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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커튼 ㅣ 한국추리문학선 16
김주동 지음 / 책과나무 / 2023년 3월
평점 :
갑작스러운 사고가 불러온 은밀한 추적
붉은 커튼이 숨기고 있던 비밀
많은 것을 극복했지만 죽음만은 극복하지 못한 우리 인간. 그래서 종교를 만들었고 신만이 우리를 구원해 줄 수 있다고 믿어왔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연 신이 우리를 구원해 줄 수 있는 존재인가?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구원할 수는 없는 것인가? 주로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의 주제로 많이 쓰여왔던 신, 죽음, 영원한 삶이라는 주제가 이 추리소설 [붉은 커튼] 속에 담겨 있다. 책을 읽다 보니 요즘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이비 종교단체가 떠올랐다. 이 책에 등장하는 미래파라는 종교 단체는 과학으로 영생할 수 있다고 신자들을 미혹하는 곳이다. 아들의 죽음과 아내의 실종 그리고 사이비 종교 단체를 둘러싼 미스터리를 짧고 간결한 문장으로 빠르게 풀어낸 추리소설 [붉은 커튼] 속으로 들어가 본다.
시골 할머니 집에 놀러 갔던 아들 지호가 뺑소니 사고로 죽은 뒤 아내는 매일 슬픔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그녀는 모든 게 남편, 즉 주인공 탓이라고 하면서 원망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실종된 아내를 찾아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던 남편은 아내가 근무하던 학교에서 귀신을 볼 수 있다는 한 여학생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그리고 주희라는 이름의 그 학생에게 지호의 영혼이 실려서 아내와 자신에게 죽음에 대한 결정적 메시지를 남겼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아내 나영이 주희와 함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하게 되는 주인공.. 아내를 찾아 주희의 고향 갈산으로 가게 되는데.. 과연 그는 아내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인가?
주인공의 직업은 기자이다. 그는 6개월 전부터 미래파라는 종교단체를 취재해오고 있었다. 이 단체는 과학으로 인간을 영생시킬 수 있다는 교리를 가진 단체인데 교주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후로 명맥만 유지해오고 있었다. 주인공은 지호의 죽음에 미래파가 어느 정도 관련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우연의 일치인지 아니면 필연적 결과인지 아내를 찾기 위해 내려간 경북 갈산이라는 동네는 완전히 미래파 신도들이 장악한 곳이었다. ( 이 대목에서 JMS 신도들이 가득하다는 한 지역명이 딱 떠올라서 소름이 끼쳤다 ) 아내가 실종되기 전 만났다는 미래파 신도들을 추적하며 아내의 흔적을 찾으려 하지만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녀의 흔적... 이상하게도 주인공이 만나는 족족 목숨을 잃게 되는 미래파 신도들... 이 조그만 마을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주인공과 미래파 신도들 간에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볼만했던 소설 [붉은 커튼] 아들의 죽음도, 아내의 실종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주인공이 끈질기게 단서를 얻어 가며 진실을 찾는 과정이 흥미진진했다. 스파이 소설을 방불케하는 심리전도 이 소설을 재미있게 하는 요소였다. 도대체 누구를 믿어야 할지 누가 누구를 위해서 일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 목숨을 위협당하는 상태에서 오직 아내를 찾겠다는 신념만으로 미래파와 대결하는 주인공이 짠하면서도 대단해 보였다. 그러나 추리 소설은 끝날 때까지 그 끝을 알 수 없는 법..... 독자들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막판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붉은 커튼 너머에서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과연 무엇일까? 끝부분에서 기억의 왜곡이라는 부분도 첨가가 되는데 역시 깜짝 놀랄 만한 반전은 추리 소설의 백미라는 생각도 들었다. 죽음과 영생, 신과 구원이라는 다소 무거운 메시지를 품었으나 가독성은 높았던 추리소설 [붉은 커튼]
*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