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마지막에 본 것은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마사키 도시카 지음, 이정민 옮김 / 모로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나는 타인의 불행을 바라는 인간이 돼버렸다 "

미스터리 소설을 읽고 이렇게 큰 여운을 느껴본 지 얼마만인가? 상당히 복잡하게 꼬여있는 실타래였지만, 모든 미스터리가 해결된 후 느껴졌던 감정은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한 안타까움과 끝까지 고결함을 잃지 않았던 한 사람에 대한 존경심에 가까운 감동이었다. 한 노숙인의 죽음이라는 사건 뒤에는 실로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사연이 모여 있었다. 스토리가 굉장히 탄탄했을 뿐더러 캐릭터들의 개성도 빛났던 소설이었다. 괴짜같지만 천재적인 추리력과 통찰력을 가진 형사 미쓰야는 일본판 셜록 홈즈 같았다. 자신과의 소통 없이 언제나 한 발 앞서있는 미쓰야에 대한 신참 형사 가쿠토의 답답함이 종이를 뚫고 나올 것처럼 강렬하게 분출될 때마다 조금 코미디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 건물의 비어있던 1층에서 노숙자로 보이는 한 중년의 여성이 죽은 채로 발견된다. 신고자는 그 건물을 관리하고 있던 부동산 회사의 직원. 골반과 늑골이 골절된 것으로 미루어봤을 땐 옥상에서 추락이 의심되었지만, 치명상은 아 마도 둔기에 의한 두부 손상일 것으로 짐작되었다. 입고 있던 옷이 많이 흐트러져있었지만 성폭행의 흔적은 없었기에, 위협을 느낀 피해자가 필사적으로 도망치다가 옥상에서 떨어진 것으로 결론이 내려진다. 사건을 맡게 된 괴짜 형사 미쓰야와 신참 가쿠토 형사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피해자의 삶을 역추적해 들어간다. 그러던 와중에 그들은 1년전 발생한 한 살인 사건 현장에서 남겨진 지문들 중 하나가 그녀의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살인 현장에 남겨진 지문 그리고 지문 주인의 죽음... 과연 이 둘의 상관 관계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소설 [그녀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은 여러 시점과 시간을 교차하면서 이야기가 이어진다. 겉보기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을 것 같은 여러 사람들의 사연들이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면서 펼쳐진다. 살인을 당한 피해 노숙인 여성의 이름은 마쓰나미 이쿠코. 그녀가 평범했던 시절의 이야기가 잠시 등장한다. 바록 자식은 없었으나 남편 히로시와 행복했던 그녀, 그러나 남편이 질병으로 갑자기 사망하는 바람에 그녀는 혼자 남겨지게 된다. 갱년기 장애로 인한 어지러움증 등으로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었던 그녀는 생활 보호 대상자 신청을 하려고 했지만 그마저도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그런데 우연의 일치인자, 아니면 필연적 결과인지, 이쿠코의 생활 보호 상담을 맡았던 창구의 직원이 바로 1년 전 살인 사건의 피해자였던 히가시야마 요시하루 였던 것. 그는 이쿠코가 신청을 했던 당시 그녀에게 냉정하게 굴면서 신청을 단칼에 거절했던 남자였다. 그것이 이유였을까? 과연 요시하루를 죽인 사람이 이쿠코가 맞고, 누군가가 이쿠코에게 복수를 했던 걸까?

이 소설 [그녀가 마지막에 본 것은]은 소설 [그날, 너는 무엇을 했던가]의 속편이라고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전작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피해자 노숙인 여성 이쿠코의 사연에서 히가시야마 요시하루의 아내 리사의 사연으로 그리고 이쿠코의 남편인 히로시가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지주막하출혈을 일으켜 쓰러진 사고 현장에 있었던 트럭 운전사 요스케의 사연까지 이야기가 쭉 이어지면서 갑자기 이 미스터리의 실타래가 점점 더 길어지고 점점 더 꼬여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매우 복잡한 미스터리를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작가의 훌륭한 필력과 탄탄한 스토리 구성 그리고 계속 여기저기에 뿌려지는 떡밥과 복선 덕분에 매우 흥미진진했다.

책 속엔 정말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묘사되어 있었다. 자신이 벌인 일에 책임을 지지 않고 덮어씌우는 자.. 진실함이 전혀 없이 남자의 손길만 기다리는 여자... 욕망은 그득한데 자존감이 너무 낮아서 스스로의 삶을 비참하게 만드는 사람.... 책을 다 읽고 나니 정말 삶을 똑바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매우 촘촘하고 정교하게 짜여진 구성, 여러 갈래로 뻗쳐나가는 이야기지만 나중에는 결국 다 회수되는 결말, 개성 있는 두 형사들의 티키타카까지.. 책 [그녀가 마지막에 본 것은]은 다양한 재미로 가득한 책이다. 알맹이가 탄탄한 미스터리를 사랑하는 모든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