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니아
최공의 지음 / 요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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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하세요, 엑스입니다.

할 일도 없는데, 대화라도 나누실래요?”

요즘 둘러보면 어디에나 존재하는 인공지능. 인간이 입력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그냥 로봇이라고 여겨지는 것을 인공 지능이라고 부른다면, 스스로 사고할 수 있고 감정도 느낄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인공 의식인, 보다 높은 존재인 "엑스"이다. 아이오니아 사가 개발한 획기적인 발명품이자 인류의 미래를 이끌어갈 시스템으로 여겨지는 "엑스"

이 "엑스"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바로 주인공 "레인"이다. 그는 디지털 세상을 혐오한다. 인공 지능이 지배하는 사회, 인공 지능이 모든 일자리를 차지하여 사람들이 직업을 잃고 정부에서 주는 쥐꼬리만한 보조금에 기대어 살아가는 세상에 절망한다. 특히 "레인"은 인공 지능에 대해 분노할 수밖에 없는 크나큰 이유를 품고 있다.

이 책 "아이오니아"는 굉장히 흥미로웠다.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인공 의식 "엑스" 가, 좌절에 빠진 인간 "레인"을 위로하는 장면을 보며 뭐랄까? 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한 부조리극인가? 싶기도 했고, 거대한 컴퓨터처럼 변해버린 세상, 그 커다란 비극 앞에서 더 이상 초연해질 수 없는 한 인간의 심리 상태를 엿보는 사이코드라마 같기도 했다. 

인공 지능이 세상을 이끌어가는 사회는 과연 행복한가? 지금이 우리가 이 질문을 던져야 할 때인 듯하다.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어느 정도의 해답을 제공하는 것 같다. 그 어느 때보다 계층의 견고함을 보여주는 사회, 따라서 인간 차별은 더욱더 심해졌다. 사람들 사이의 상호 작용은 눈 씻고 찾아볼 수 없고 인공 지능이 제공하는 편의성에 기대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제 로봇과 별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인간이 기계를 규정하는 게 아니라 그 반대의 경우가 되어버린 불행한 상황... 이 사태를 돌리고자 하는 사람들이 "Anti-AI"라는 조직을 만들어 인공 지능에 대항해 보려고 하지만 글쎄? 계란으로 바위치기일 뿐.

마치 인간처럼 스스로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는 인공 의식인 "엑스"를 보며,, 뭐랄까? 신기하면서도 동시에 소름이 느껴졌다. 마치 의식만 고도로 발달해버린 어린아이를 보는 느낌이었다. 특히 어린 딸을 잃은 아픔이라는 과거를 지니고 있는 "레인"에게 그를 위로한답시고 하는 "엑스"의 행동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건 사이코패스인가.. 싶었다랄까? 단지 도구에 불과한 존재를 신처럼 만들려고 하다 보면 결국 이런 재앙을 겪게 되겠구나 싶었다. 

별사건이 없는 스토리이긴 하지만 나에겐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충분히 가까운 미래에 있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행복을 약속하는 디지털 세계..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들이 약속한 것은 빈 껍데기에 불과했다. 디지털과 인공 지능이 득세하는 세상에서 인간의 설자리는 더 이상 없어 보였고 그런 세상이 나와 내 자손의 미래가 된다니.. 정말 무시무시하다고 느껴졌다. 

흥미를 추구하고 대중성으로 가득한 장르소설..이라기보다는 좀 수준 높은 인문서적? 교양서를 읽은 느낌이다. 특히 인공지능보다 한 차원 높은 존재인 "엑스", 마치 호기심 가득한 천재 어린이 같은 엑스가 가진 인류와 사회에 대한 광범위한 지식과 막판에 이루어지는 "엑스" 가 선택을 보고 많이 놀랐다. 탄생과 존재에 대한 질문.. 인간이건 컴퓨터이건 의식이 고도로 발달하게 된 순간 이루어지는 수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건 한번 읽기에는 조금 아까운 책인 [아이오니아] 두고두고 읽으면서 책이 선사하는 지식의 향연에 좀 더 빠져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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