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할 수밖에 네오픽션 ON시리즈 5
최도담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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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의 진실을 향한 숨 막히는 심리전과 가슴 아린 반전

타인의 죽음 그 이후를 살아가야 하는 이들의 위한 이야기 "

" 원수를 사랑하라 "라는 말이 있지만 일반인들이 그렇게 하기란 상당히 힘들다. 한 번이라도 희생자의 위치에 놓여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당한 그대로 갚아주는 통쾌한 복수극에 열광하기 마련이다. 최근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K 드라마 [ 더 글로리 ]는 학창 시절 모진 괴롭힘을 당한 한 여자의 철저한 복수극에 대한 이야기이다. 지금까지 공개된 시즌 1 에서는 발톱을 조금 드러낸 여주인공이 가해자들을 향해 복수를 예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시즌 2에서 본격적으로 펼쳐질 잔인하고도 소름 끼칠 복수극이 기대되긴 하지만 사실 나는 이 드라마를 보며 여주인공이 평생 견뎌내야 했던 몸과 마음의 상처, 그 고통의 깊이에 몸서리쳐졌다. 온몸을 뒤덮은 화상 흔적과 그녀의 무표정한 얼굴 속에 감춰진 깊은 상처... 이미 한번 죽은 듯한 그녀가 다시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복수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도담 작가의 소설 [ 그렇게 할 수밖에 ] 도 복수라는 주제를 다룬다. 어릴 적 어머니와 재혼한 남자 이기섭에게 몹쓸 짓을 당했던 라경. 그 일로 인해 어머니는 자살을 했고 라경의 인생은 엉망이 되었다. 정신과 약을 복용하며 근근이 버텨왔던 그녀는 어른이 된 후, 우연히 이기섭이 운영하는 듯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게 되고, 그 이후 그녀는 " 복수 " 라는 새로운 꿈을 꾸게 된다. 오직 이기섭의 죽음만이 완전한 복수이기에 그녀는 완벽하게 일을 처리한다고 소문난 살인 청부업자인 "연"에게 일을 맡기게 되고 곧 이기섭이 뺑소니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러나 반가웠던 소식도 잠시, 다시 "연"에게서 살인 청탁이 실패로 돌아갔고 그녀에게 다시 청탁 비용을 되돌려주겠다는 연락을 받게 되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이기섭의 사망은 우연의 일치였던 것일까? 완벽하다고 믿었던 "연" 이 실수를 한 이유는 무엇일까?

살인이라는 중범죄가 등장하긴 하지만 이 소설은 잔인한 이미 지나 묘사와는 거리가 멀다. 범죄가 직접적으로 발생하는 상황 혹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만나 충돌하거나 갈등하는 상황은 거의 묘사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소설은 실제 살인 사건보다는 " 우연 "처럼 보이는 사건 혹은 사고를 둘러싼 의문과 미스터리 그리고 그 주변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의 복잡한 심리 묘사를 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쫓고 쫓기는 추격전만큼이나 이 소설도 팽팽한 긴장감과 신경전으로 가득하다. 사건이 이미 종료된 상황이긴 하지만 " 사고 "로 보이는 상황에서 기가 막히게 " 사건 " 냄새를 맡아내는 형사들이 라경의 뒤를 쫓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미 이기섭과 라경의 에전 관계를 알고 있는 듯 보이고 그 이상의 것도 알아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 나 "라는 독자는 손에 땀을 쥔 채 기도를 할 수밖에 없었다. 오직 라경의 안위를 바라는 마음으로.

실패로 끝난 살인 청탁... 그러나 여전히 라경의 뒤를 쫓는 형사들.. 그리고 이후 드러나는 놀라운 사실들. 단순하고 명백하게 보였던 사건의 이면에 복잡 미묘하게 얽혀있던 진실들을 맞닥뜨리게 되면서 독자들은 놀라움의 연속을 경험하게 된다. " 우연 "처럼 보였던 그 죽음 이면에 철저하고도 완벽한 " 필연 " 이 숨어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마무리까지 완벽했던 계획을 알게 되는 순간, 꼬여있던 실타래가 풀리는 동시에 독자들은 경지에 이른 누군가의 예술혼까지 느끼게 될 수도 있다. 살인 청탁과 실질적인 누군가의 죽음, 그 잔인한 현실 앞에서 오히려 위대한 사랑과 배려를 느꼈다고 하면 아이러니한 건가? 악이 득세하고 강자가 약자를 짓밟는데도 법과 규칙은 아무 소용 없는 세상.. 고구마같이 답답했던 그 세상 속에서 누군가의 철저하고도 완벽한 복수극은 사이다 그 자체였다.

" 타인의 고통을 들여다보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자신의 고통에 매몰된 인생은 타인을 돌아보지 못한다. 나의 고통 너머를 보는 삶. 이제 달라진 삶을 살 수 있다는 징조를 읽는다. 나는 나 자신으로부터 벗어나고 있었다." 

" 나는 너를 사랑한다 "라고 말하기는 쉽다. 그러나 그 사랑을 실천하기는 매우 어렵다. 더군다나 인생을 바쳐서 사랑을 실천하기는 더더욱 힘든 법이다. 단순히 복수극만은 아니었던 소설 [ 그렇게 할 수밖에 ] 누군가의 뜨거운 사랑과 차가운 계획, 냉탕과 온탕을 왔다 갔다 하는 짜릿함을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후련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아련한 슬픔과 안타까움도 느껴졌던 이야기이기도 했다. 세상 모든 고통받는 약자들과 그들을 지켜볼 수밖에 없어서 더 고통을 느껴야 했던 모든 사람들을 위해 쓰인 듯한 소설 [ 그렇게 할 수밖에 ]

* 출판사가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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