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 마그리트의 연인 2
유지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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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고도... 나의 모든 것을 그에게 고백하고도...

우리는 서로 사랑할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가 괴물이어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괴물이어서, 서로의 상한 영혼을 알아봤던 것이 아니었을까? "

1편에서 급성 백혈병을 앓고 시한부 판정을 받은 뒤 희주의 공방에 와서 미술 치료를 시작한 수현. 킬러의 삶을 살면서 스스로 괴물이라 생각했던 수현은 일주일에 한 번씩 미술 치료를 받으며 깊은 무의식 속 숨어있던 본인의 인간적인 면을 발견하게 된다. 거의 삶을 포기하고 있었기에 죽음을 기다렸던 입장이지만 수현을 걱정해 주고 지지해 주는 여자 희주를 깊이 사랑하게 되면서 살고 싶다는 의지도 품게 된다.

2편에서도 그들은 여전히 치료사와 환자로서 만남을 지속하게 되지만 이번 편에서는 희주와 수현을 평생 불행하게 만들었던 살인 사건들, 그 사건들의 중심에 있는 진실이 만천하에 드러난다. 그리고 1편에서는 주로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면서 더듬어가듯 사랑의 감정을 느껴가는 희주와 수현의 로맨스가 주로 스토리에 녹아있다면, 2편에서는 희주 어머니의 살인 사건을 맡아 조사했던 형사의 아들인 정우성 형사가 본격적으로 다시 사건을 들여다보게 되면서 수현이 저질렀던 과거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 심판의 칼날이 좀 더 수현에게 가까이 다가왔달까? 1편에 비해서 좀 더 스피디하고 흡인력 있다고 느껴졌던 [르네 마그리트의 연인] 2편으로 들어가 본다.

여전히 과거에 자신이 저질렀던 결정적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는 수현. 희주는 콜라주라는 미술 기법을 통해서 그의 무의식 속 숨어있는 기억들을 끄집어내려고 애쓴다. 희주는 수현에게 "안전한 장소"에 대한 콜라주와 그의 기억 속 "어두운 장소"에 대한 콜라주를 만들어 보라고 한다. 새 둥지와 기타 그리고 하얀 꽃잎으로 "안전한 장소"를 만든 수현. 희주는 이미지에 대한 분석을 통해 수현이 생각하는 안전한 장소가 그들이 미술 치료를 하고 있는 그 공방이라는 사실을 알고 감동한다. 그러나 문제는 "어두운 장소"에 대한 콜라주. 수현은 검붉은 꽃잎과 눈물을 흘리는 나신의 여인 등등을 떠올린다. 더불어 얼굴 없는 여자아이와 피를 흘리는 초승달이라는 악몽을 자주 꾼다고 이야기하는 수현... 그들을 가로지르는 사건의 핵심 비밀이 숨어있는 이미지들.. 정신분석을 통해 희주가 알게 될 진실은?

한편 우성은 미국 유학 시절 자신이 배웠던 마이크로 익스프레션이라는 기법, 즉 얼굴 근육의 미세한 변화를 통해 누군가의 감정을 알아내는 기법을 통해서 과묵한 남자 수현의 감정을 짚어낸다. 흑곰이라 불리는 한 조폭의 장례식에서 만나게 된 수현이 흑곰의 딸을 바라봤을 때의 얼굴 표정을, 자신이 배운 기법과 비교해 보고는 그가 죄책감이라는 감정을 느꼈던 사실을 알아내는 우성. 수현이 왜 흑곰의 딸에게 죄책감을?? 결국 우성은 과거 몇 년 동안 벌어졌던 조폭 관련 살인 사건들과 수현이 어느 정도 관계가 있을 거라고 추측하게 되는데,,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희주와 수현,, 이들의 운명은 과연?

나의 삶을 망가뜨린 장본인을 사랑하게 된다면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희주와 수현은 마치 서로 물고 물리는 두 마리의 뱀처럼, 혹은 얽히고설킨 등나무처럼 복잡하게 꼬여버린 운명과 마주하게 된다. 표지에 나와 있는 것처럼 서로에 대해 알지 못하고 턱하니 사랑에 빠져 버리게 된 것. 개인적으로 첫눈에 반하는 사랑을 믿지 않고 만약에 친구가 그런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면 따라다니면서 잔소리를 하고 간섭을 하겠지만, 이들 두 사람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 첫눈에 반한 사랑 " 은 응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천년 혹은 만년 아니면 억겁을 뛰어넘은 생의 끝에 만나게 된 인연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열정적이고 순수한 사랑이기 때문이다.

원래는 이렇게 격렬한 감정이 수반되는 사랑 이야기는 내 취향이 아니다. 처음에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좀 너무 신파적이고 과도하게 비극적인 설정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었다. 킬러로 길러진 아름다운 남자 수현, 백혈병에 걸려 죽음만을 기다리다가 운명적 사랑을 만난 상황 등등 그리고 꼬일 대로 꼬여버린 운명이라든가, 현실감도 많이 떨어지고 너무 작위적이다 싶은 생각도 들었는데... 그러다가 문득 책에 빠져들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세상은 요지경이고 별별 일이 다 있으니 이런 상황이 없으란 법도 없다는 생각이 들 만큼 나중에는 설득력 있게 다가왔달까?

미술치료를 통해서 무의식이 이렇게 드러날 수 있다는 것도 너무 신기했고 정우성 형사의 마이크로 익스프레션이라는 얼굴 표정 분석 기법도 신기했다. 무엇보다도 얄궂은 운명도 극복해 내는 희주와 수현의 뜨겁고도 순수한 사랑이 정말 인상 깊었다. 감정적으로 깊게 몰입하게끔 만들었던 책 [르네 마그리트의 연인]

* 출판사가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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