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퉁이 집
이영희 지음 / 델피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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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평화로운 진주 현지 마을에는 모퉁이집이 있다. 구석진 곳이지만 상당히 아름다운 꽃들이 가득한 집이다. 원래는 일제시대부터 내려왔던 허물어진 집을 최근 리모델링하여 지은 집인데, 그 집엔 두 명의 청년이 살고 있다. 서휘라는 청년은 서글서글하여 동네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지만 정작 집의 주인으로 보이는 모도유는 정체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아쟁 연주자인 주인공 한마디는 꽃집을 경영하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어릴 적부터 꽃과의 인연이 깊은 그녀, 예전에는 꽃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고 부모님과 떨어져서 천녀도에서 살던 시절에는 꽃 속에서 살고 있는 꽃혼과 친구처럼 어울려 놀기도 했다.

자신도 모르게 모퉁이집에 끌리게 되는 한마디. 워낙 꽃을 사랑하는 그녀라서 꽃들에 둘러싸인 집에 끌리는 것일수도 있겠으나 반드시 그런 이유만은 아니다. 이상하게 아련한 마음으로 모퉁이집에 끌리게 되는 그녀. 하지만 우연히 마주친 모퉁이집 주인 모도유는 유독 그녀에게 냉정하고 차갑기만 하다. 조그만 동네의 이웃끼리 그렇게 차갑게 굴일인가? 그러나 모도유가 그녀를 이렇게 대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지금은 그녀가 떠올리지 못하는 과거의 기억이....

꽃을 먹어야 살 수 있고 꽃들과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이 책 [그 모퉁이 집]에는 일반 사람들은 범접하지 못할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런 면에서 매우 신비롭고 아름다운 글이라고 느껴졌다. 이 뿐만 아니라 이 책은 과거와 현재를 오고가며 모퉁이 집에 대한 사연을 풀어낸다. 80년전 일제 시대에도 아쟁을 연주하고 꽃들과 소통하며 그들을 다룰 수 있는 여인 은조가 있었다. 그녀는 우연히 윤송이라는 사업가가 거주하는 모퉁이집에 머물게 된다.

아쟁을 연주하고 꽃과 더불어 살아가는 여인이었던 은조와 현재 한마디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소설에 대한 궁금증이 매우 커졌다. 임신한 몸임에도 불구하고 나라의 독립을 위해서 몰래 모퉁이집에 숨어들었던 여인 은조. 그리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녀를 지켜볼 수 밖에 없는 한 남자. 조선의 눈을 속이고 비밀스럽게 역적 활동을 하는 또 다른 남자와 그에게서 학대와 착취를 당하는 또다른 여인 옥이. 과거 우리 나라가 일제 식민지가 되면서 우리 조상들이 겪어야만 했던 비참한 상황이 그려졌다. 동시에 위대한 사랑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모퉁이 집]은 독특한 역사 판타지 소설? 혹은 로맨틱 판타지 소설이라고 생각된다. 꽃을 사랑하고 꽃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책에서 자연스레 향기가 흘러 나오는 듯 했다. 나는 사실 로맨스 소설은 별로 안 좋아하는데, 뭐랄까.. 이 소설은 한국인의 정서에 딱 맞는 것 같다. 우리 선조들은 꽃과 나무, 즉 자연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믿고 또 아는 사람들이었다.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 속에서 사랑을 이루는 이야기가 너무 아름다웠고, 꽃을 먹고 꽃과 대화하고 꽃물의 수혈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전혀 낯설게 들리지 않았다. 한번씩 꽃들이 내게 말을 건다는 느낌이 들때가 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해눈같은 꽃혼들의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꽃을 사랑하고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그 모퉁이 집]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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