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인을 위한 축구 교실
오수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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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우주에서 축구에 진심인 자들이 찾아왔다!

함께 공을 차며 웃고 즐길 수 있다면, 그러면 된 거 아닐까?

사람들은 여러 다양한 이유로 축구를 사랑한다. 2시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오직 골을 넣기 위해 전력 질주하는 그 치열함 때문에 좋아할 수도 있고 아주 힘들게 승리를 얻었을 때 느껴지는 그 짜릿함과 카타르시스 때문일 수도 있다. 내 개인적으로는 스포츠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축구라는 스포츠가 사람들에게 선사해 주는 그 짜릿함과 스릴은 인정한다. 그래도 여전히 축구에 미친 사람들에게 묻고 싶은 말이 있다. 축구가 왜 그렇게 좋아요?

제16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오수완 작가의 신작 소설 [지구인을 위한 축구 교실]을 읽었다. 축구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지구까지 찾아온 외계인들. 그들은 지구인들과 축구 경기를 하고 이기면 그들의 소원을 각각 한 가지씩 들어주겠다고 선포한다. 어찌 보면 다소 황당무계한 줄거리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궁금했다. 외계인과의 축구 경기라니, 도대체 이 소설의 결말은?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왠지 모르는 충만감이 차올랐다. 승리자보다는 패배자의 시각으로 삶을 살아온 나에게 이 책은 마치 명랑하지만 매우 속 깊은 친구처럼 다가온다. 그리곤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 너는 꽤 괜찮게 살아가고 있어."

아무런 인생의 목표 없이 패배자처럼 살아가는 욘 올슨.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욘은 돈을 아끼기 위해 마트에서 폐기되는 식품을 가져다 먹고 밤에 TV를 보다가 잠드는 것을 낙으로 살아간다. 마치 흑백사진 속 배경처럼 밋밋하게 살아가는 욘. 그의 인생에 한 가지 재미가 있다면, 그건 바로 친구 리오와 보내는 주말일 것이다. 트레일러 주택에 살고 직업도 없는 리오이지만 신기하게도 그는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 매주 주말 낚시를 가서 리오가 잡은 송어를 구워 먹는 맛이 꿀맛이다.

그러던 어느 날 온 세계가 지구에 온 외계인들의 등장으로 떠들썩해진다. 그들은 자신들과 축구를 해서 이기는 자들에게는 한 가지 소원을 이루어주겠다고 한다. 단, 모든 이들에게 기회는 한번뿐이다. 빚만 잔뜩 있고 사랑하는 사람마저 자신을 떠나간 한심한 인생 욘. 그는 이것이야말로 그에게 주어진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사실 욘은 원래 축구 선수였으나 시합 중 무릎을 크게 다쳐서 더 이상 축구를 할 수는 없는 상태이다. 그러나 가르칠 수는 있지 않은가? 당장 축구 교실을 열게 되는 욘. 그러나 찾아온 사람들은 오합지졸 그 자체. 나이도 성별도 다르지만 축구에 "축" 자도 모를 것 같은 초보자들이 몰려오기 시작하는데.... 과연 욘은 이 사람들을 데리고 시합에서 이겨서 소원 성취할 수 있을까?

축구 경기 그 자체보다는 소원 성취가 일 순위가 되면서 ( 인간사가 그러하듯 ) 사람들은 너도나도 강한 팀을 만들어 우승을 하기 위해 애쓴다. 그런 인간들에게 편승하여 쉽게 이겨보려 했던 욘은 축구 교실도 해산시키고 절친 리오와도 헤어지게 된다. 그러나 잠시 떨어져 있었다는 사실도 무색하게, 축구 교실의 이 오합지졸 멤버들은 마치 자석에 끌리듯 욘을 필두로 다시 모이게 되는데....... [지구인을 위한 축구 교실]은 명랑 만화처럼 가볍지만 삶에 대한 굉장한 통찰력을 가진 작품이다. 혼자서는 절대로 골을 넣을 수 없는 축구의 경우 팀 워크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 혼자 살면 무슨 재미? 더불어 사는 게 인생이지 ." 그리고 이 소설은 패배의 기운이 짙은 가운데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역전승을 거두는 팀이 있듯, 우리도 언젠가는 힘든 인생에서 기적을 맛볼 수 있을 거라 말해주는 것 같기도 하다. 웃음과 눈물, 그리고 감동 포인트를 모두 가지고 있는 재미있는 소설 [지구인을 위한 축구 교실]

" 인생이 시궁창이라도, 여전히 공을 차면서 웃고 즐길 수 있으면 되는 거 아니냔 말이야.

그래도 되잖아? 축구를 할 수 있다면, 다른 건 다 잊고 잠시나마 즐겁게 뙬 수 있다면, 그러면 된 거 아냐? 이런 게 있으면, 인생이 그리 나쁜 건 아니잖아? 안 그래?

그리고 그걸 같이 할 친구가 있고."

-309쪽-

*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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