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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브이 ㅣ 안전가옥 오리지널 23
박서련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3월
평점 :
“ 너는 내가 아니어도 되겠지만
나는 꼭 너를 타고 말 거야.
나보다 너를 잘 몰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야.
내가 그렇게 만들고 말 거야. ”
최근에 인공지능이나 가상 공간을 주제로 한 SF 소설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데 거대 로봇을 조종하는 이야기라니! 어릴 때 즐겨봤던 만화 로봇 태권브이가 생각나면서 상당히 흥미진진하다 싶었다. 독거노인의 외로움을 덜어주고자 만들어지는 로봇이나 화재나 산사태 같은 재난 시에 투입되는 로봇, 크기는 작지만 굉장히 유용한 로봇들이 만들어지는 시대이기에 그다지 멀지 않은 미래에 파일럿이 조종 가능한 거대 로봇의 탄생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한국 문학을 이끌어가는 젊은 작가들 중 한 명인 박서련 작가의 펜 끝에서 어떤 작품이 탄생했을까?
박서련 작가의 작품 중에서 [마르타의 일]이라는 소설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었다. 동생 죽음의 비밀을 밝히는 언니 이야기였는데 약간의 추리와 스릴러가 섞여있던 이야기답게 그 서늘함의 분위기가 너무 좋았었다. 그 책을 통해서 여성 서사를 잘 이끌어갈 주자라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이번에 읽은 책 [프로젝트 브이]에서도 그녀의 그런 면이 돋보였다. 여성이지만 다른 남자들에 비해서 로봇 공학 분야에서는 거의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우람. 그런데 2037년 거대 로봇 브이의 첫 번째 파일럿을 뽑는 대국민 오디션에는 오직 남자만이 지원할 수 있다. 성차별적인 대회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기도 빠듯한 시간, 우람은 결국 오빠 보람인 척 가장하여 대회에 참여하게 된다. 과연 그녀는 1등의 꿈을 이루고 당당히 거대 로봇 브이에 탑승할 수 있을까?
마치 아이돌 선발 대회처럼 펼쳐지는 파일럿 선발대회! 버추얼 리얼리티, 즉 가상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거대 로봇 미니 마라톤 대회라든가 로봇 격투 대회를 통해서 누군가는 떨어지고 다른 누군가는 합격을 하게 되면서 점점 거대 로봇 파일럿이 되는 지점으로 달려가게 된다. 소설은 경쟁자들 간에 흔히 벌어질 수 있는 신경전이나 갈등을 다루는 동시에 연대 의식도 다루고 있다. 흙수저 출신에 겉보기에는 재능도 크게 없어 보이던 우람의 룸메이트 정훈은 순전히 정신력으로 오디션을 버티다시피 하고 있다. 가상 미니 마라톤 대회에서 고전했던 정훈에게 파일럿과 로봇이 어떻게 한 몸이 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우람. 이것을 계기로 그들은 서로에게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주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여의사에게 진료를 받은 우람은 그녀에게 자신이 여자인 것을 들키게 된다. 옥신각신하던 와중에 막내 작가인 서진에게도 들키게 되는 우람. 서진의 경우는 우람이를 남자일 거라 생각하고 팬으로서 계속 지지해왔던 터라 더욱더 실망이 커 보인다. 그러나 이 책에서도 어느 정도 여성들만의 연대 의식은 뚜렷하게 드러난다. 그들은 우람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모종의 합의에 도달하게 된다. 오디션이 끝나는 그때까지 입을 다물고 있기로. 그렇다면 우람은 과연 끝까지 들키지 않고 그녀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소설은 우리가 흔히 가지고 있는 편견을 건드리고 있는 듯하다. 지금은 시대가 많이 변했지만 파일럿이라고 하면 흔히들 여성보다는 남성을 떠올리게 된다. 비행기 조종사들 대부분이 남성인데 아마도 비행기 조종시 체력적으로 힘들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 책에서도 묘사되었듯이 우람처럼 평균 남성들에 비해서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강한 여성들도 대단히 많다. 책을 읽기 전에 누가 보람이가 오빠고 우람이가 여동생이라고 생각을 했겠는가? 생각을 뒤집어보는 재미있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은 좀 더 발전된 사회를 위해서는 성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언젠가는 국회 의사당 뚜껑이 열리고 거대 로봇이 하늘로 날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재미있는 상상과 더불어 성역할에 대한 기존 상식을 뒤집게 해준 좋은 소설 [프로젝트 브이]
*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