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온도가 전하는 삶의 철학
김미영 지음 / 프로방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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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당신의 삶은 몇 도인가요?

책 표지에 나와 있는 질문을 보면서 문득 생각에 잠겼다. 지금 나의 삶을 온도계로 재어본다면 과연 몇 도일까? 아마도 너무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정도의 온도가 아닐까 싶다. 크게 즐거운 일도 없지만 그럭저럭 나쁘지도 않은 상태. 이 책 [기억의 온도가 전하는 삶의 철학]에서 등장하는 저자의 삶의 온도는 어떠했을까? 마치 봄, 여름, 가을, 겨울처럼 그녀는 총 4개의 장을 통해서 따뜻함, 뜨거움, 싸늘함 그리고 차가움의 온도를 띄는 삶의 기억을 전달한다. 누군가의 딸, 아내 그리고 엄마로 살았던 충실히 살았던 삶에 대한 기억을 때로는 솔직하게, 때로는 감동적으로 전달하는 그녀의 책 안으로 들어가보자.

" 지금도 생각난다. 밤새 눈이 펑펑 쏟아지던 어느 추운 겨울밤, 안방을 가득 메운 커다란 이불 위에서 한땀 한땀 시침질을 하던 엄마의 따뜻한 모습이 "

1장 : 따뜻했던 기억들에 나와 있는 이야기들 중에서는 특히 이불에 관한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다. 나의 경우 어릴 적에 주택에 살았는데, 아파트보다는 보온이 덜 되는 곳이었다. 온돌로 되어 있기에 방바닥은 뜨끈한 편이었지만 벽을 타고 들어오는 바람 때문에 항상 코끝이 서늘했다. 그런 밤이면 어머니가 꺼내놓은 무거운 솜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것만큼 좋은 일이 없었다. 저자 김미영씨도 빳빳하게 풀을 먹인 이불홑청과 봉황새, 푸른 소나무, 솔방울이 수놓아진 솜이불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한다. 커다란 이불 안에서 정서적인 안정감을 키워나갔다는 말과 이부자리에서 엄마의 따뜻한 손길을 느꼈다는 말에 큰 공감을 느꼈다.

“ 언뜻 그 할머니의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순간 심장이 멎는 듯 했다. 아파서 거동조차 못하는 엄마와 너무도 닮았던 것이다.”

2장: 열정적이었던 기억들에서는 낯선 할머니의 모습에서 엄마의 모습을 발견하는 저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너무 아파서 거동조차 못 하는 엄마, 그런데 그렇게 아픔에도 불구하고 병원을 고집스럽게 거부하는 바람에 아픈 엄마를 어쩔 수 없이 그대로 내버려둘 수 밖에 없던 저자. 안타까워하면서도 동시에 무기력할 수 밖에 없는 딸의 처지가 너무나 공감이 되었다. 그러다가 저자는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난 폐지 줍는 할머니가 엄마와 대단히 많이 닮아 있는 걸 보게되고 기다렸다가 할머니에게 빵과 우유를 건네준다. 아픈 엄마 때문에 괴로워하던 저자는 그런 식으로라도 위로를 받게 된다.

“ 난 내 아이의 게임 중독, 스마트폰 중독을 미리 막지 못했던 고개 숙인 엄마 중의 한 사람이었다. 물론 지금은 고등학생이 되었고, 그로 인해 게임에서 공부 쪽으로 방향을 돌리긴 했지만 불과 수개월 전까지만 해도 우리 가정은 무척 삭막하고 싸늘한 분위기였다.”

3장 싸늘했던 기억들 속에는 아이가 게임 중독에 걸리게 되면서 겪게 되는 저자의 웃지 못할 상황들이 펼쳐진다. 밤새 게임을 하느라 소진된 체력으로 겨우겨우 학교에 등교하던 아이의 모습, 마치 어두운 늪 같던 판타스틱한 게임 화면에 빠져들어서 점점 난폭하게 변해가던 아이를 지켜만 봐야했던 엄마의 안타까운 심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주위에 이런 가정들을 숱하게 봐왔기 때문에 너무나 이해가 되었다. 미래를 위해 공부에 전념해야 할 학창 시절이 게임으로 인해서 엉망이 되어갈 때의 심정.. 겪어본 부모님들을 다 알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시절 아이가 학원을 가지 않게 되면서 매달 사교육비를 아껴 큰 아이에게 더 큰 지원을 해줄 수 있었다는 저자의 말이 웃프게 다가왔다. 세상의 모든 부모님은 아이의 방황을 가슴 졸이면서 지켜보고 어서 돌아오길 바랄 것이다.

" 기억! 나의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기억들, 그 기억들 속에는 각각의 따뜻함과 뜨거움, 싸늘함과 차가움 등과 같은 온도가 느껴진다 "

기억이 온도로 다가온다니...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였다. 그런데 그러고 보니 가끔 머리 속을 스쳐가던 기억의 느낌이 각각 달랐다는 생각이 든다. 따스하게 쏟아지던 봄의 햇빛, 차갑게 몸에 튀던 물방울들, TV밖으로 흘러나오던 뜨거운 함성 등등 생생하게 느낌으로 기억되는 장면들이 있기는 하다. 어머니의 솜이불이나 남편의 주말 레시피와 같은 따뜻한 기억들과 시월드와 어머니의 죽음처럼 추웠던 기억들까지 저자는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주기도 하고 한꺼번에 얼어붙게 만들기도 하는 여러 추억들을 독자들과 공유한다. 읽어보니 공감가는 부분이 정말 많았고 이 책 덕분에 과거에 묻어놨던 여러 기억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소탈하면서도 따뜻한 내용이 많았던 [기억의 온도가 전하는 삶의 철학]을 모두가 읽을 만한 좋은 에세이로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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