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디베어는 죽지 않아 안전가옥 오리지널 27
조예은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예은 작가의 작품은 [뉴 서울 파크 젤리 장수 대학살]이 처음이었다. 젤리가 되어 녹아내리는 사람들을 묘사한 장면은, 그다지 아름답진 않았으나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인간이 젤리로 녹아내리는 비극의 묘사였음에도 불구하고 향긋한 젤리 냄새가 콧속으로 스며드는 것 같이 느껴진 것은 묘사가 굉장히 생생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후로 [칵테일, 러브, 좀비]라는 소설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단편들 중에서 아빠가 좀비가 된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미 좀비가 되어 이성을 잃어버린 아빠에 대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주인공의 상황이 너무나 공감되었다. 사랑하는 아빠지만 엄마를 잡아먹으려고 하는 아빠,, 그걸 바라보는 착잡한 나..

이 작품 [테디베어는 죽지 않아]도 굉장히 흥미롭다. 한 부유한 아파트를 뒤흔든 독살 사건으로 엄마를 잃은 화영과 자신도 알지 못하는 이유로 몸을 잃고 곰인형으로 들어가게 된 도하의 이야기이다. 아빠의 사업 실패로 엄마와 고시원에서 살던 화영. 엄마는 씨 더뷰 아파트라는 고급 아파트에서 가정부로 일했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가 악의를 품고 아파트 전체에 독이 든 떡을 돌렸고 가정부로 일했던 엄마도 떡을 먹고 독살당한다. 그러나 화영은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 엄마는 평소에 떡을 입에도 대지 않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엄마의 죽음에 뭔가 음모가 있다고 생각한다.

도하는 상류층 집안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아버지 윤혁은 사촌 형인 도현과 자신을 항상 비교했다. 그 이유는 윤혁이 유년 시절에 항상 형 정혁과 비교당했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부터 빼어나게 공부를 잘했던 형은 엘리트 코스를 밟고 야무시의 시장까지 되었지만 윤혁은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냈다. 도하의 경우도 아무리 노력해도 도현을 이길 수 없었는데, 그때마다 윤혁은 아들을 거의 학대하다시피 다루었다. 아파트 주민들이 독이 든 떡을 먹고 죽은 날에도, 윤혁이 도하의 공부 실력을 다그치며 그를 화장실에 가두었기에 도하는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날 떡을 먹은 사람은 부모님과 사촌 형 도현. 결국 남은 사람인 큰 아버지 정혁과 도하가 함께 살게 된다.

소설은 엄마를 잃고 가출 청소년처럼 살아가는 화영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그녀는 재개발도 되지 않을 허름한 레인보우 아파트에 다른 가출 청소년과 함께 살고 있다. 여자아이들에게 소위 " 낚시 미끼 "를 시켜서 돈을 버는 방장 영진에게서 돈을 뜯겨가면서 살고 있던 화영. " 낚시 " 란 청소년 여자아이를 미끼로 남성들을 여관으로 불러들인 후 협박하여 돈을 뜯어내는 일이다. 화영은 지금까지 계속 영진의 낚시 미끼가 되는 걸 피해왔는데, 하필이면 그날 나이를 속이고 거짓말로 이어가던 두 개의 아르바이트에서 잘려 버린다. 어쩔 수 없이 낚시질을 간 화영, 하지만 그녀는 남자가 캐리어에 싸 들고 온 각종 무기 - 도끼, 칼, 주사기 - 등등을 보며 자신이 영진에 의해 팔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제 죽었구나 하고 생각한 순간, 길거리에서 주워 온 곰인형이 갑자기 살아나더니 손도끼를 써서 남자를 공격해 화영을 살리게 되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

세상의 모든 불의와 더러움을 안고 있는 듯한 가상의 도시 야무시.... 아직 어린 화영이 혼자서 살아가기엔 너무나 거친 동네다. 그녀가 세 들고 있던 집주인 영진은 가출 청소년들을 착취하고 이용해먹는 소위 악덕 포주 같은 인간이다. 아이들의 돈과 목숨까지 노리는 포식자라고 할 수 있다. 화영은 그가 쳐놓은 그물에 걸려서 죽을 뻔하지만 영혼이 빙의된 곰인형의 도움을 받아서 살게 된다. 책 표지에 손도끼를 든 곰인형이 있어서 혹시나 과거 악령이 깃들었던 인형, 처키처럼 잔인한 인물인가 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곰인형에 갇힌 도하도, 엄마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화영도, 사실은 누군가가 혹은 어떤 존재들이 벌이는 거대한 사건의 소용돌이에 갇혀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화영에겐 곰인형에 갇힌 도하가 필요했고, 도하에겐 화영이 필요했다. 어떻게 보면 운명이 제대로 둘을 연결해 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과연 그들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화영 엄마는 왜 죽어야 했고, 도하는 왜 알지 못하는 사이에 곰인형에게 갇혀버린 걸까? 알고 싶다면 이 흥미진진한 소설을 꼭 읽어봐야 한다.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을 정도로 진짜 재미있었던 소설 [테디 베어는 죽지 않아]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솔직하게 리뷰하였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