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 세 번의 봄

안진 : 세 번의 봄 ㅣ 안전가옥 쇼-트 20
강화길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6월

한국 문학을 이끄는 여성 작가인 " 강화길 " 작가의 단편 소설집 [안진 : 세 번의 봄]은 모녀 관계를 다루고 있다. 딸이었다가 엄마가 되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엄마와 딸의 관계는 다소 미묘하다. 모든 가정들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다소 거리를 두고 덜 감정적으로 대하게 되는 아들에 비해서 딸은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으로 전락할 위험이 높다. 말하자면,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엄마가 애꿎은 딸에게 그걸 다 쏟아내고 풀어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서로 사랑하고 가깝다고 느끼면서도 가끔은 엄마에게 증오에 가까운 감정을 품게 되는 딸이 적지 않으리라 본다. 그 미묘한 감정선을 짚어냈다는 점에서 [안진: 세 번의 봄]은 한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깊은 밤들]에서 주인공 " 나 "는 성장할 동안 자신에게 항상 완벽을 요구했던 엄마를 지긋지긋하다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걸려온 엄마의 전화에서는 안부를 묻는 따뜻한 목소리보다는, 손녀의 문법 오류를 타박하고 지적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자신도 딸 정민이에게 똑같이 행동하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 " 나 "는 정민도 자신처럼 엄마를 미워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엄마에게 가는 길을 잃어버린 나와는 다르게, 할머니에게로 가는 길을 정확하게 찾아내는 정민을 보면서 " 나 "는 희망을 얻는다.

-엄마에게서 부당한 대접을 받았다고 기억하는 세상의 모든 딸들은 "나" 와 같이 될 수도 있고 딸 " 정민 "처럼 될 수도 있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미래를 나아가고자 하는 이야기인 것 같아서 좋았다.

[비망]에서 주인공 " 나 "는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 공항에 와 있다. 예쁜 옷을 사고 맛있는 것을 먹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인생이라고 생각해온 그녀. 자신을 찾기 위해 인생을 공부하기 위해 이리저리 여행을 다니는 딸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그녀가 지금 왜 공항에 와 있는 걸까? 사실 주인공 " 나 "는 대단히 강한 여자이다. 이혼했고, 직장에서 고군분투하며 살아왔고, 부모의 이른 죽음과 40대 초반에 암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인생에는 울 일보다는 웃을 일이 더 많다고 생각하고 살아온 여자였다. 그런데 그랬던 그녀가 지난 1년 동안 집 밖으로 전혀 나오지 않았고 이제서야 세상 밖으로 나왔는데, 자신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해외여행이라니....

-A라는 엄마에게서 B라는 딸이 나올 수도 있다. 전혀 다른 성격과 개성을 가진 두 모녀는 죽을 때까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달라서 더 좋을 수 있다. 엄마는 딸에게서 딸은 엄마에게서 배울 수 있으니까. 마지막에 드러나는, 주인공이 여행을 하게 되는 계기가 다소 충격적이었던 이야기이다.

한국의 딸들이 허구한 날 하는 말이 있다. " 나는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라는 말. 그러나 돌이켜보면 어느새 엄마처럼 말하고, 행동하고,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며 소스라치게 놀랄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솔직히 이 책을 읽으면서 " 왜 내 이야기가 여기에 실려있지? "라면서 속으로 웃었다. 미워하면서 닮아가는 게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아닐까 싶다. 이 책 [안진: 세 번의 봄]에는 그렇게 삐뚤빼뚤, 서로에게 나 있는 길을 제대로 걸어가지 못하고 있는 모녀들이 등장한다. 사실 그런 게 삶이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사랑, 애증, 갈등, 응어리를 모두 안고 있는 게 어쩌면 모녀 관계의 정석일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이 책 [안진; 세 번의 봄]은 있는 그대로, 절절하게, 우리의 삶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굉장히 여운이 많이 남는 소설 [안진:세 번의 봄]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