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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질주 ㅣ 안전가옥 쇼-트 17
강민영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12월
평점 :
[전력 질주]를 읽고 나니 내가 수영을 처음 배웠던 날이 문득 떠올랐다. 어색했던 수영복과 너무 꽉 끼는 수영모 때문에 안 그래도 불편했는데 1시간을 꼬박 발로 물장구치는 연습만 했었다. 뭔가 멋있고 화려한 영법을 배울 것을 기대하고 갔으나 수영 초보자의 현실은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몇 년이 흐르고 열심히 수영장을 다닌 결과, 나는 접영을 배울 수 있었고 똑같은 수영모를 쓴 아줌마들 사이에서 물살을 가로지르는 한 마리 돌고래가 되어 있었다. 오랫동안 내 삶의 버팀목이 되어준 운동인 수영,, 그런데 이 책 [전력 질주] 속 주인공들이 재난을 만난 장소가 하필이면 수영과 달리기를 할 수 있는 생활 체육관이라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다. 장마로 인해 침수되어 점점 무너져가는 건물을 탈출하는 생존기를 그리는 소설 [전력 질주]
" 실제 나이는 20대인데, 신체 나이는 80대라고요. 지금까지 이런 몸 상태로 어떻게 버텼어요? "
[전력 질주] 속 주인공 중 한 명인 진은 온몸이 아파서 간 정형외과에서 신체 나이가 80대라는 소리를 듣고는 깜짝 놀란다. 걷기와 달리기를 통해서 신체 나이를 끌어올려 보려고 애쓰는 그녀. 하지만 오히려 여기저기 다치기만 한다. 그런 그녀를 보다 못한 의사는 진에게 다치지 않는 운동인 수영을 해보라는 처방을 내리고, 진은 의외로 수영이 자신에게 잘 맞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야근을 한 다음날에도 수영장에 갈 만큼 열심히 훈련을 한 결과 진은 바다 수영에 도전하게 되고, 결국엔 전국 여성부 수영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얻게 된다.
"뛰어서 회사 출근 안 한 지 꽤 되었죠? 왜, 항상 형광색이 이렇게 멋있게 있는, 그 예쁘게 생긴 운동화 신고 왔잖아요."
한편, 또 다른 주인공인 설은 회사에 달리기로 출근할 만큼, 달리기가 생활화되어 있다. 그러나 장마철이 왔고 밖에서 뛰다가 물웅덩이에서 미끄러진 경험을 한 후, 현재는 열흘째 달리기를 쉬고 있다. 마라톤 대회를 비롯한 여러 대회를 목전에 두고 있는 터라 일요일 오후 이렇게 쉬고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던 설은 거대한 트랙을 실내에 설치했다는 송도 트라이 센터를 찾게 된다. 매우 훌륭한 시설 안에서 열심히 훈련을 하고 있던 중, 아주 미묘하지만 분명한 '텅' 하는 소리를 듣게 되는 설. 지하 5층에서 4층으로 이어지는 에스컬레이터에서 계속 소리가 난다는 것을 알게 되고, 찝찝한 마음에 에스컬레이터로 다가간 설은, 레일 끝자락에 겨우 매달려 있는 진과 그 밑으로 넘실대는 잿빛의 탁한 물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것이 과연 무슨 일일까?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 17 [전력 질주]는 요즘 기후 변화가 극심한 우리나라에서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재난과 그 재난에 대처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삶을 변화시킨 수영과 달리기, 그러나 하필이면 진과 설이 휴일에 훈련을 위해서 찾은 곳이 바로 송도 트라이 센터였다. 장기간 내린 비 때문에 신도시의 주거지가 침수되었고 송도 트라이 센터가 그 중심지에 있었던 것. 건물 안으로 들이닥친 거대한 물로 인해 지하층이 무너지고 에스컬레이터가 부서졌으며, 정전으로 인해 앞이 거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점점 불어나는 물은 그녀들의 목숨을 시시각각 위협하게 된다. 그러나 각종 대회에서 상을 휩쓴 진과 설이 아니었던가? 누구보다 빠른 그들의 팔과 다리, 그리고 서로를 위한 마음은 위기 상황에서 그녀들을 구출해내는데......
재난 상황이라는 게 멀리 있지 않구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 책 [전력 질주]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기후 변화로 인해서 언제 어떻게 재난과 맞닥뜨리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 책의 주인공 허진과 김설은 각종 대회에서 만나게 되는 일종의 라이벌 관계이지만 우연하게도 재난의 상황에서 맞닥뜨리게 되면서 서로 연대하게 된다. 그러면서 서로의 약점과 아픈 곳을 알게 되면서 더욱더 끈끈한 관계를 만들어간다. 과거 반려견을 바다에서 잃어버린 트라우마 때문에 수영을 두려워하는 설과 무릎을 크게 다친 경험 때문에 달리기를 두려워하는 진. 그러나 이들 둘이 힘을 합치게 되면서 위험천만한 상황에서도 용감히 대처해 나가는 그녀들의 든든한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우리들은 약하지 않고, 외롭지도 않다! 위기 상황에서 오히려 더 큰 힘을 발휘하고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용감한 여성들의 이야기 [전력 질주] 였다.
* 출판사가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