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박물관
김동식 지음 / 요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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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경험한 순간들이 동상으로 만들어져서 박물관에 전시된다면 기분이 어떨까? 매우 기뻤던 순간 혹은 슬펐던 순간 아니면 너무나 행복했던 순간 등등 떠올리기만 해도 코끝이 찡해지는 순간이 실제로 눈앞에 펼쳐지게 된다면 감개무량할 것 같다. 김동식 작가의 초단편 소설집 [인생 박물관] 중 같은 제목의 이야기에 그런 내용이 담겨 있다. 사진으로 밖에 남아있지 않은 추억들이 동상으로 제작되어 박물관에 전시되고 주인공이 꿈을 통해서 그 작품들을 만난다는 설정.. 신비롭기도 하고 가슴 찡하기도 한 설정이었다. 이처럼 이 책 [인생 박물관]은 굉장히 짧지만 강력한 한 방의 감동이 있는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다.

[회색 인간]이라는 책으로 김동식 작가를 처음 만났었다. 판타지, 공상과학 등등 장르적 색채가 강한 이야기임에도 사회적 문제와 인간다움 등을 이야기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었는데, 지금 [인생 박물관]이라는 책을 읽고 난 뒤의 느낌도 그러하다. 틀은 장르이지만 결국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 우리가 착하게 살아야 하는 이유 "이다. 점점 더 각박해지고 인간미를 잃어가는 세상에 내리는 조용한 단비 같은 느낌이다. 조금 다르게 표현한다면 약간 현대적인 느낌의 우화집 같기도 하다. 짧은 글이지만 서술 구조가 확실하고 인간에 대한 통찰력이 뛰어난 글들이라 재미가 있었다. 읽고 난 뒤에 더 큰 여운이 남는 [인생 박물관] 속으로 들어가 본다.

한 편의 소설집에 총 25편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굉장히 짧은 소설, 즉 초단편 소설들로 이루어진 책 [인생 박물관] 그런데 각 이야기 개성 있고 살아있다.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는 느낌이다. 25편의 이야기들 모두 인간의 본질, 즉 우리는 어떤 존재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나를 다루고 있는데, 주로 인간의 선한 의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마치 김동식 작가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듯하다. 우리는 가끔 스스로에 대해 너무 박하게 점수를 매기고 너무 가혹하게 평가하는데 이제는 그러지 말자. 우리는 악하기도 하고 선하기도 하다. 그러나 주로 선하게 살아가겠다는 의지 쪽을 택하는 존재이기도 하다고 말이다. 이야기들 중 인상 깊었던 몇 가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면,

단편 [ 자살하러 가는 길에 ] 음주 운전자의 손에 아내와 아들을 잃은 주인공. 더 이상 살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부산에 있는 특정 장소로 자살하러 가기로 마음먹는다. 가던 중에 빨간 불에 길을 건너다가 사고를 당할 뻔하고 기차에서 도시락을 먹다가 소스를 흘려서 좌석을 어지럽히고 마지막에는 카드기가 고장 난 택시를 탔는데 현금이 없다. 매번 상대편에게 심한 욕을 먹는 주인공.. 그러나 죽으러 가는 길이라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의 반응은?

단편 [인생 박물관]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노인은 주인공 민서에게 잠들기 전에 인생 박물관의 입장권을 써서 베개 밑에 넣어두고 자면 꿈속에서 인생 박물관에 들어가 볼 수 있다고 한다. 민서는 재미있겠다 싶어 노인이 시키는 대로 하고 실제로 꿈속에서 자신의 인생이 동상으로 표현되어 전시된 박물관에 들어가게 된다. 어떤 동상들은 과거를 떠올리게 해주지만 다른 것들은 미래를 예언하기도 하는데.. 그러던 어느 날 박물관에서 자신이 주저앉아 울고 있는 동상을 보게 되는 민서. 그 동상의 제목은 바로 [부모님의 죽음]이다. 화들짝 놀라서 깨게 되는 민서... 그녀에게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우리는 아주 사소한 이야기에도 약간의 반전이 있는 것을 좋아한다. 거기에 눈물과 감동 그리고 웃음이 있다면 금상첨화! 김동식 작가의 초단편소설집 [인생 박물관]에 등장하는 이야기에는 그러한 강력한 페이소스가 있다. 비극적으로 끝나는 이야기인가 했는데 해피엔딩이 살짝 버무려져 있고 복수에 관한 이야기인가 했더니 결국엔 진정한 복수는 용서라는 교훈을 심어놓았다. 어떻게 보면 너무 단순한 권선징악적인 시선 혹은 세상과 인간성에 대해서 너무 좋게만 보는 시선은 아닌가 싶다가도 결국 선이 악을 이기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고 싶은 작가의 마음이다 싶다. 세상과 인간에게 냉소적이거나 마음을 굳게 닫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반전과 페이소스 그리고 약간의 비틀기를 이용해서 재미있게 엮은 초단편 소설집 [인생 박물관]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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