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일본 최고의 단편 추리소설가
얼굴 없는 시신, 사라진 발자국
뒤바뀐 가해자와 피해자....
수수께끼 같은 사건을 명쾌하게 해결하는 추리력
[침입자]는 오사카 게이키치라는 작가가 쓴 8편의 단편이 수록된 단편집이다.
1930년대에 쓰였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당시 작품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플롯이 탄탄하다. 일본 미스터리가 풍기는 기묘함과 그로테스크함도 잘 담아내고 있다. 귀신이나 유령의 장난과 같은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내뿜는 면도 마음에 든다. 제대로 된 단서가 부족하고 시간대가 뒤틀리는 등 사건의 앞뒤가 맞지 않아서 요망한 귀신의 소행으로 남을 뻔한 찝찝한 사건들을, 명석한 프로파일러들이 과학적 추리를 동원하여 명쾌하게 해결한다.
이 단편들 가운데서 특히 좋았던 작품은 역시 첫 번째 단편 [탄굴귀] 였다. 1937년 작가가 모든 것을 쏟아부어서 이루어낸 역작이라고 하니 역시 피와 땀은 인간을 배신하지 않는구나 싶었다. [탄굴귀]는 최근 내가 읽은 단편 중 거의 최고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미스터리로서의 완성도를 갖추고 있었다. 읽는 내내 의혹 + 놀라움 + 분노 와 같은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다. 다만 작가가 1943년 태평양 전쟁 때 징집되어 1945년 33년의 나이로 사망하였다니 안타까울 뿐이다. 작가가 쓴 다른 좋은 작품들이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거라 생각하니 아쉬울 뿐이다.
어쨌건 인상 깊었던 작품들을 둘러보자면,
[탄굴귀] 150미터 깊이에 있는 탄광 속에서 일하는 광부들 이야기. 누군가의 실수로 탄광 내에서 폭발 사건이 발생하여 큰불이 나고, 모두가 대피하지만 한 명의 광부가 빠져나오지 못한다. 그런데 그를 구해내지 않고 통로를 폐쇄해버린 주동자들이 연달아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이것은 과연 원혼의 소행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