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志少女よ、敵を擊て
逢坂冬馬 / 早川書房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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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대 러시아. 세라피마는 작은 마을 이바노프스카야라는 곳에서 엄마와 함께, 가족 같은 동네 사람들과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었다. 농촌이라서 농작물을 해치는 야생 동물이 늘 골치를 썩히기에 누군가는 꼭 사슴을 잡을 필요가 있는 곳이었다. 그때마다 마을 최고의 사냥꾼이었던 세라피마는 주저 없이 사냥에 나섰다. 한창 전쟁 중이었으나 외교관이 되기 위해 독일어를 공부하며 모스크바 대학 입학을 준비하고 있던 세라피마. 자신도 참전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나 엄마 예카테리나는 참전했다가 일짝 병사한 아버지 이야기를 하면서 그녀에게 분명히 말한다. 전쟁은 곧 살인이라고.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 이상하리만치 고요한 정적이 깔리게 되고,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 세라피마와 엄마는 급하게 몸을 숨긴다. 알고 보니 마을에 유격대가 숨어 있다는 주장을 하면서 독일군이 쳐들어온 것. 그들은 저격병을 이용하여 세라피마의 엄마를 죽이고, 마을 사람들 모두를 잔인하게 사살한다. 이후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던 세라피마 앞에 러시아 붉은 군대가 나타나서 독일군을 무찌르고 그녀를 구해주지만, 이리나라는 이름의 상급 상사는 마을을 모욕하고 휘발유를 뿌려 다 태워버린다. 그걸 목격한 세라피마는 결심한다. 독일 병사를 죽이고, 엄마를 죽인 군인을 죽이고, 마지막엔 모두를 모욕한 이리나도 죽여버리겠다고. 슬픔이 분노로, 나아가 적의로 바뀌는 순간, 세라피마는 냉혈한 저격병으로 새롭게 태어나게 된다.

세라피마는 이리나가 이끄는 저격병 학교에 배치된다. 그곳은 여성 저격병을 키우는 곳으로써, 대부분의 학생들은 세라피마처럼 전쟁으로 가족을 잃고 혼자가 된 여자들이었다. 그들은 세라피마처럼 복수심을 품고 힘든 훈련을 이겨나간다. 그들이 저격병이 된 이유는 다양하다. 아이들을 희생시키지 않기 위해, 여성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싸울 수 있는 자임을 증명하기 위해 ..... 1년이라는 그다지 길지 않은 훈련을 마친 끝에 졸업하게 된 학생들은 겨우 몇 명. 그러나 실력을 인정받은 이들은 실전에 배치되게 되고 비로소 전쟁의 참상을 경험하게 된다. 동료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하게 되고, 이제는 더 이상 사람을 쏘는 일에 머뭇거리지 않으며, 죽을 고비를 직접 경험하게 되는 세라피마.

평범했던 소녀 세라피마는 눈앞에서 엄마를 잃고 마을이 잿더미가 되는 걸 지켜보면서 적들에게 복수할 것을 결심한다. 그 복수심이 어쩌면 훈련을 견디게 해주고 그녀를 일류 저격병으로 만든 동기였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어떤 전쟁 영화보다도 이 책 [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가 전쟁을 겪고 있는 상황을 굉장히 생생하게 전달해 주었다. 점점 더 냉혈한으로 변해가면서 거리낌 없이 사람들을 쏘는 세라피마의 모습과 전쟁으로 인해 비참해지는 아이들의 삶을 보면서 전쟁이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비극을 낳는 괴물이라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 소설은 실제로 러시아 저격병이었던 류드밀라 파블리첸코라는 사람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인 것이라고 한다. 뛰어난 사격병이었던 그녀가 전쟁 이후 심각한 PTSD에 시달리다가 일찍 사망했다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는 것 같다. 너무나 사실적이고 현장감이 있었기에 군사 훈련은커녕 군대에도 가보지 못한 내가 이 책을 통해 전쟁이 참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전쟁의 비극과 참상을 정말 현실감있게 묘사하고 있는 소설 [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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