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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마그리트의 연인 1
유지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1월
평점 :
살인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소년은 결국, 용서받을 수 있을까?
당신은 인간 내면의 감출 수 없는 본성을 피할 것인가, 마주할 것인가?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남의 목숨을 빼앗아가며 살아가는 남자 수현. 매번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죽음의 굿판을 벌이는 냉정한 킬러이다. 그러나 그런 그에게도 이 일은 쉽지 않았던지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된다. 의사는 포기하지 말라며 치료를 권하지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죽음을 기다리는 듯한 이 초연한 남자는 치료받기를 거부한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우울증 때문에 치료를 거부하는 것으로 생각한 정신과 의사의 권유에 의해서 수현은 미술 치료를 받게 된다.
한편 미술치료사인 희주는 자신의 공방에 찾아온 환자 수현을 보고 두려운 마음을 품게 된다. 그냥 단순 환자라고 생각했던 사람의 눈빛이 너무나 냉혹하고 살기까지 어렸기 때문. 하지만 그가 그린 그림을 통해 들여다본 그의 마음은... 그녀가 예상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악과 선, 강함과 약함, 어른과 소년.. 그의 마음속에는 이렇게 서로 상충하는 면이 함께 들어 있었던 것. 눈빛에 살기를 띄고 무표정하며 잔인해 보이는 한 남자에게서 소년 같은 순수함을 발견하게 되는 그녀.
이 책 [르네 마그리트의 연인]은 설정 자체가 굉장히 복잡하고 흥미진진하다. 어릴 적에 엄마가 누군가에게 살해되고 평생 그 기억에 갇힌 채 살아가는 여자 희주. 유명 화가였던 엄마가 남긴 유작을 팔아치우고 젊은 여자와 결혼해 버린 아버지에 대한 배신감 때문에 그리고 유학을 가서 만난 연인에게 버림을 받고는 거의 마음의 문을 닫은 채 살아온 그녀. 그런데 환자로 찾아온 수현도 굴곡 있는 인생이라면 만만찮다. 부모님을 잃고 보육원을 전전하다가 너무나 그리워했던 사랑하는 누나와 함께 살게 된다. 누나와 함께 산 2년은 천국이었다. 그러나 함께 산지 채 2년도 되지 않아서 누나가 한 공사장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다. 이후로 삶의 의미를 잃은 채 킬러로 살아온 인생.. 스스로를 끔찍한 괴물이라 믿으며 죽음이 찾아온 것을 반기고 있었는데, 그런데,, 살고 싶게 만드는 여자가 나타났다!
사실 희주는 자신의 엄마를 죽인 살인자를 찾아달라고 흥신소에 의뢰를 해놓은 상태였는데 그 흥신소에 소속된 킬러가 바로 수현이었던 것. 이렇게 의뢰인과 킬러가 치료사와 환자로 만나게 되었다. 희주는 수현이 킬러란 사실을 아무것도 모른 채 일주일에 한 번씩 그를 만나게 되는데, 수현이 그리는 그림을 통해 황폐해 보이는 그의 내면 속 깊은 곳에 숨어있는 순수함에 점점 끌리게 된다. 누나가 죽은 이후로 마음에 빗장을 굳게 걸은 채 살아온 수현도 미술 치료를 통해 점점 마음을 열면서 희주에게 빠져들게 된다. 그러나 그들이 몰랐던 치명적인 비밀이 있었으니...
[르네 마그리트의 연인]은 어릴 적 봤던 홍콩 누아르 영화를 떠올리게 했다. 비정하고 잔인한 살인 사건과 피의 복수가 있으나 그 이면에 소년과 소녀가 손 맞잡고 동산을 거니는 듯한 순수함이 엿보인다. 평소에는 냉혈하고 무자비한 킬러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목숨이 아깝지 않은 남자의 순정이 두드러진달까? 이 책은 그러나 이런 드라마적인 요소 이외에도 수현이 미술치료를 할 때 받는 정신분석 과정이 대단히 흥미롭다. 마치 진짜 수현이라는 사람이 그린 것처럼 그가 그린 그림이 사진으로 등장하고 희주가 꼼꼼하게 분석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단순히 그림 하나 만으로도 환자의 심리를 낱낱이 분석해 내는 희주의 능력에 감탄을 했고 동시에 내가 미술치료를 받는다면 나의 무의식은 나에 대해 무슨 이야기를 해줄까? 하는 궁금증도 생겼다.
스릴러 로맨스? 혹은 로맨틱 스릴러? 정확하게 규정할 순 없겠지만 이 책은 두 가지 요소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냉정한 분석 뒤에는 서로를 향한 뜨거운 애정이 느껴지는.. 그런 독특한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 1권 밖에 읽지 못했지만 굉장히 흥미로워서 2권을 빨리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 치 앞의 운명도 모른 채 서로에게 빠져드는 연인을 그리는 소설 [르네 마그리트의 연인] 1
* 출판사가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