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 이 시대를 대표하는 22명의 작가가 쓴 외로움에 관한 고백
줌파 라히리 외 21명 지음, 나탈리 이브 개럿 엮음, 정윤희 옮김 / 혜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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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외로움'을 좀 더 다정하게 대할 수 있기를....

당신의 '외로움'이 이 이야기들 속에 닻을 내릴 수 있기를...

세상을 살아가면서 한번도 외로움을 겪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시간이나 지점 그리고 상황은 다르겠지만 우리는 누구나 일생에 한번 정도는 진한 외로움을 겪게 된다. 이 책 [Alone]은 이 시대를 대표하는 22명의 작가가 쓴 외로움에 관한 고백이다. 솔직히 말해서 줌파 라히리라는 유명 작가의 이름을 보고 읽고 싶었다고 생각한 책이지만 다른 작가들이 표현한 " 외로움 " 도 아주 간절하게 다가왔다. 이들 작가들은 서로 다른 배경, 상황 그리고 맥락에서 외로움을 다루고 있고, 나와 다른 문화권 출신에 다른 나이대이지만 몇몇 글들에서 나는 아주 큰 공감을 할 수 있었다.

" 정확히 규정할 수 없는 어떤 상실감과 맞닥뜨렸을 때 우리는 어떻게 타협하는가? 엄마는 이곳에 있지만, 이곳에 있지 않다. 도대체 내가 누구와 대화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 -78쪽 -

놓아보내기 에서 작가 마야 샨바그 랭은 치매를 앓고 있는 엄마와 함께 산다. 병을 앓기 전에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인 아리셉트의 임상 시험을 담당했던 그녀의 엄마. 정신과 의사로 수십 년을 일한 뒤 막 임상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작가가 엄마를 존경하고 자랑스러워했던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뛰어난 인간이었던 엄마가 이제 자식을 알아보지 못하고 시간 관념도 없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엄마를 간병하느라 사회 생활을 거의 못하게 된 작가는 스스로가 굉장히 고립되고 불행하다고 느낀다. 엄마를 요양시설로 보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시설에서 적응을 잘하게 된 엄마를 보며 작가는 스스로를 되찾겠다고 다짐한다.

" 때로는 릴리언이 누렸던 고독이 부럽기도 하다. 아니, 고독을 넘어 릴리언 올링이 지닌 야생적 기질과 목적의식의 특이성 역시 부러웠다. 그녀가 원한 것은 오직 하나였다. 집을 향해, 혼자, 걸어가는 것. " - 33쪽

홀로 걷는 여자 에서 작가 에이미 션은 1920년대에 ' 모든 것과 작별하겠다 ' 라고 결심하고 뉴욕을 떠나 시베리아로 향했던 여인 릴리언 올링에 대한 이야기로 글을 시작한다. 릴리언 올링은 가벼운 짐에 원피스와 테니스화를 신고 그 먼 여정을 시작했다고 한다. 작가는 그녀가 거대한 포부라거나 뚜렷한 목적 없이 그러한 여행을 떠날 수 있었음에 감탄한다. 그리곤 자신의 결혼 생활을 돌아보게 된다. 남편과의 결혼 생활은 매우 외로웠고 그녀로 하여금 크나큰 불행을 느끼게 만들었다. 야성적이고 독립적인 여자, 릴리언 올링이 그랬던 것처럼, 작가 에이미션도 혼자서 걸어가는 길을 택한다. 남편과의 이혼 그리고 혼자 사는 인생을 택한 그녀는 극단의 충만감을 느끼게 된다.

" 여성으로서 혼자 살아간다는 것은 가족이나 사랑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에 대한 권리를 온전히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엄청난 의미가 있다. "

-131쪽-

기묘하고도 힘겨운 기쁨에서 헬레나 피츠제럴드는 여성으로서 혼자 산다는 것의 의미를 이야기하고 있다. 모험이나 서사시의 주인공들은 주로 남자들, 그들은 홀로 모험을 떠나고 외로움이라는 호된 시련을 겪으며 스스로를 단련한 후에 완성형으로 사회에 돌아오는 것으로 주로 묘사된다. 그러나 문학이나 문화 속에서 그려지는 홀로 있는 여성들은 주로 두려움이나 연민의 대상으로 묘사된다. 사회에서 벗어나 자유의 몸이 되고, 참된 자아를 찾고, 영웅이 되어 귀환활 기회가 여성들에게 주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것이 작가의 의견이다. 그러나 우리가 자신을 성찰하고 더 책임감 있고 친절한 사람이 될 수 있으려면 혼자 있는 삶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도 작가의 생각이다. 우리 여성들은 혼자 사는 삶이라는 낯설면서도 풍요로운 경험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외로움이나 고독에 대한 작가들의 경험이 매우 특별하다거나 특이한 것은 아니었다. 가까운 사람의 질병과 죽음 그리고 배우자와의 이혼으로 겪을 수 있는 외로움이나 고독은 어찌 보면 성인들이 겪게 되는 보편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작가들이 아닌가? 외로움이나 고독이라는 주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매우 다양하고 표현법도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표현하는 외로움 그리고 고독이 사람들의 가슴 한 가운데를 두드리는 느낌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 꼭 필요한 사람도 있고, 반대로 그런 시간들이 불안하고 힘겹게 느껴지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런 시간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인생을 걷고 있다. 나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더 성장하고 내적으로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 이제 나는 놓아 보낸다고 해서 잃는 건 아니란 걸, 놓아 보내는 행위 속에서 스스로를 발견하고 다시 자신에게도 돌아올 수 있다는 걸 안다. 이렇게 다시 자신과 재회하는 일은 우리가 상상했던 것을 훌쩍 뛰어넘는, 실로 엄청난 기쁨이다 ." - 놓아보내기 -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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