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즈 어웨이 안전가옥 쇼-트 12
배예람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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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산행]과 드라마 [킹덤] 등 좀비 스릴러가 한국에서 큰 히트를 친 후 이제 좀비물은 아주 익숙한 장르로 자리 잡았다. 영혼을 잃어버린 채 이빨을 드러내고 짐승의 울음소리를 내며 덤비는 좀비들의 모습은 무시무시하기까지 하다. 그들은 가공할 힘까지 있어서 몇 번의 공격으로는 어림도 없는 끈질긴 생명력을 가졌다. 이제 좀비들은 그 어떤 상상 속 괴물보다도 더 두려운 존재가 되어 버렸다. 이 책 [좀비즈 어웨이]에 실린 3편의 단편들은 좀비의 탄생과 출몰 그리고 그 이후의 모습 보여주는 일종의 연작 시리즈인데 특히 [단편] 좀비즈 어웨이의 경우 좀비가 지구를 초토화한 이후 엉망이 되어버린 지구를 다룬 일종의 아포칼립스라는 면이 흥미로웠다.

각 단편들을 조금씩 들여다보자면,


첫 번째 단편 [피구왕 재인] : 피구를 하고 있는데 날아온 게 공이 아니라 피가 뚝뚝 떨어지는 사람 머리라면? 생각만 해도 소름 끼치고 머리끝이 쭈뼛 서는 상황이지 않을까? 주인공 재인은 좀비 못지않게 사나운 아이들의 공격을 피해 가며 피구 경기에 집중한다. 다소 소심한 그녀는 날아오는 공을 두려워하지만 정말 좋아하는 친구 혜나의 응원이 있어서 힘이 난다. 외로웠던 재인에게 스스로 다가와 친구가 되어준 고마운 혜나. 그러나 피구 경기 중 갑작스럽게 좀비로 변한 사람들이 서로를 공격하며 물어뜯는 가운데 어느새 학교는 아수라장이 된다.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지만, 재인은 혜나를 구하기 위해 7반을 향해 달려가는데...

" 나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혜나를 위해 공을 날렸다."

두 번째 단편 [좀비즈 어웨이] : 바이러스가 퍼지고 감염자들이 좀비로 변하면서 세상은 엉망진창이 되었다. 국한 2동 거주자인 연정은 백신의 효능으로 인해 살아남았다. 정부의 가산점 정책 때문에 사람들은 좀비 머리 찾기에 혈안이고, 연정이 일하는 정육점의 사장은 그녀에게 좀비 머리를 찾아오라고 닦달한다. 수색을 위해 거리로 나선 연정은 무너져가는 한 반점에 들어가게 되고, 오랜만에 맡아본 짜장면 냄새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던 그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사람의 목소리..... 깜짝 놀란 연정의 눈에 제멋대로 움직이는 뜯어진 팔과 말하는 머리가 보인다. 머리 아래가 다 뜯겨나간 채 말을 하는 괴상한 존재의 이름은 김성하.. 그녀는 얼떨떨하게 서 있던 연정에게 간절한 부탁을 한 가지 하는데....

" 이제 새로운 마법의 문장을 읊는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성하의 팔이 내 어깨에 매달렸다. 나는 성하의 손을 토닥거렸다."

세 번째 단편 [ 참살이 404] 경쟁 대열에서 뒤처져버린 스스로를 패배자로 여기며 자신감을 잃어버린 주인공 소영. 유서를 써둔 채 정신과를 왔다 갔다 하던 그녀는 우연한 기회에 JBU라는 다단계 회사의 신입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하게 된다. 거기서 회장이 권하는 참살이 404라는 드링크를 마신 후 온몸에 에너지가 가득 찬 느낌을 얻는 소영. 이후 회사에 취직하여 성실하게 일하지만 소영은 제대로 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설상가상으로 자신이 데려온 고교 동창 보영과 비교를 당하면서 점점 다시 유서를 썼던 그 당시의 심정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부터 활기차게 일하던 직장 동료 수혁이 갑자기 눈과 목에서 피를 뿜어내고 끔찍한 비명소리를 지르며 바닥으로 쓰러지는데....

*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네, 소영아. 그러니까 네가 그냥 소영인 거야. 보영이 될 수 없는 거야. 평생 그냥 소영으로 살다가 죽는 거야. 어디선가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 어떤 장소보다 안전해야 할 학교가 순식간에 지옥으로 변하고 어제 다정했던 후배 그리고 친구를 죽여야만 내가 살아남을 수 있다. 피 웅덩이와 흩어진 장기들을 이리저리 피해 가며 친구를 구하러 가는 재인의 뒷모습이 안타까웠지만 동시에 대견했던 [피구왕 재인], 좀비 이후의 세계, 그 불안함과 스산함이 잘 표현된 단편 [좀비즈 어웨이]는 처참하게 변해버린 세상에서 희망을 찾아 떠나는 두 여자의 유쾌한 여행길을 비추는 한편의 로드무비 같았다. [참살이 404]는 이용 가치를 증명하지 못하면 어디서도 살아남을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실상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아 씁쓸했던 단편이었다다. 잔인하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하며 강렬한 동시에 신선한 자극을 선사했던 좀비 스릴러 [좀비즈 어웨이]

*출판사가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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