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비스 탐정 길은목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김아직 지음 / 몽실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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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촌과 침수지역에서 발생한 다섯 명의 죽음

두개골이 모두 박살이 났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망해버린 지구... 처참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으려 악전고투하는 사람들... 얼마 안 되는 자원을 독점하고자 철저한 차별과 분리 정책을 시행하는 국가와 정부... 이 책 [노비스 탐정 길은 목]은 최악의 상황에 놓인 세상과 사람들의 모습을 굉장히 사실적이고 생생하게 그려낸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과 절망을 효과적으로 그려낸 " 범죄 미스터리 + 디스토피아 물 "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의 필력이 굉장히 좋고 주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 흔적이 보인다. 대중적인 장르이지만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진다는 점에서도 점수를 많이 주고 싶다.

대규모 침수 사태와 곧이어 발생한 전염병.. " 작은 종말 " 을 거쳐가면서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장애를 입고 살아간다. 세상은 그나마 여유 있는 사람들이 머물게 된 메가 시티, 침수 지역을 빠져나온 사람들이 어렵게 살아가는 난민촌, 그리고 만조가 되면 거의 건물들이 물에 잠기게 된 침수 지역으로 나뉘게 된다. 정부가 더 이상 개입하지 않는 침수 지역은 이미 해적들이 난립하여 마약 거래를 하고 사람들을 해하는 등.. 도저히 살아갈 수 없을 절망적인 지역이 되어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난민촌과 침수 지역에서 다섯 건의 투신 사고가 발생하게 되는데, 사망자들 모두 머리통이 완전히 터져버린 채 발견된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그들 모두 힘든 와중에도 사람들을 도와주던 선한 사람들이라는 것이었다. 그들이 투신하게 된 이유는 뭘까? 이것은 자살인가? 혹은 자살로 꾸며진 연쇄 살인인가?

한편, 한때는 침수 지역과 난민촌을 오가며 살아남기 위해 마약 배달을 했던 꼬마 길은목. 운 좋게도 한 기업 회장의 눈에 띄어 입양이 되었지만 10년이 흐른 지금은 노비스 수녀로 살아가고 있다. 은목은 따뜻한 빵 냄새에 이끌려 정 회장의 손을 잡았던 그때를 잊을 수가 없다. 자신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바람에 해적에게 인질로 잡혀있던 친구 윤수가 악어 수조에 던져졌을 것이기 때문에. 친구를 배신한 사람이 가게 된다는 주데카 얼음 연못의 악마 그림을 그린 이유도 친구에 대한 부채감 때문이었다. 그런데 악마 그림 때문에 불려간 원장님 사무실에서 은목은 뜻밖의 제안을 받게 된다. 메가시티 경찰도 반응하지 않는 5건의 연쇄 투신 사망 사고를 비공식적으로 조사해달라는 원장 수녀님의 부탁.... 아직 어리고 경험 없는 노비스 수녀 길은목은 과연 어디까지 알아낼 수 있을까?

따뜻한 빵 한 덩이도 제대로 구할 수 없는 세상에 신이 웬 말인가? [노비스 탐정 길은목]은 종교나 신을 논하는 형이상학이 조롱당하는 시대를 그려낸다. 절망적인 상황에 내몰리는 상황에서 우리 인간은 과연 어떤 삶을 살게 될까?를 묻고 있는 듯하다. 선한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세상... 신을 등지고 빛을 거부하고 악마가 되어버린 사람들을 그려낸 소설이라 생각했는데,,, 웬걸, 소설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급선회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반전 덕분에 대단히 신선했던 이야기이다. 신은 우리에게 선악을 구분하고 선한 의지대로 살아나갈 선택권을 주지 않았을까? 이 책을 읽으니 어려운 시대일수록 더욱더 형이상학과 신에 대한 믿음이 빛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다.

소설 속 이미지들이 떠오르면서 정말 재밌게 봤던 여러 SF 영화들이 떠올랐다. 어릴 때 봤던 " 블레이드 러너 " 와 " A.I. " 등등을 보면서 느낀 감정의 파도 - 분노, 절망, 비애, 슬픔 등등등 - 을 여기서도 느꼈다. 우리 인간은 정말 많은 것을 이뤄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물질문명이 발달했고 앞으로도 기술은 점점 더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동시에 인간의 오만함도 하늘을 찌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신을 부정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도 어쩌면 우리가 이미 신의 영역에 들어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지.... 이 책을 통해서 작가가 우리들에게 뭔가 잃어버린 게 없는지 묻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신을 잃고, 엄마를 잃고, 그리고 우리 자신까지 잃어버리게 되는 건 아닐까?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고 깊이 있어서 놀랐던 작품 [노비스 탐정 길은목]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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