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친절한 거짓말 - 총리가 된 하녀의 특별한 선택
제럴딘 매코크런 지음, 오현주 옮김 / 빚은책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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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앞에서 통치자는 도망가고

정치인은 권력만 좇고

언론은 선동하고

시민은 표류한다

자연재해나 전쟁 등으로 나라에 위기가 찾아왔을 때 권력자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이 소설 [너무 친절한 거짓말]에서는 위기 앞에서 혼비백산하여 국민들을 버리고 도망가는 총리가 있다. 그리고 위기를 이용하여 나라를 더 혼란에 빠뜨리고 자기 이익만 챙기는 정치인들과 언론이 등장한다. 비록 상상으로 만들어진 지역과 인물들의 이야기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을 많이 반영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말로는 국민들을 위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자기 잇속만 챙기는 정치인들이 더 많은 게 사실이다.

이 책 [너무 친절한 거짓말]은 상상의 나라 아팔리아에 닥친 홍수로 인해 벌어지는 혼란과 좌충 우돌을 다루고 있다. 두 달간 쉬지 않고 내린 비로 인해서 퍼르카 강이 범람하게 되면서 총리가 있는 성곽 도시 프래스토시가 거대한 홍수에 휘말릴 위험에 처한다. 기상학자들에게 이 사태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게 한 총리,,,,, 그러나 앞으로 더욱더 심각한 재앙이 닥칠 것이라는 보고서를 본 뒤, 총리는 뒤로 안 돌아보고 어딘가로 도망쳐버린다. 거대한 재난 앞에서 자신이 책임져야 할 일들이 두려웠던 걸까?

총리의 부재라는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된 총리의 남편.. 그는 한 가지 아이디어를 낸다. 총리 관저에서 일하던 하녀인 15세 소녀 글로리아를 시켜서 총리 역할을 대신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키와 몸집도 총리처럼 작고 아담했던 것! 그리고 평소에 총리가 베일로 얼굴을 가리고 다녔기에 글로리아가 총리 역할을 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하녀라는 신분에, 고작 15살에 불과한 글로리아.... 과연 그녀가 총리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위기에 봉착한 도시 프래스토시를 구할 수 있을 것인가?

[너무 친절한 거짓말]은 내 예상을 훨씬 웃도는 재미를 가진 소설이었다. 처음엔 소녀가 주인공이고 상황 자체가 약간 우스꽝스러워 보이기도 해서 가벼운 코미디물 정도로 생각했는데, 그런 소설은 전혀 아니었다. 어리석은 자들로 인해 나라가 몰락해 가고 사람들이 어려움에 휘말리는 내용이기에 디스토피아 물인가 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동화 같은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우화 같기도 했다. 자기밖에 모르고 냉혈한이었던 전 총리에 비해서 배움도 짧고 아직 어린 글로리아가 인간적이고 따뜻한 지도력을 발휘하는 게 놀라웠다. 그뿐 아니라 서슬 퍼런 총리 앞에서는 의견 한마디 못했던 총리 남편이 굉장히 선하고 지혜로운 사람이었다는 사실과 든든하게 글로리아를 뒷받침하는 면도 보기 좋았다.

이 소설이 만약에 권력만 좇는 정치인과 거짓으로 선동하는 언론에 맞서서 싸우는 글로리아와 총리 남편만 다뤘다면 재미가 아마도 덜했을 것이다. 성곽도시인 프래스토시가 홍수에 어느 정도 버티고 있던 것에 비해서 북쪽에 있는 포레스트 굽이라는 지역은 홍수 때문에 많은 집이 침수되어 사람들이 피난민이 되고 동물들은 물에 휩쓸려가 목숨을 잃는 상황이었다. 이 상황에서 하인즈라는 이름의 한 반려견이 가족들과 멀어져 물살에 휩쓸리게 된다. 하인즈가 물살에 휩쓸리다가 다른 동물들을 만나게 되면서 겪는 모험과 사랑하는 주인이자 친구인 클렘을 다시 만나기 위해서 목숨을 건 채 여행하는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었다. 과연 하인즈는 홍수라는 재앙을 이겨내고 클렘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정치인들은 도망도 참 잘 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덮었다. [너무 친절한 거짓말] 속 총리는 거대한 재앙 앞에서 본인 목숨 하나 살리겠다고 도망친다. 얼떨결에 총리직을 수행하게 되는 하녀 글로리아, 그런데 어린 소녀치고는 현명하게 리더십을 잘 발휘한다. 그러나 나라가 혼란한 틈을 이용하여 언론은 거짓말을 하고 정치인들은 자기 잇속만 차리기에 국민들, 시민들만 생고생하는 이야기가 나오니까 참 답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난 상황에서 지혜로운 강아지 하인즈가 모험하는 장면들은 굉장히 스피디하고 박진감 있어서 좋았다. 이 책은 참 독특한 것 같다. 가볍고 웃긴 듯하면서도 우리가 처한 현실에 대해서 날카롭게 비판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정말 흥미진진했던 소설 [너무 친절한 거짓말]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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