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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수염의 방 ㅣ 나비클럽 소설선
홍선주 지음 / 나비클럽 / 2023년 4월
평점 :
[푸른 수염의 방]은 같은 제목의 단편을 비롯하여 총 5편의 단편이 수록된 소설집이다. 다른 단편들도 각기 개성 있고 흥미로웠지만 개인적으로는 역시 표제작 [푸른 수염의 방]이 제일 재미있었다.
보이지 않지만 거기에 있는, 누군가의 서늘한 시선과 숨 막히는 서스펜스
그리고 실로 놀라운 반전이 잘 버무려져서 수준 높은 미스터리가 탄생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내세운 " 금기 "를 깬 여성에게 가혹한 처벌을 가한 남자,
그에게 " 지옥과도 같은 공포 "를 되돌려주는 방식으로 사이다 같은 복수가 이루어진다. 가해자가 오히려 불쌍해지는 지점이 있을 만큼 가혹하고 처절한 복수였으나 그런 모골이 송연해지는 복수극 아래에는 세상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이를 잃은 누군가의 깊은 슬픔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두 번째 작품 [G 선상의 아리아]도 약간 다른 의미에서 흥미로웠다.
굉장히 어둡고 음울하며 비극적이었던 이야기.
주인공은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에 어머니의 방임과 새아버지의 폭력에 노출된다. 불행이 찾아와도 쉽게 벗어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약한 자아상을 가진 주인공이 자신이 당한 폭력과 학대 등을 고스란히 내면화하여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가해자가 되는 상황이 안타깝고 씁쓸했다.
새아버지가 거칠게 주인공의 방을 두드리던 소리는 어느새 그의 머릿속에서 "쿵쿵쿵" 하고 울리며 부드럽고 감미로운 클래식 [G 선상의 아리아]와 대비되는데,
그 덕분에 이야기가 한층 더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하게 느껴진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이 두 이야기 외에도 온갖 계략과 책략을 다 써서 서로에게 다가가는 것에 성공하는 연인들의 이야기 [연모]와 약삭빠르고 자기밖에 모르는, 골칫덩어리 회사 동료에게 써먹어보고 싶은 사기 기술이 등장하는 [최고의 인생 모토]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그에 비해서 단편 [자라지 않은 아이]는 내 예상이 맞아버려서 오히려 더 슬프고 아팠던 이야기다.
웃어넘길 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에서부터
불행의 무게에 짓눌리고 뒤틀려서 스스로에게 잡아먹히는 이야기와
잔혹하지만 완벽하기 그지없는 복수극에 이르기까지
색다르고 개성 있는 미스터리 단편들을 만나고 싶다면,
[푸른 수염의 방]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