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요괴상점
기구름 지음 / 씨엘비북스(CLB BOOKS) / 2023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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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 장터 외진 골목, 이상한 이름의 상점이 있다.

글자 그대로 요괴를 사고팔거나, 요괴를 잡아들이는 곳

조선 팔도에 끊이지 않는 요괴 사건을 해결하는 한성 요괴 상점이었다.

한성 요괴 상점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모두들 매우 평범한 삶을 영위했을 것 같은 평화로운 조선 시대에도 역병과 환란을 일으켰던 요괴들이 들끓었다니?! 이 책 [한성 요괴 상점]은 기상천외한 요괴들이 등장하며 세상을 어지럽혔던 판타지 조선 속으로 독자들을 이끌고 들어간다. 책에는 가끔씩 들어봤던 요괴 두억시니뿐만 아니라 새로운 요괴들도 많이 등장한다. 서양의 호러 스토리에 자주 등장하는 목 없는 기사, 즉 머리 없는 요괴인 무두귀 같은 존재도 있다. 독특하고 기이한 요괴들도 재미의 요소이지만, 이 [한성 요괴 상점]이 재밌는 이유는 역시 독보적인 캐릭터, 주인공 최한기 때문이다. 한순간에 부모의 실종으로 혈혈단신으로 요괴를 물리쳐야 하는 운명을 맞닥뜨리게 되지만 특유의 호연지기와 유머감각(?)으로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애송이 요괴 사냥꾼, 엽과 한기의 활약으로 들어가 본다.

한밤중 한기는 채 잠에서 채 깨어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집이 불타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정신은 깨어났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 상태. 그런데 집은 폭삭 주저앉을 정도로 타버렸지만, 한기는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은 채 살아남는다. 알고 보니 그 전날 어머니가 준 적룡 혈담이라는 환 덕분에 살아났다는 걸 알게 된 한기. 다가올 재난을 어머니가 미리 예측하셨다는 생각에 부모님에게 어떤 변괴가 일어나지 않았나 싶어서 서둘러 부모님이 운영하시던 한성 요괴 상점으로 달려가지만 가게는 누군가에 의해서 쑥대밭이 되어 있는 상태이고 부모님의 행방은 묘연하다. 평소에 부모님께서 하시던 말씀에 힌트를 얻어서 매화나무 곁을 파본 한기, 거기서 요괴 화첩과 아버지의 편지를 발견하게 되는데.... 조선에서 알아주는 신출귀몰한 요괴 사냥꾼들인 부모님이 갑자기 사라지신 이유는 뭘까?

한편, 후농리라는 마을에서 마진이라는 역병이 돌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하나둘씩 죽어 나간다. 혜민서에서 나온 의녀와 의원들이 약과 탕제를 처방하지만 환자들은 차도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삿갓을 쓴 낯선 사내가 후농리를 찾아오고 그가 건넨 검은 환약을 먹은 방산댁과 그녀의 딸이 차도를 보이게 된다. 불법적인 의료 행위라고 주장하며 환약 복용을 뜯어말리는 의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떠돌이 삿갓 사내의 환약을 먹은 마을 사람들은 모두 완쾌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진다. 그러나 차가운 인상착의의 삿갓 사내 이야기를 들은 한기는 곧바로 무시무시한 요괴 두억시니를 떠올리게 된다. 요괴 화첩에 따르면 요괴 두억시니가 마을에 나타나면 사람들이 전염병에 걸리고 끝내는 머리가 터져 죽는다고 하는데, 마을을 떠돌아다니며 환약으로 병을 낫게 만드는 삿갓 사내의 정체는 진짜로 무엇이란 말인가?

요괴가 등장하는 장르는 자칫하면 너무 유치해지거나 소설로서의 설득력을 잃을 수 있다. 그러나 기구름 작가의 "한성 요괴 상점"라는 요괴와 조선시대라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의 완벽한 조화를 보여준다. 글을 읽다 보면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우리나라 고유의 옛 요괴들이 생명력을 갖추고 생생한 존재감을 내뿜는다. 한국인 특유의 해학과 풍자가 곁들여져서 요괴라 해도 크게 잔인하거나 무섭지 않다는 면도 좋았다. 예를 들자면 마을의 수호신 장승이 두억시니의 침략을 막아내지 못해서 괴로워하고 머리 없는 요괴인 무두귀는 가족들이 누군가의 손에 몰살을 당한 뒤 생긴 한으로 인해서 요괴가 된 케이스였다. 그런데 정작 무서운 것은 바로 요괴들이 조선을 쑥대밭으로 만들게 하는 거대한 힘, 요괴들을 조종해서 조선을 삼키려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남긴 편지에 따르면 그는 허벅지에 북두칠성이 그려져 있는 요괴이다. 과연 한기는 거대한 위협으로부터 조선을 구할 수 있을 것인가?

실종된 부모님, 요괴들의 습격으로 인해 너덜너덜한 백성들, 그리고 누군가의 손아귀에 들어갈지도 모르는 나라의 운명... "한성 요괴 상점" 속 판타지 조선은 이제 애송이 엽괴 최한기의 손에 달려있다. 탄탄한 이야기 구성에 작가의 현란한 필력 덕분에 정말 시간 가는지 모르고 읽은 책이다. 특히 한기가 요괴들과 대적할 시 외우던 주문 때문에 여러 번 박장대소를 했다. 우스꽝스러운 주문이지만 그 주문에서 나오는 파괴력은 정말 대단했다. 무협지 같기도 하고 머털도사 같은 애니메이션을 본 것 같기도 하고, 어쨌건 애송이 요괴 사냥꾼이 진정한 영웅으로 탄생하는 것을 보고 싶다면 꼭 읽어봐야 할 책.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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