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안전 이별 - 나를 지키면서 상처 준 사람과 안전하게 헤어지는 법 ㅣ 오렌지디 인생학교
인생학교 지음, 배경린 옮김, 알랭 드 보통 기획 / 오렌지디 / 2023년 5월
평점 :
우리는 누구나 좀 더 올바르고 밀도 높은 관계를 이어갈 수 있길 꿈꾼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인간관계는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완벽하지 못한 인간이기에 실수를 하고 잘못을 저지르고 서로에게 실망감을 안겨 준다. 기대감이 그다지 높지 않은 관계에서도 그러한데, 만일 연인 관계에서 계속 서로에게 실망하고 상처를 주고받게 된다면 과연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이 책 [안전 이별]은 조용히 이별을 꿈꾸고 있는 사람들에게 헤어질 수 있는 용기, 아니면 좀 더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준다.
내가 지금보다 좀 더 젊었을 때 알랭 드 보통 작가가 펴낸 소설들을 좋아했던 이유는 " 사랑 "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기 때문이었다. 운명과도 같은 사랑, 불같이 서로에게 빠져드는 사랑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느끼는 뜨거운 감정에 약간의 거리를 두고 관조하고 살펴보고 분석하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사실 강렬한 연애 이야기에 더 끌리긴 하지만 ( 우리 같은 쥬부들은 좀 그렇지 않나요? ㅋㅋ) 당시엔 감정이라는 애매모호한 영역을 알랭 드 보통 작가가 조금 더 구체화하고 설명해 준다는 생각을 했었다. 사색하고 성찰하고.. 하여간 그런 연애 이야기가 좋았던 것 같다.
이 책 [안전 이별]은 매우 친밀하지만 갈등을 겪고 있거나 의구심이 생기는 인간관계에 대해 좀 더 고민해 보고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책은 총 24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은 " 질문 "으로 시작한다. 예를 들자면 1장 : 변화를 기대해도 괜찮을까?처럼 소개되어 있다. 질문으로 시작하는 서술기법이 참 좋은 것 같다. 관계 속에서 불편할 때마다 내가 스스로에게 물었던 질문들을 마음속에서 꺼내는 기분이었다. 동시에 친절한 상담 선생님과 함께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어떤 스님의 법문을 듣고 있는 기분도 들었다.
이 책 [안전 이별]은 이별을 고민하고 있거나 실제로 이별을 앞두고 있는 연인들이나 부부들에게 굉장히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조언을 제시한다. 예를 들자면, 제5장 : 아이가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부분이 바로 그러하다. 이별이 다만 커플만의 문제라면 헤어지는 부분이 그렇게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아이가 있으면 문제가 달라진다. 관계가 점점 악화되어 감에도 불구하고 헤어지지 않는 커플의 대부분은 아마도 아이가 받을 고통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의외로 아이는 부모의 이별에 " 쿨 " 할 수 있다는 게 작가의 의견이다. 아이가 상처를 받을까 봐 이별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이별을 선택하더라도 아이가 그동안 누리던 삶의 안정성을 깨뜨리지만 않으면 된다는 것인데, 이 부분에 크게 공감을 했다. 감정에 얽매이기보다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게 더 낫다는 말인 것 같았다.
처음엔 [안전 이별]이라는 제목 때문에 책 내용에 대해서 조금 오해를 했던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이별을 잘 할 것인가? 라는 내용이 주를 이룰 것이라 생각했는데, 약간 달랐던 것 같다. " 이별 " 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다각도로 살펴보고 분석해 본 후 자신에게 가장 좋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선 내가 왜 " 이별 " 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되는지 생각해 보게 해주고 ( 제3장 : 변하겠다는 말을 믿어도 될까?) " 이별 " 이 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다가오게 도와준다. ( 제13장: 이별이 두려운 나에게 어떤 말이 필요할까? / 18 : 어떻게 이별을 말할까? ) 어쩌면 모든 인간 관계는 이별을 내포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함께 하는 삶이 이상적이긴 하지만 서로에게 다 도움이 되는게 이별이라면 되도록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지 않고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역시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좋은 책 [안전 이별]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