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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어사 - 지옥에서 온 심판자
설민석.원더스 지음 / 단꿈아이 / 2023년 4월
평점 :
망자 천도를 꿈꾸는 임금, 정조
그리고 그 뜻을 이루기 위해 결성된 조직, 요괴 어사대
이제 그들의 특별한 여정이 시작된다!
탄탄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종횡무진 활약하는 요괴 어사대를 그린 역사 판타지 소설 [요괴 어사]를 읽었다. 상상의 영역에 속하는 요괴 이야기가 허무맹랑하게 들릴 뻔했지만 실제로 조선을 다스렸던 성군 정조대왕이 등장하여 이야기에 보다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무엇보다도 이 소설이 재미있었던 이유는 정조가 꾸린 요괴 잡는 어사대에 속한 개성 있는 캐릭터들 덕분이었다. 아직 어리고 무예가 형편없지만 매우 지혜로운 리더인 소녀 벼리, 평소에는 무뚝뚝하나 요리에 천재이고 진국 그 자체인 백원, 먹을 것을 매우 밝히지만 굉장히 날쌘 광탈과 단단한 결계로 모두를 보호하는 무녀 무령 그리고 신수라는 이유만으로 거만하기 짝이 없지만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어사대들을 구해내는 해치까지, 이 소설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모두 매력이 한가득이다.
정조 대왕은 어느 날 굉장히 불길한 꿈을 꾼 뒤 잠에서 깨어난다. 하늘이 갈라지더니 긴 머리를 풀어헤치고 양손에 여자아이와 심장을 움켜쥔 여인이 나타나서 " 우리를 찾으세요 "라는 말을 남기는 꿈. 정조는 여인과 어린아이 그리고 심장과 흙 묻은 손을 나타내는 한자를 다 합쳐서 그게 바로 요괴를 뜻한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본래부터 어진 임금으로써 백성들의 삶을 널리 굽어살피는 것을 항상 명심하고 있던 정조 대왕. 살아있는 백성뿐만 아니라 죽은 백성들도 다 돌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정조. 한이 너무 많아서 구천을 떠도는 영혼들을 모두 거워들여서 좋은 곳으로 보내고자 한다. 정조는 깊이 신뢰하는 신하인 정약용에게 이 임무를 맡긴 후 전국에 흩어진 능력자들을 모으게 된다.
전국에서 능력자들만 모아서 꾸린 팀, 요괴 어사대. 그들은 각자가 가진 능력을 발휘하여 백성을 미혹하고 도탄에 빠뜨리는 사특한 요괴들을 잡아들이고 억울한 원혼을 천도하기 시작한다. 그들이 첫 번째 임무에서 가게 된 곳은 바로 배 진사 댁이다. 근방에서 제일가는 부자에 장수라는 복도 받은 배 진사 댁은 마침 노모를 위한 칠순 잔치를 열게 되었다. 그러나 한쪽 뺨이 사라지고 어깨와 팔까지 없는 거지 귀신이 대문 앞에 나타난 이후, 괴질이 퍼져서 가족들 모두 자리에 드러눕게 된다. 배 진사네 가족들뿐 아니라 잔치에 왔던 마을 사람들도 괴질에 걸려 병석에 눕게 되는데, 하나 이상한 점은 거지 귀신과 이야기를 하고 만졌던 하인들은 오히려 멀쩡했다. 과연 거지 귀신과 괴질의 관계는 무엇이었을까?
이후 이어진 임무에서 어사대를 금기를 깨는 바람에 줄초상이 난 한마을에 도달하게 된다. 사람이 죽어나가서인지 외부인들에 대한 경계가 심한 마을 사람들로부터 심한 텃세를 당하는 어사대. 촌장에게 엽전을 바치는 등의 눈물겨운 노력을 한 덕분에 머물 수는 있게 되지만, 촌장은 더 이상의 정보를 그들에게 알려주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수다스럽고 인심 좋은 동네 아낙들에게서 용의 눈물이 떨어진 절이라는 뜻의 " 용루사 "와 관련된 이야기와 금기 등을 듣게 되는 어사대. 먼저 누구보다 빠른 광탈이 버려진 " 용루사 "를 둘러보고 있던 와중에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는 목소리를 듣게 된다. 가늘고 높은 목소리로 미루어보다 이들은 아이들? 과연 아이들은 살아있는 걸까, 아님 혼령의 상태일까? 이 폐가에 가까운 " 용루사 "에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마을 사람들이 줄초상이 난 걸까?
주로 역사적 사실을 알리는데 주력해온 설민석 작가와 웹 소설 분야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 듯한 원더스 작가가 합심하여 정말 재미있고 감동적인 역사 판타지 소설이 탄생했다! 요괴들의 이야기라 개연성 확보 문제가 있을 것 같았는데 정조 대왕과 정약용이라는 실제 캐릭터의 등장, 그리고 임진왜란이라는 역사적 사실까지 더해지면서 아주 탄탄한 개연성을 가지게 된 것 같다. 각 에피소드의 주된 이야기는 신출귀몰한 능력으로 요괴들을 물리치고 억울한 원혼들을 구하는 어사들의 활약이지만 과거 우리 조상들이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고난을 겪었는지 알 수 있어서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특히 에피소드 [명당]에서는 임진왜란 당시 스님들의 참전이라던가 굶주린 백성들의 비참했던 삶을 마치 영화 보듯이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역사서에서 혹은 민속 설화에 등장하는 이야기에 요괴라는 양념이 곁들여져서 더 맛깔나는 소설이 탄생한 것 같다. 폭력성이나 잔인함 부분에서도 별로 높지 않아서 연령대에 상관없이 즐길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역사 판타지 소설 [요괴 어사]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