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비한 여자들 - 최고의 쌍년을 찾아라
멜라니 블레이크 지음, 이규범 외 옮김 / 프로방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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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콘만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고, 누구든 다치게 할 수 있는 최고 등급의 사악함이 필요합니다.

쌍년처럼, 완전히 쌍년처럼요."

잘 만들어진 드라마는 배우 뿐만 아니라 제작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에게 부와 유명세를 안겨줄 수 있다. 시청자들은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며 그런 드라마를 시청하게 되지만 정작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그런 드라마의 제작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혹은 방송국 안에서 벌어지는 이권 다툼이나 권력 싸움 등등은 우리가 정작 알 수는 없다. 조금만 양념을 치면 드라마 뒷편, 즉 방송국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소설이나 영화로 만들어도 재미있겠다 싶었는데, 이 [무자비한 여자들 - 최고의 쌍년을 찾아라 ]가 바로 "팔콘만" 이라는 연속극을 제작하는 사람들, 특히 여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무지막지한 이야기들 - 배신, 복수, 질투 등등 - 을 다루고 있다.

소설 [무자비한 여성들] 은 현재 작가로 활동하고 있지만 "드라마의 여왕"으로 잘 알려졌다는 멜라니 블레이크의 두번째 소설이다. 아마도 " 드라마 제작 과정 " 을 속속들이 잘 알 것 같은 그녀의, 폭로에 가까운 글인 듯 하다. 각 등장 인물들의 성격이라든가 개성 등이 잘 드러나서 재미있는 것도 있었지만 배우들과 놀아나는 (?) 캐스팅 책임자나 아이를 낳고 난 이후 자꾸만 자리에서 밀려나는 여성 PD 의 모습 등등이 세계 어디서나 있을 수 밖에 없는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책은 드라마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여성들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더 좋았던 것 같다. 겉보기엔 화려해보이지만 마약 중독이나 사기, 거짓 그리고 배신이 판치는 무시무시한 연예계... 그 속으로 들어가보자

작은 섬에서 그림같은 배경을 두고 촬영되는 드라마 팔콘만. 전 세계적으로 40년 가까이 방영된 이 드라마는 한때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현재 이 드라마의 시청률이 반토막이 되면서 제작진들 사이에 살벌한 긴장감이 맴돈다. 드라마를 살릴 여러 아이디어 중에서 최고 등급의 사악함, 즉 쌍년을 찾아서 드라마에 투입해야 한다는 아이디어가 채택이 되면서 뭔가 돌파구를 찾은 듯한 제작진. 한편 방송국의 소유주가 매들린 케인이라는 여성으로 바뀌면서 모든 것이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아역 배우로 데뷔하여 이제는 작가로 역량을 넓힌 파라, 드라마 속 루시 딘 역할로 오랫동안 인기를 끌어온 캐서린, 그리고 총 책임자인 제이크의 아내이자 프로듀서인 아만다는 모두 드라마가 시작되던 시기부터 지금까지 제 역할을 충분히 해낸, 매우 유능하고 열정이 가득한 여성들이다. 그러나 매들린 케인은 비열한 총 책임자인 제이크와 결탁하여 모든 것을 뒤집고 여자들의 자리를 뺴앗으려 한다. 도대체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사실 드라마 팔콘만 뿐만 아니라 여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삶이 드라마 그 자체이고 각 개인의 삶이 이 소설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듯 하다. 방송국도 직장이고 직장에 만연한 차별과 권력 다툼 등이 여기서도 뻔히 들여다보였다. 우선 다른 직원의 아이디어를 마치 자기의 것인양 포장하는 거짓말쟁이 총 책임자 제이크 ( 이런 상사는 널렸다 ) 아이를 낳고 나서는 일과 양육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제대로 다룰 수 없어서 힘들어 하는 프로듀서 아만다 ( 그래서 보통 여자들이 경력이 단절이 되는 것이다) 실력이 충분하지만 남성 중심의 방송국에서 밀려날 처지에 있는 파라 ( 이런 경우는 너무 흔하다 ) 하지만 새로운 소유주가 오면서 벌어지게 된 소동 아래에서 오랫동안 함께 일하며 친구가 된 여성들이 서로 연대하는 모습은 참으로 보기 좋았다. 비록 어느 지점에서 서로 삐걱거리게 되지만....

섹스가 난무하고 거짓말, 질투, 속임수 그리고 복수... 이 소설은 한번 가속도가 붙으면 내려놓을 수 없는 그런 소설이다. 특히 각 인물들, 아무 작은 비중의 인물들이라고 그들의 사연이 어느 정도 소개되어 있는 점이 좋았다. 아역 배우로 데뷔해서 성 착취를 당했다던가 한때는 큰 인기를 끌었지만 성 스캔들이나 마약 중독 등으로 고생고생한 배우들의 사연은, 겉으로 보기엔 화려하기만 한 연예계의 어둡고 비밀스러운 치부를 드러내는 것 같아서 인상적이었다. 일종의 막장 드라마라고 하면 될까? 친구라고 믿었던 여자가 자기 남편과 놀아나고 있다면 기분이 어떨까? 이 소설 [무자비한 여자들]은 제목 그대로 커리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야심만만하고 열정적인 여자들의 이야기이다. 조금 가볍지만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으로 풍덩 빠지고 싶다면 이 [무자비한 여자들-최고의 쌍년을 찾아라] 속으로!

"남녀간의 전투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있다. 질투와 복수심과 야심이 그들의 우정을 갈라놓을까? 확실한 것은 가장 무자비한 여자가 살아남는다는 것. "

* 출판사가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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