귀가 종이처럼 얇은 경찰 마철준이 들썩거리며 허둥대는 것을 보는 게 마치 그 둘이가 코믹한 콤비 같았다고 해야 할까?
폐쇄된 공간인 섬인 죽해도. 마치 인간을 제물로 삼은 듯한 땅. 서로에 대한 불신과 갈등으로 얼룩진 곳에서 벌어지는 민속신앙과 밀교의 날카로운 대립 그리고 약간 코믹한 캐릭터 민도치의 다짜고짜 얼렁뚱땅
추리 덕분에 재밌었던 민속 오컬트 미스터리 소설 [마라의 요람]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