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회고록 네오픽션 ON시리즈 19
김연진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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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흘러넘치도록 내버려둔 '악'이 인탈리엔을 집어삼켰을 때,

태초의 '악'을 자각한 말루스는 깨달았다.

저들의 악에 비하면 내 악은 선이로구나.“

선과 악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고 매우 철학적으로 접근한 듯한 책 [악의 회고록]

세상이 점점 악으로 물들고 있다고 느껴지는 이때, 선과 악은 어떻게 비롯되었을까?

라는 의문을 품어본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 구조나 내용이 흥미로워서 작가 김연진씨의 이력을 봤더니, 역시

과학 전공에 철학을 즐기시는 분이라 한다.

소설 [악의 회고록]은 서사 구조가 뚜렷하고 사건이 빵빵 터지는 종류의 책은 아니다.

실제로 악이 행해지는 모습을 다루기보다는, [악의 회고록]이라는 제목처럼

악의 세상으로 스며들기 시작한 과정을 누군가의 입을 통해 들려준다.

주인공 말루스와 에스투스가 대화하는 부분이 많아서 철학자들이 나누는

대화를 담은 철학서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선과 악이라는 개념 자체가 있을 수 없었던 충만하고 이상적인 세상 인탈리엔.

이곳에 속한 사람들은 자신들을 이끄는 위대한 정신을 믿고 따르며 모두가

한 몸, 한뜻으로 살아가고 있다. 개인으로 존재하기보다는 함께 하는 삶에

기쁨과 행복을 느끼며, 있는 그대로의 삶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사람들.

말하자면, 인탈리엔 사람들은 매일을 감사와 수용의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모두가 행복한 이때, 홀로 불행한 자가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바로 말루스.

공동체보다는 개인을, 수용보다는 의심을 믿는 그는 빛으로 가득한 이곳에서

어둠을 지향하는 자신의 마음을 깨닫게 된다. 조금씩 악을 실행하는 말루스.

거짓말을 하거나 남의 물건을 훔치는 등, 인탈리엔 사람들 중 다른 그 누구도

하지 않는 일을 하기 시작하는데...

소설의 주인공 말루스는 어쩌면 ”악 “의 기원이라고 볼 수 있다.

마치 에덴동산 같은 인탈리엔에서 그는 매일 터질 듯한 답답함과 고통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날, 말루스의 행복만을 기원하던 에스투스가 그에게서 악을 배우겠다고

선언하게 되고, 아주 충실하게 말루스로부터 악을 배워가기 시작하는데...

” 내가 두 개의 독립적인 세계라고 생각했던 것, 세상의 끝이라고 믿었던 것,

온갖 복잡하고 무한하고 기묘하며 어리석었던 선과 악의 뒤엉킴이 결국은

내 작은 세상 안에서만 존재하는 유희였음을 깨달았다. (..중략..) 아아, 끔찍이도

사랑스러웠던 나의 악이며. 악은 결국 나의 다른 이름이었다. 내가 나이길 바랐던 모습,

허상이었다 .“ - 189쪽 -

매우 지적이고 철학적인 소설이다. 약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인탈리엔이라는 세상과

주인공을 이미지화하기 힘들었다는 점이다. 책 내용의 대부분이 마음 속의 악을 발견하고, 탐구하고, 고민하는 말루스의 독백과 그에게서 성실하게 악을 배워가는 에스투스의 대화로 이루어져있다. 이런 식의 철학적 논리나 지적 사유를 즐기는 분들은 정말 (X100) 좋아할 만한 소실임에는 틀림없다.


소설 전체도 물론 좋았지만 맨 마지막 부분에 말루스가 에스투스에게 보내는 회고록에

책의 모든 것이 다 담겨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선과 악의 본질에 대해서 이렇게 고민해보긴 처음인 듯 하다. 인간 "악"의 기원과 본질을 알기 쉽게 설명해준 듯한 책 [악의 회고록]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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