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이, 학원
배명은 외 지음 / 빚은책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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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정은 중요하지 않아. 결과가 중요한 거지.

너도 알잖아. 문제 하나에 순위가 뒤바뀌는 거.”

한 여름의 더위를 없앨 수 있을 만한 으스스하고 소름 끼치는 이야기에 뭐가 있을까? 아마도 머리끝이 쭈뼛 서게 만드는 귀신 혹은 괴담 이야기가 아닐까? 그런데 귀신이나 괴담 이야기보다 더 무서운 현실 공포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바로 극단적인 경쟁과 극한의 긴장감을 겪어야 할 한국 입시생들이 겪는 공포가 아닐까? 한국의 입시생들과 부모들은 적어도 1년은 오직 입시만을 위해 달려가야 한다. 워낙 경쟁이 심한 탓에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강박감에 시달리는 사람들. 이 책 [괴이, 학원]은 그 지옥 같은 삶을 묘사하고 있다.

첫 번째 단편 [나를 구해줘] 의사 아버지를 둔 지혁은 반드시 의대를 가야만 한다. 하지만 수학 성적이 도통 오르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소위 돼지 엄마라 불리는 현수 엄마가 소개해 준 학원으로 가게 되는 지혁. 겉으로 보기에 매우 낡고 으스스 한 학원인 [신명 수학 클리닉]이다. 서울이 아니라 월영시에 있지만 지난 20년간 맡은 학생들 모두 인서울시킨 걸로 유명한 학원이다. 그런데 분명 1 대 1 수업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어느새 수업을 받는 지혁의 옆자리엔 혜진이라는 이름의 여학생이 앉아서 함께 수업을 듣고 있다.

두 번째 단편 [특별 수업] 허름한 논술 학원에서 수업을 받게 되는 " 나 ". 워낙 싫증을 잘 내고 질리는 성격이라 이 학원에서도 오래 버티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도 학원에 뭔가 끌리는 게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논술 선생님은 주인공이 쓴 글이 다른 학생들에 비해 특별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주인공이 쓴 글에는 다른 사람들을 변화시키고 행동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게 선생님의 주장이다. 그런데 논술을 배우던 그 시기에 주인공 " 나 "는 잘 모르는 학생들로부터 단톡방 초대를 받게 되고, 그때부터 심한 폭언과 욕설에 시달리게 되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

세 번째 단편 [얽힘] 영서는 친구 은혜와 함께 과탐 특별반에 들어가게 된다. 매드 사이언티스트를 줄여서 만든 매싸 라는 별명을 가진 원장은 외모부터가 독특하다. 백발 머리에 푸른빛이 나는 눈동자를 가지고 있다. 매싸는 수업 내내 양자 얽힘, 즉 두 입자의 성질이 하나로 묶여 있는 상태에 대해서 강조한다. 뭔가 이상함을 느끼던 그때, 친구 은혜가 자신에게 질투를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영서. 은혜는 매싸가 영서에게 관심을 보일 때마다 눈빛이 달라질 정도로 표시를 하는데.. 매싸가 수업 끝에 나눠주는 검은색 알약과 그가 강조하는 얽혀 있음의 비밀.. 과연 무엇일까?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이 책 [괴이, 학원]을 읽다 보니 고3 수험 시절이 문득 떠올랐다. 하루하루가 좌절의 순간이었고 성적에 목숨을 걸었던 시절이었다. 아직도 우리나라의 입시 문화가 건재하다는 게 공포로 다가온다. 아무리 뛰어도 항상 나보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있고 그렇게 경쟁에 시달리다 보니 아이들은 잠을 없애주는 약까지 먹으면서 이 입시 지옥을 버티고 있다. 다른 가능성은 모두 배제되고 시험 성적을 위해서 모든 것을 희생하는 이 일그러진 현실이야말로 섬뜩하고 무시무시한 공포의 세계가 아닐까? 도시의 중심부를 장악하고 있는 거대한 입시 학원들... 그 학원들을 바라보며 느낄 현실 공포를 잘 표현해낸 작품 [괴이, 학원]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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