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사랑을 하면 우리는 복수를 하지 안전가옥 오리지널 25
범유진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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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통쾌한 복수극이었다. 70살이 넘도록 남편과 시댁에서 무시만 당하고 살아왔던 여자, 김꽃님. 그녀의 삶은 남편의 욕설에서 시작해서 욕설로 끝났다. 가장 친했던 친구의 장례식에 갔던 날에도 밥 차리러 당장 오라는 남편의 성화에 친구의 명복도 제대로 빌지 못하고 등 떠밀리듯 집으로 오는 기차를 탔다. 그런데 기차 안에서 김꽃님은 자신을 인간 취급하지 않는 남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기회를 얻게 된다. 꽃보다 아름다운 한 청년이 그녀에게 제안한 것은 바로, " 어머니, 혹시 남편을 혼내 주고 싶으세요?"였다.

범유진 작가의 신작 [당신이 사랑을 하면 우리는 복수를 하지]는 특이한 구조의 소설이다. 염소 클럽의 화려한 복수극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조금씩 거대한 주제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그래서 소설 초반에는 다소 복잡한 구조 때문에 작가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좀 헷갈렸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저자 범유진씨는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을 책 속에서 다루고 있다. 다소 폐쇄적인 가족주의 안에서 알게 모르게 이루어지는 학대나 아이들을 소유물로 생각하는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 부모들, 그리고 사이비 종교에 의지하여 파탄에 이르는 어리석은 사람들 등등

그렇다면, 왜 염소 클럽인가? 영어로 scapegoat는 우리말로 희생양인데, 이스라엘에서 속죄의 날에 염소 머리를 제물로 바친 데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즉, 죄는 인간들이 지어놓고 염소에게 덮어씌운다는 말. 가족 내에서도 속죄의 대상, 즉 희생양을 정해두는 나쁜 관습이 내려오고 있다는 게 염소 클럽의 주장이다. 그들은 가족이 " 희생양"으로 찍어놓고 괴롭히는 그 사람을 위해서 일을 한다, 즉 다른 말로 하자면 복수를 감행한다.

푸딩에 독을 넣어서 엄마를 독살하려 한 사건으로 알려진 그녀, " 마더 포이즈너 " 사건의 주인공 하이하, 전 국가대표 수영 선수로서 한때 좋은 성적으로 이름을 날렸지만 아버지의 의문사와 얶이는 바람에 명성의 추락을 겪은 김해찬, 그리고 새아빠의 손에 의해 엄마를 잃은 아픈 과거를 가진 경호원 진선미. 이들이 바로 염소 클럽 회원들인데, 이들을 연결시켜주고 염소 클럽을 만든 장본인은 따로 있는데, 거대한 기업의 회장과 그녀의 변호사 서은진이다.

" 염소 클럽 " 회원들 모두 한때는 가정 내에서 벌어지는 학대와 폭력의 희생자들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활약이 더욱더 의미 있게 느껴진 듯하다. 본인의 손으로 학대라는 족쇄를 끊고 나온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의 족쇄를 끊어준다는 느낌? 그런데 이 소설은 단순히 개인 차원에서의 " 복수 "를 넘어서는 거대한 사건을 다룬다. " 마더 포이즈너 " 사건의 주인공 하이하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야기인데, 어디선가 듣고 본 것처럼 쉽게 죽지 않는 마녀의 스토리 같기도 했다. 중심 이야기는 우리의 현실과 도 맞닿아있다. 정치권력과 결탁한 사이비 종교, 사이비 종교에서 하는 말만 믿고 맹목적으로 믿고 따르다가 가족들을 위험하게 만드는 사람들, 사회 내에서 가장 약하고 존재감 없는 사람들을 이용하여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무리들 등등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드라마 " 모범택시 " 같은 화끈한 액션 복수극을 기대했지만 그런 종류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 소설은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가장 심각한 병폐인 " 학대 가정 " 과 " 사이비 종교 "를 다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하기에 " 염소 클럽 " 이 등장하는 시리즈물이 계속 나왔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때로는 무서운 폭력이 동반되는 감옥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 책 [당신이 사랑을 하면 우리는 복수를 하지]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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