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의 계절 - 귀주대첩, 속이는 자들의 얼굴
차무진 지음 / 요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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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 거란 전쟁 마지막 20일의 미스터리

귀주대첩 스무 날 전,

그 성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큰 기대 없이 읽었던 단편소설집 [아폴론 저축은행]이 너무 재미있어서 ( 무속, 오컬트, 미스터리 등의 주제) 같은 저자가 쓴 신작 [여우의 계절]을 망설이지 않고 읽었다. 이 소설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 역사적 사실 - 강감찬 장군의 귀주대첩 - 을 기본 바탕으로 가져왔지만 작가의 상상력과 개성이 많이 가미된 팩션이다. 역사 판타지라고 하면 될까? 거란군과의 전쟁이 큰 줄기를 차지하고 있긴 하나, 쓰리 나리라는, 환각을 일으키는 약초와 관련된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도 소설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소설에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독특하게 묘사된다. 우선 거란군이 휩쓴 마을을 돌아다니며 절도를 일삼으며 살아온 자매 설죽화와 설매화가 그러했다. 죽화는 미래를 내다보는 신통력을 가졌고 매화는 누군가를 죽이게 되는 살인병에 걸렸다. 거란군에게 겁탈당할 뻔하다가 도리어 그를 죽이고 마을에 있는 한 절에 몸을 숨긴 자매들. 그러나 숨어있던 다른 사람들과 함께 거란군에게 들통이 나면서 모두 죽음을 당하는 가운데, 죽화와 갓난 아이 하나만 살아남게 된다. 그 갓난 아이가 고려의 귀족 출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한 거란의 장군은 죽화에게 갓난 아이를 구주성에 데려다주는 척하면서 밀정 노릇을 할 것을 명령한다.

구주성으로 올라가던 죽화는 눈이 네 개 달린 이상한 원숭이 탈을 쓴 노인과 키가 크고 부리부리한 외모의 사냥꾼 각치를 마주하게 된다. 사실 원숭이 탈을 쓴 노인이 바로 강감찬 장군이었다. 그는 추리력이 남다른 사냥꾼 각치와 예지력을 가진 죽화에게 한 사건에 대한 조사를 의뢰한다. 개경에 주둔한 거란군을 무찌르기 위해 파견된 대마 신군 중 장교 6명이 구주성 근처의 한 사원에서 잔인하게 살해된 채 발견된 것. 마침 그들을 이끌었던 김종현도 실종된 상태였다. 정예군으로 구성된 이 핵심 기마대에게 무슨 일이 있어난 것일까?

이 소설 [여우의 계절]은 엄청난 수의 군사력으로 몰고 들어온 거란군과의 전투를 앞두고 있는 사람들의 긴장감과 갈등을 잘 묘사한다. 전쟁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대원수 강감찬과 그의 휘하에 있는 장군들과의 심리적 갈등이 팽팽하다. 죽화에게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거란군 밀정, 이 긴박한 가운데 누가 과연 스파이인지 추리하는 과정도 꿀잼이었다. 그리고 쓰리나리라는 이 환각제.. 전투를 앞두고 있기에 엄청난 두려움에 휩싸이게 되는 군인들이 주로 환각제를 이용했다는 점과 ( 물론 윗선에서는 금지했지만) 쓰리나리를 이용해서 죽은 이를 소환하는 종교 의식이 있었다는 점 ( 산 자를 돌본다는 북신 ) 도 흥미로웠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역사적 사실과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이 만나 다채롭게 빚어진 소설 [여우의 계절] 신통력을 가지고 있기에 신비로운 꿈을 꾸고 환상을 보면서 미래를 예측하는 소녀 죽화. 그녀는 장교 살인 사건과 귀주 대첩전에 키포인트가 될 수 있는 꿈을 꾸거나 환상을 보게 되는데.... 과연 이는 어떤 결말로 이어질 것인가?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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