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 없음 - 삶의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기 위해 쓴 것들
아비 모건 지음, 이유림 옮김 / 현암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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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 없음]은 영국의 유명 극작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아비 모건이 쓴 사랑과 상실에 대한 에세이이다. 독자들을 작품 속으로 끌어당길 수 있으려면 각 작품마다 매우 드라마틱 하고 예기치 못한 사건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 그녀와 같은 작가들의 몫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각본에 없는, 갑작스럽고, 불행한 사건이 그녀의 현실 속 삶에 발생한다. 역시 소설은 현실을 이기지 못하는 법이다.

운명의 사랑이라 여겼고 평생 자신의 곁을 든든하게 지켜줄 거라 믿었던 남편 제이콥이 치명적인 뇌질환에 걸리게 된다. 다발성 경화증이라는 증상으로 매번 주사를 맞아야 했던 제이콥. 그런데 그와 비슷한 증상으로 특정 주사를 맞아야 했던 다른 사람들도 모두 제이콥과 비슷한 뇌질환에 걸리게 된다. 두통, 발작 그리고 코마 상태 등등 .... 절망적인 시기를 거친 후 제이콥은 다행스럽게 회복을 하지만, 아내인 아비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녀를 알아보기는커녕, 아비를 사기꾼이라고 몰아붙이며 냉담하게 그녀를 대하는 제이콥.

서로 다른 성격과 삶의 목표를 가진 두 사람, 완벽한 결혼생활은 아니었지만 아비는 제이콥과 만족스러운 결혼 생활을 유지해왔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여느 부부와 마찬가지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상담과 같은 과정을 통해 해결해왔다. 그런데 한 의사로부터 제이콥처럼 뇌질환으로부터 회복 이후 파트너의 존재를 기억하지 못하고 오히려 부정하는 종류의 환자들 중 80%는 실제로 결혼을 끝내고 싶어 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되는 아비....

이 책을 읽고 한 영화가 딱 떠올랐다. 바로 영화 [이터널 선샤인] 사랑했던 기억을 지우고 나서도 여전히 서로에게 끌리는 연인을 보며 가슴 뛰는 감동을 느꼈는데, 이 에세이 속 아비와 제이콥을 보면서도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이전에도 둘은 서로 너무나 사랑하는, 행복한 커플이었다. 뇌질환이라는 피할 수 없었던 이유로 자신을 기억에서 몰아내고 냉담하게 대하는 제이콥을 보며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슬픔을 느끼게 되는 아비. 그러나 아비는 강인하고 씩씩하게 이 고비를 헤쳐나간다. 제이콥에 대한 인내와 희망으로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게 되는 아비.

시나리오 작가라 그런지 아비 모건이 쓴 이 에세이는 드라마나 다름없었다. 풋풋한 연애 시절을 거쳐 부부가 되었고 결혼에 대한 가치관의 차이를 극복하며 행복하게 살아온 부부. 갑작스레 남편에게 닥친 질병으로 인해서 거대한 슬픔의 바다를 건너게 되는 아비. 그것도 모자라 자신에게 발병한 유방암에도 꿋꿋하게 대처하는 그녀. 자신에게 주어진 여러 어려움에도 인내하며 사랑을 지키고자 노력한 아비를 보며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야기 자체는 매우 슬펐으나 영국인 특유의 해학과 재치가 돋보였던 아비 모건의 에세이 [각본 없음]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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