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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로 다시 돌아가 널 살리고 싶어
우대경 지음 / 델피노 / 2023년 4월
평점 :
생각지도 못한 누군가의 악의로 아들을 잃게 되었지만 두 번째 기회를 얻게 되는 엄마의 이야기인 [그날로 다시 돌아가 널 살리고 싶어] 다소 진부한 말이겠지만, 부모를 잃은 자식은 부모를 땅에 묻지만 자식을 잃은 부모는 자식을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자식을 잃은 슬픔은 그 어떤 슬픔보다도 진하고 오래가는 법이다. 지금은 떠나고 없는 아들 지훈이를 향한 절절한 그리움과 살인자에 대한 처절한 복수심이 아주 생생하게 그려지는 소설인 [그날로 다시 돌아가 널 살리고 싶어]. 만약에 소설 속 주인공 은서처럼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세상 모든 자식 잃은 부모들은 천 번이고 만 번이고 다시 돌아가서 과거를 바꿀 것이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아주 예전에 봤던 영화 [타임머신]이 생각났다. 주인공 과학자의 여자친구가 그만 강도의 손에 목숨을 잃게 된다. 그는 타임머신을 개발하여 과거로 돌아가 여자친구의 목숨을 구하려 하지만 다시 살아난 그녀는 매번 다른 이유로 죽음을 맞이한다. 안타깝지만 이미 일어난 일은 잊고 현실을 살아가라는 메시지가 있던 영화였다. 이 책 [그날로 다시 돌아가 널 살리고 싶어]도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종의 판타지 소설이다. 이번에는 영화 [타임머신] 과는 달리 제발 주인공이 아들을 구하고 행복한 결말을 맞이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강했다. 과연 이야기는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주인공 은서는 현재 딸 에리와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속 한구석에는 커다란 슬픔이 자리하고 있다. 아들 지훈이가 학창 시절 학급 친구가 농약을 탄 커피를 마시고 목숨을 잃었던 것이다. 슬프지만 딸을 위해서 살아가고 있던 그때, 직접적인 살인의 피의자는 아니지만 살인이 일어날 거라는 걸 알고도 방관했던 지훈의 동창생 성태가 찾아온다. 은서는 성태의 방문을 매몰차게 거절하지만 성태는 그녀가 반드시 자신의 말을 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복막암이라는 불치병에 걸린 성태는 죽기 전에 자신의 잘못을 되돌리고 싶다고 말하고 은서만이 그 일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저승에서 거래를 했다는 성태는 자신의 일기장을 읽으면 성태 자신의 모습으로 은서가 과거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과연 그의 말은 진실일까?
일종의 다중우주론? 을 이야기하는 듯한 소설이었다. 여러 번 과거와 현재를 왔다 갔다 하게 되는 은서. 그녀가 과거에 어떤 선택을 했냐에 따라서 현재의 모습이 조금씩 바뀐다. 마치 과거에서 현재 그리고 미래로 이어지는 여러 갈림길 중에서 매번 다양한 길을 택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흥미로웠다. 여자친구의 인생을 위해 주인공이 여러 번 과거를 바꾸는 영화 [나비효과]가 살짝 생각나기도 했다. 아들 지훈이를 무사히 살리고 행복한 미래를 맞이할 수 있을지, 그리고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고도 촉법소년법 덕분에 멀쩡히 거리를 쏘다니는 살인자 종오에게 사이다 같은 복수를 할 수 있을지, 너무나 궁금해졌다. 그녀가 과거로 돌아갈 때마다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손에는 식은땀이 쥐어질 정도로 긴장감과 스릴감이 있었다.
그냥 멀쩡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 소설이었다. 판타지 장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런 종류의 판타지 소설은 환영한다. 사람은 누구나 과거에 저지른 실수나 불행을 되돌리기 위해서 과거로 돌아가고 싶을 것이다. 아들의 죽음이라는 깊이 없는 불행의 구덩이에 빠졌던 엄마에게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두 번째 기회는.. 어쩌면 너무 당연한 상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은서가 아들 지훈을 죽음으로부터 구해내는 결말이야말로 궁극적인 해피엔딩이라 하겠지만.. 사실 운명이란 게 그리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다. 과연 이 이야기의 결말은 어떻게 끝이 날 것인가? 살다 보니 한 번씩 기시감이 들 때가 있었다. 왠지 현재 내가 경험하고 있는 것을 예전에 경험해 본 것 같은 느낌? 아마 꿈속에서 다른 차원의 내가 있는 우주로 다녀왔는지도 모르겠다. 자식 잃은 엄마의 절절한 슬픔과 분노가 판타지를 만나서 새롭게 거듭난 작품 [그날로 다시 돌아가 널 살리고 싶어]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