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조품
커스틴 첸 지음, 유혜인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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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백 달러를 내고 최상급 가품을 사는 소비자와 2000달러 넘는 진품을 사는 소비자는 사는 세상이 달라요."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모조품으로 아주 교묘하고도 감쪽같은 사기극을 벌이는 두 여자의 이야기 [모조품]. 커스틴 첸 작가의 작품은 처음이지만 그녀가 아시아계이고 여성이라 그런지 글 속에 공감 가는 내용이 아주 많아서 굉장히 흥미진진했다. 위조품으로 사기를 치는 것은 물론 범죄이긴 하지만 글은 심각하기보다는 오히려 가볍고 경쾌하기까지 하다. 빠른 속도감에 흥미진진하지만 삶에 대한 통찰도 이끌어내는 드라마적 요소도 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화려하고 멋진 가방 브랜드들이 묘사되고 언급되는 게 좋았다. 비싸고 우아하고 도도한 명품을 상상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모조품]은 프로 사기꾼 위니 팡 밑에서 쇼퍼로 일하다가 그만 덜미가 잡혀버린 에이바의 자백으로 시작된다. 세상 물정 모르는, 그저 평범한 주부에 불과한 자신에게 교활한 위니 팡이 의도적으로 접근했다는 식으로 말하는 에이바. 과연 그녀의 말이 사실일까? 아니면 범죄 혐의를 조금 줄여보려는 에이바의 간절한 몸짓일까? 그런데 우리는 에이바가 범죄 사건에 휘말리게 된 과정을 털어놓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위니 팡과 사기 사건보다는 에이바라는 여성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생각하게 된다. 어쩌면 가짜 가방을 팔기 이전부터 그녀의 삶은 가짜였던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중국인 이민자 부모님을 둔 이민 2세대인 에이바. 그녀는 미국인이 분명하지만 동시에 아시아계 부모님을 둔 것도 분명하다. 명예와 체면을 중요시하는 부모님의 권유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 번지르르해 보이는 "변호사"라는 직업을 택하게 되는 그녀. 결혼과 육아를 핑계로 일을 그만둔 것은 아마도 그 직업이 너무 싫었던 것은 아닐까? 남편 올리비에도 명망 있는 외과의사이지만 그는 일중독에 남들을 휘어잡으려는 지배욕에 가득한 사람이다. 일을 그만두었다는 이유로 자기 계좌에 대한 권리도 포기한 채 살고 있었던 에이바. 물론 각종 이유를 들어가며 자신의 삶을 합리화하려고 하지만 결국엔 부모님이 원하는, 남편이 원하는 삶, 겉으로만 화려한 포장지 같은 그런 삶을 살고 있던 에이바. 그녀야말로 진짜 가짜 인생을 살고 있었다.

“ 하지만 그건 사기잖아! 위니는 태연했어요.

원가의 열배 가격으로 가방을 파는 건? 그건 사기가 아니고?

손잡이만 빼고 가방 전체를 중국에서 만든 다음, 손잡이에 Made in Italy라고 떡하니 새기는 건?

화장실 갈 시간도 주지 않고 몇 시간씩 노동을 시키는 건? ” - 47쪽 -

대학 졸업 후 거의 10년 만에 만난 위니 팡은 결국 화려한 언변으로 에이바를 위조품 판매라는 어마어마한 범죄 사건으로 끌어들였다. 마치 자로 잰 듯한 모범적인 삶을 살던 에이바가 그렇게 쉽게 범죄의 늪으로 빠지게 된 이유가 뭘까? 어쩌면 위니 팡이 말했던 것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 전체가 모두에 대해 거대한 사기를 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같은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에 브랜드 하나가 붙는다는 이유만으로 엄청난 가격으로 팔린다는 것 자체가 사기일 수도 있고, 머리는 텅텅 비었는데 일류 대학을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사람의 존경과 인정을 받는다는 자체가 이미 사기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사기를 치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에이바와 위니 팡의 운명은? 물론 이 책 [모조품]을 읽어보게 되면 알 수 있다. 그녀들이 펼치는 화려한 사기술에 중국과 미국을 오가며 펼쳐는 모험과 활극은 재미를 더한다. 그녀들의 활약도 물론 재미있었지만 미국과 중국 사회의 여러 모순점들을 들여다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유독 아시아계 사람들에게 품고 있는 미국 주류의 편견이나 천문학적인 금액을 붙여서 파는 가방이 결국엔 먼지 가득한, 열악한 환경의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다는 점들? 위선과 거짓으로 가득한 세상,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자체가 모조품이 아닐까?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위니 팡의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크게 복잡하지 않은 플롯에 속도감 있고 가벼운 소설 [모조품] 동시에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해준다는 면에서 의미 있는 책이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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