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김정금 지음 / 델피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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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속에 빠진 사건, 실타래처럼 얽히고설켜서 도저히 풀 수 없는 사건이 해결되는 걸 볼 때 나는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아마도 그것이 내가 추리 소설을 읽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추리나 범죄 미스터리물을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를 말하자면 그런 장르들이 특히 내가 살고 있는 이 사회의 민낯을 잘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런 책들을 통해서 앞으로 우리가 해결해야 할 부분이 뭔지를 깨닫게 된다.

이 책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가 딱 그런 소설인 것 같다. 현재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일종의 위기를 보여준다고 할까? 자본이 사회를 잠식해버린 상황 즉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해서라도 돈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사회, 물질주의가 팽배해져버린 위기의 한국 사회를 매우 긴장감 있고 스릴 있게 그려내고 있다.

주인공 김지섭은 보험 회사의 의뢰를 받아 특정 사건 사고를 조사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보험 손해 사정인이다. 최근 다드림 손해 보험사의 위임을 받은 한 사건은, 고객이 아파트 고층 베란다에서 이불을 털다가 추락하여 크게 다친 건이었다. 관련 서류를 살펴보던 중 김지섭은 아주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우선 보통은 보험 만기가 80세를 넘어가는데 비해, 이 보험을 든 고객의 만기는 고작 30세에 불과하다는 것. 그리고 고객이 보험을 든 지 3개월 만에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너무나 이상하다는 생각에 고객 박연정을 만나기 위해서 직접 그녀가 입원해있는 병원으로 찾아가는 김지섭. 그런데 그녀와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이 사건에 뭔가 심상치 않은 구석이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과연 그녀는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는 걸까?

평소에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여러 범죄 사건을 다루는 팟 캐스트나 유튜브를 듣다 보면 특히 보험과 관련된 사기 사건이 부쩍 늘었다는 생각이 든다. 돈 때문에 가족과 지인을 교묘하게 살해한 뒤 보험비를 청구한 사례가 많아진 게 충격적이었다. 사람의 목숨과 돈을 맞교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 발상도 무척 놀랍지만 평소에는 평범했던 사람들이 범죄를 위해 아주 체계적이고 꼼꼼하게 계획을 잡고 실천했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책 표지에 나와 있는 것처럼, 개인의 도덕성이 문제인 걸까? 아니면 비도덕적인 행위를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사회 시스템의 문제인 걸까?

소설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는 요즘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보험 사기가 어떻게 시작되고,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를 아주 세세히 보여주는 듯하여 매우 소름 끼쳤다. 그만큼 생생하고 현장감 있는 소설이다. 보험 조사원이긴 해도 평범한 회사원에 불과한 김지섭이 범인을 조사하다가 위험한 상황에 놓일 때 진짜 간이 콩알만 해지는 것을 느꼈다. 서스펜스와 긴장감이 만점인 소설이라 생각한다. 현실 범죄를 다룬 소설을 읽고 싶다면, 이 소설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를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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