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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 코드 - 모두에게 익숙한 소년과 처음 만나는 나 사이 ㅣ 생각학교 클클문고
이진 외 지음 / 생각학교 / 2023년 6월
평점 :
목소리, 말투, 성격, 키.... 수백 가지가 모여서 나를 만들지.
그런데 남자다움은 무엇으로 만들어지는 걸까?
" 보이 코드 " 란 쉽게 말해 " 남자다움 "이라는 의미이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우리는 남자들에게서 남자다움을 그리고 여자들에게서는 여자다움을 바라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과연 남자다움이라는 게 뭘까?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것, 여자들보다 강해 보여야 한다는 것, 그리고 감정을 쉽게 드러내면 안 된다는 것 등등이 있을 것 같다. 이 책 [보이 코드]는 5명의 작가들이 모여서 그런 '남자다움' 대해서 질문을 던지고 동시에 답하는 이야기라 볼 수 있다. 다양한 작가들이 뭉친 터라 다양한 빛깔과 개성이 돋보이는 단편들이었다. 과연 그들은 '남자다움'에 대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첫 번째 단편 [더블] 주인공 수혁은 180이 넘는 키에 남다른 신체 구조를 가진 남학생이다. 하지만 최근 그를 괴롭히고 있는 문제가 있다. 수혁은 어릴 때부터 여자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일에 끌렸었다. 예쁘고 멋진 옷을 이것저것 입어본다던가 환하게 핀 꽃들을 구경한다던가 하는... 하지만 그런 일은 모두 여자아이들이나 하는 일! 수혁은 자신의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여자 정체성을 없애버리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곤 정체성을 없애준다는 소름 끼치는 의식에 돌입한다. 미미 인형에 피를 묻힌 뒤 거울을 보며 주문을 외우는 수혁.. 그런데 의식을 하고 난 뒤 자꾸 누군가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되는 수혁... 과연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두 번째 단편 [맹금류 오 형제]에서 독수리 멤버는 모두 5명이다. 그들은 남 박사의 손에 의해 탄생한 지구 방위대이고, 가장 소년다운 그리고 가장 남자다운 지구 방위대를 만드는 일을 목표로 한다. 멤버들이 타고 다니는 우주선 X 피닉스는 부엉이 용이 조종하고 있는데, 지구의 평화를 해치는 악당 게레로로쉐가 등장하면 그를 물리치기 위해 독수리 멤버들은 X 피닉스와 합체하여 뜨거운 불새로 변한다. 그러던 어느 날 남 박사는 모의실험을 통해 한 단 명만을 불새로 변화시키겠다고 한다. 계속되는 실패로 불새로 변하는 멤버가 없자, 남자 멤버들은 하나같이 정신력과 체력이 약한 여자 멤버 유미를 비난하기 시작하는데....
세 번째 단편 [기둥] 태수는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 자신에게 남긴 말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 아빠가 없을 땐 네가 아빠 대신이다. 엄마와 동생을 잘 부탁한다. 네가 이 집의 기둥이야. " 태수는 장례식에서 아빠 영정 사진을 보며 약속한다. 엄마와 여동생 태경이 자신이 꼭 지켜내겠다고. 이후 태수는 집요하리만치 여동생의 행동을 예의주시하고 점검하고 살핀다. 태경이의 교복 치마가 너무 짧다고 난리 치고, 수업 마치고 스터디 카페에 있는지 확인하는 영상통화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태경의 뒤를 밟게 된 태수, 공원 벤치에 앉아있는 태경과 그 옆 낯선 남자를 발견하게 된다. 남자의 손이 태경의 어깨로 올라간 순간 남자에게 뛰어가 주먹을 날리는 태수.. 과연 이 이야기의 결말은?
주로 호러를 담당하는 전건우 작가의 [더블]은 여성성을 없애기 위해 으스스한 의식을 실행하는 수혁의 이야기이다. 공포 전문 작가답게 섬뜩하고 소름 끼치는 분위기를 잘 이끌어냈다. 남자다운 외모와 달리, 여자가 되고 싶어 하는 수혁이는 과연 마음속 여성성과 화해했을까? [맹금류 오 형제]에서 유미를 제외한 남자 멤버들은 남자들이 흔히 추구하는 명예욕, 권력욕, 지배욕 등등에 휘말리면서 거대한 데미지를 입게 된다. 현실에서도 유독 남자다움에 집착하다가 낭패를 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재미있는 단편이었다. 세 번째 이야기는 가장으로서의 역할에 집착하는 태수 이야기인데, 다른 단편들에 비해서 좀 훈훈했다. 엄마와 태경이의 안위를 누구보다도 바라는 장남 태수! 하지만 너무 지나친 간섭과 통제로 인해 태경과의 사이가 멀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 되는데... 다양한 단편들을 통해서 독자들이 스스로 " 남자다움"에 대한 질문을 하고 답을 찾게 해주는 소설 [보이 코드] " 남자다움"에 집착하기보다는 나 자신으로 살고 있는지 돌아보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