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리스트의 파라솔
후지와라 이오리 지음, 민현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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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을 살해할 때도 이렇게 하는 건가,

테러리스트, 푸른 파라솔을 빙글빙글 돌리네.”

독한 위스키로 잊어버리려 했던 어두운 과거가 슬금 슬금 고개를 쳐든다. 결국 과거는 사라지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버티고 있었던 것. 원치 않았던 사건들과 인연들이 갑작스레 주인공에게 찾아와 문을 두드린다. 이 책 [테러리스트의 파라솔]의 주인공인 시마무라는 아픈 과거를 묻어둔 채 조용히 살고자 했으나 과거의 망령들이 한꺼번에 되살아나 그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진다. 진한 위스키향과 진한 고독의 향을 동시에 풍기는 주인공 시마무라... 평범하다 못해 지질하게 보였던 그가 폭발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나선다!

배경은 1990년대 일본 신주쿠. 삶에 지쳐버린 듯한, 외롭고 고독해 보이는 한 중년의 남자가 신주쿠 중앙공원에 나타난다. 그는 신주쿠 골목에 있는 작은 바에서 바텐더로 일하는 시마무라. 그의 유일한 즐거움은 한낮 공원에서 마시는, 독하지만 달콤한 술이다. 그날도 어김없이 공원에 나가 평화로운 한때를 보내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공원 내에서 거대한 폭발 사고가 발생하고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부상을 당한다. 그런데 시마무라의 대처가 약간 수상쩍다. 공원에서 알고 지내던 노숙자에게 그날 자신을 봤다는 말을 경찰에게 하지 말라고 부탁하고 자신의 지문이 남은 위스키 병의 존재에 대해서 걱정하는데... 그는 과연 누구일까?

폭발 사고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인데 시마무라에게는 연속적으로 이상한 일이 발생한다. 한눈에 보기에도 폭력단 소속으로 보이는 남자들에게 조용히 지내라는 위협을 듣고 밤늦게 가게로 찾아온 검은 양복 차림의 남자들로부터 신체적 폭력을 당한다. 그들 중 한 명은 시마무라에게 그가 공원에서 본 전부, 즉 폭발 사고에 대한 것을 모두 잊으라고 하며 그렇지 않으면 더 험한 꼴을 당할 것이라 경고를 하고 떠난다. 이제 시마무라는 폭발 사건의 중심에 놓여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생각하면 할수록 오리무중인 것..... 도대체 조용히 살던 시마무라를 위협하는 인물들은 누구일까?

폭발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 중에는 경찰청 간부도 있었다. 중요 인물이 목숨을 잃는 바람에 발칵 뒤집힌 신주쿠 경찰서는 '신주쿠 중앙공원 폭발 사건 특별 수사본부'를 수립하는 등 본격적인 조사에 돌입한다. 한편, 주인공 시마무라는 경찰의 추적을 피하려고 가게를 접지만 때마침 찾아온 도코라는 20대 여성을 통해 도쿄대 재학 시절 함께 전공투 조직 ( 일종의 학생 운동 조직)에서 활동했던 유코가 폭발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뿐 아니라 TV 뉴스를 통해 함께 활동했던 친구 구와노의 신체 일부도 폭발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것을 알게 된다. 이념을 위해 청춘을 바쳤던 친구들의 연속된 죽음.... 이것은 과연 우연일까? 같은 조직의 일원이었던 시마무라의 목숨도 위험하지 않을까?

비록 알코올중독자이지만 조용하고 모범적으로 살아가던 주인공의 삶에 제동이 걸린다. 숨기고 살아왔던 지난달들의 과오가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진다. 경찰도 시마무라를 좇지만 정체 모를 무리들도 그를 쫓고 있다. 시마무라는 평범한 아저씨에서 노련한 수사관으로 변모하게 된다. 노숙자들 틈에서 먹고 자면서 폭발 현장에서 잠시 스쳤던 갈색 머리 청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기자와 경찰로 꾸며서 폭발 사건의 유족과 당사자로부터 사건 해결에 대한 결정적인 힌트를 얻게 된다. 자신에게 위협을 가했던 폭력단의 보스에게 직접 찾아가 자신을 찾아오게 된 정황과 다른 정보를 듣게 되는 시마무라. 그는 보이지 않게 움직이며 흩어져있는 퍼즐들을 찾아내 끼워 맞추기 시작하는데......

[테러리스트의 파라솔]은 하드보일드 스릴러가 안겨줄 수 있는 재미를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어두운 과거를 가졌지만 지금은 현실 부적응자인 알코올중독자가 정신을 차리고 해결사로 변모하는 과정이 짜릿하다. 외로운 늑대가 상처 입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먹잇감을 향해 돌진하는 느낌이다. 이념을 위해 함께 청춘을 바쳤던 친구들과 죄 없는 시민들의 죽음 앞에서 칼날을 빼어든 주인공 시마무라, 집요하게 사건을 파헤쳐 가는데... 과연 그가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친구들의 복수를 대신할 수 있을까? 복잡하기 그지없는 사건이지만 마치 헝클어진 실타래를 풀어내듯 조금씩 풀어가는 주인공 덕에 재미있던 책. 막판에 소름 돋는 대반전에 반전을 터트리는 이 소설 [테러리스트의 파라솔] 잘 쓰인 하드보일드 범죄 스릴러를 기대하는 모든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 출판사가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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