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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ㅣ 와카타케 나나미 일상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9월
평점 :
" 벚꽃을 싫어하는 사람의 비밀과
한여름의 나팔꽃 살인사건,
마물이 나타나는 가을의 황혼녘을 지나
수상한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받기까지. "
회사를 그만둘 생각을 하고 있었던 주인공 와카타케 나나미. 그녀의 속마음을 읽어내기라도 한 건지 회사에서는 그녀에게 사내보 “르네상스”의 편집장을 맡아달라는 지시를 한다. 사내보를 읽어 본 직원들은 내용이 다소 심심하니 오락성을 조금 추가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와카타케에게 전달하게 되고, 그녀는 고민 끝에 한 대학 선배에게 매달 단편 소설을 써달라는 부탁을 하게 된다. 선배는 그녀에게 다른 익명의 작가를 소개하게 되고 그 작가는 매달 기묘하면서도 오싹한, 매우 독특한 단편들을 매달 보내오기 시작하는데.....
대표적인 코지 미스터리인 “살인곰 서점 시리즈”로 오랫동안 호평을 받아온 와카타케 나나미 작가의 젊은 시절 작품인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을 읽었다. 약간 어설퍼 보이지만 추리 능력은 예리하기 그지 없는 탐정이 등장하여 범죄 사건을 해결했던 “살인곰 서점 시리즈” 와는 달리, 이 책에는 한 여름밤에 동네 친구들과 모여 나누면 좋을 듯한 괴담, 오컬트, 초자연적 미스터리 등등이 단편 소설 형식으로 실려 있다. 즉, 범죄 소설의 강점인 짜릿한 스릴과 긴장감은 조금 부족하지만 기묘하고 신비로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감탄할 만한 이야기보따리가 바로 이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인 것이다.
사내보는 1년 동안, 매달 발간되기에 이 책에는 총 12편의 단편 소설이 실린다. 익명의 작가는 계절과 매달의 느낌을 충분히 반영한 소설을 보내는데, 예를 들자면 4월에 발간된 사내보에 실린 단편 “벚꽃이 싫어"라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한 맨션에서 벌어진 미스터리한 화재 사건을 다루고 있고, 8월의 단편 소설인 “사라져가는 희망” 은 연속적으로 악몽을 꾸다가 죽음을 맞게 된 한 젊은이의 이야기인데, 8월에 주로 피는 나팔꽃의 영혼이 누군가의 꿈에서까지 등장하여 정기를 앗아간다는, 다소 오싹한 이야기이다.
익명의 작가가 보내오는 각각의 소설은 서술자 “나” 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미스터리를 풀어내는 구조라서, 마치 작가에게 주어진 수수께끼를 작가와 함께 풀어내는 느낌이 들어서 굉장히 재미있었다. 그뿐 아니라, 각 미스터리는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일들을 다루기에 상당히 친근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예를 들자면 동네 야구팀의 사인이 왜 매번 상대팀에게 노출되는가? 부터 시작해서, 절에서 만난 범상치 않은 여인이 사실은 초현실적인 존재였다면? 그리고 케이블카에서 실종된 아이와 누에고치는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등등 각 이야기가 제시하는 수수께끼를 풀다 보면 어느새 책장이 술술 넘어가 있다.
그런데 이 소설의 진짜 결말은 각 이야기가 끝나는 지점이 아니다. 진짜 결말은 1년이 지나서 사내보가 끝나는 지점에서 가서야 비로소 이루어진다. 12편의 단편은 각각 다른 내용을 말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관이 되어서 거대한 미스터리 구조를 이루고 있었던 것! 한마디로 각 단편 소설은 이 거대한 미스터리에 대한 힌트를 제공하는 열쇠라고나 할까? 마지막에 밝혀진 진실에 깜짝 놀랐고, 조용히 사내보만 만들었던 주인공 와카타케 나나미의 마지막 활약이 너무나 짜릿했다. 역시 잔잔하고 평화롭게 흘러가는 일상 속 비밀스런 미스터리를 잘 다루는 작가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매달 주어지는 수수께끼를 풀어보고 싶다면? 각 이야기가 구성하는 거대한 미스터리를 풀어보고 싶다면? 꼭 읽어봐야할 책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