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안전가옥 오리지널 32
이산화 지음 / 안전가옥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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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수께끼의 룸메이트 할루할로와

조사관 도나우벨레는

새로운 세계를 열 수 있을까?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는 방식으로 ”

아주 신선하고 새로운 느낌의 " 사이버 펑크 " 장르 소설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를 만났다.

2018년에 처음 발간되었던 작품인데 입소문을 타고 매니아층을 형성하면서

이번에 다시 안전가옥 출판사를 통해 재발간되었다고 한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위험 투성이인 미래, 인간은 점점 기계화되어 가고 법과 질서는 사라져 그야말로 무법지대가 된 듯한 곳이 이 소설의 배경이다.

언제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미래의 어느 시점. "사이버 펑크" 라는 장르에 맞게 소설 속 사회 분위기는 다소 어둡고 불온하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형태의 인류가 맞는지 아닌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존재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칩이 삽입된 형태의 뇌 ( 아마도 인공 뇌인 듯 ) 을 가져서 머리 속에서 시도때도 없는 광고 폭탄과 같은 뇌폭풍을 맞이한다. 또한 특정 회사에서 제작하는 인공 의체를 장착한 채 살아가지만 부분적으로 그들 스스로 고기라 부르는 인류의 잔재 비슷한 것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사이버머니에 해당하는 듯한 "드롭스"를 모아 육체를 보다 질 좋은 인공 의체로 교체하는 꿈을 꾸며 살아간다. ( 완전한 기계가 되고 싶어하는 인류 비슷한 존재? )

장소는 블랙 포레스트라 불리는 어두운 지하 도시.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낡고 허름한 건물들과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도시의 위험한 뒷골목 등이 떠올랐다. 독자들이 텍스트를 이미지화 할 때 이런 부분을 상상하도록 작가가 의도하고 썼다면 대단히 성공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설의 주인공 도나우벨레는 아마 지금 우리가 " 사건, 사고 " 라 부르고 있는 것들,

이곳 블랙 포레스트에서는 " 오류 " 라고 부르는 것을 추적하고 해결하는 조사관이다.

일종의 연작 소설인 [오류가 발생했습니다]의 각 단편들은 번역상의 오류, 설계상의 오류,

계산상의 오류, 동작상의 오류 그리고 인간의 오류 등으로 이어진다.

첫번째 단편 [번역상의 오류]를 읽고 핵전쟁 이후 아무것도 남지 않은 지구 위에서 모든 것을

다시 재건하게 되는 미래의 인류가 떠올랐다. 꿀과 밀가루 같은 아이템이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는 세상에서 " 허니 케이크 " 가 곧이곧대로 번역될 리가 없지...

그런데 이 책은 대놓고 조사관 도나우벨레와 그의 룸메이트 할루할로의 애틋한 로맨스를 강조한다. 아주 비밀스럽고 미스터리한 인물 할루할로. 굉장히 고가인 고급 전신 의체를 한번에 현금으로 구입할 정도의 부자에다가, 조사관 도나우벨라가 오류 조사를 순조롭게 할 수 있도록 뒤에서 조종하는 권력도 가지고 있다. 이들은 만나기만 하면 "엔터테인먼트"라 부르는 사랑의 행위를 나눌 정도로 서로에게 깊이 빠져있었는데...

그러던 어느날, 미안하다는 메시지만 남긴 채 작동이 꺼져버린 할루할로... 미친듯이 사건의 해결을 위해 돌아다니던 도나우벨레는 모든 것의 열쇠는 그들이 "천국" 이라 부르는 그곳, 지상 도시 레드 벨벳에 있다는 것을 알아 내고는 할루할로를 위해 무슨 일이 있어도 그곳에 가야겠다고 결심하게 된다. 도나우벨레는 과연 그가 원하는 것을 찾아낼 수 있을까?

[오류가 발생했습니다]는 매우 흥미로운 SF임에 틀림없지만, 읽기에 그다지 쉽지는 않다. 인간이 중심인 소설이 아니라 모든 것이 디지털화 되어 있고 기계화 되어 있는, 한마디로 사이보그가 중심인 세계를 디테일하게 잘 그려낸 소설이다. 읽는 동안 모든 것이 뒤집어진다. 뉴럴링크를 떠올리게 하는 뇌 속의 칩, 육체를 버리고 기계 동체를 원하는 존재들, 설국 열차의 푸딩을 떠올리게 만드는 케이크 등등등 이 책에서 제시되는 모든 것들이 낯설고 기이하고 신기했다. 만약 영상화된다면 끝내주는 미래 세계를 보여줄 것 같은 소설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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