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아 가족 한국추리문학선 12
양수련 지음 / 책과나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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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구인 광고로부터 촉발된

범죄로 얽힌 가족의 불편한 생존기

길을 걷다가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도 자신이 삶에서 겪은 일들이 제일 놀랍고 기구하다고 할 것이다. 너무나 기가 막힌 경험들이라 소설책 한권쯤은 거뜬하게 나올 것이라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 [리아 가족]에 나오는 가족 구성원들만큼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실제로 이런 가족들이 있을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이 가족은 운명의 장난으로 인해 평생을 시달려야했다.

이 책 [리아 가족]은 아주 독특한 방식으로 독자에게 전달된다. 3자의 입장이나 정해진 화자의 관점에서 기술되는 것이 아니라 책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이 다른 가족에게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는 내용이 실려있다. 사건이나 상황의 객관적 묘사는 탁월하지 않다 하더라도, 특정 상황에 대한 등장인물들의 생각, 느낌, 감정 등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에 매우 섬세한 심리 묘사가 펼쳐진다. 처음에는 추리나 스릴러 장르인 줄 알았는데 읽고 나서 보니까 가족 심리 드라마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주인공 리아는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입고 살아온 여성이다. 청소년 시절 한 남자로부터 몹쓸 짓을 당한 후 남자들에 대한 혐오를 품은 채 살아가게 된다. 그런데 그런 그녀의 분노의 칼끝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너무나 사랑하는 남편 문재식 형사를 향하게 된다. 리아는 자신이 당한 범죄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해 온 남편을 오해한 나머지 그를 피해 도로로 뛰어들었다가 큰 교통사고를 당해 휠체어 신세를 지는 몸이 된다.

그러던 어느날, 도우미 구인 광고를 보고 찾아온 한 청년에게서 핏줄만이 느낄 수 있는 강렬한 끌림을 느낀 그녀,, 그랬다, 그 청년은 리아가 범죄를 당한 후 낳았던, 어쩔 수 없이 버려야했던 아들 조 였던 것이다. 부모 없이 세상에 내던져진 채 한 마리 길고양이처럼 살아왔던 조는, 뿌리가 뽑힌 들꽃 마냥 그렇게 아무렇게나 살아오다가 엄마가 있다는 걸 알고 무턱대고 리아에게 찾아왔던 것.. 하지만 그는 이미 큰 범죄를 저지른 뒤였고 그 사실을 알고 있던 남편 문형사는 아내의 안타까운 심정을 알면서도 그를 연행할 수 밖에 없는데.....


" 어디서부터 우리의 만남이 잘못되었던 걸까요? 어디서부터 불운은 싹트기 시작한 걸까요?

비껴갈 수도 있었을 텐데, 불운은 왜 우리를 덮치고 끝까지 놓아주지 않았던 걸까요?"

책은 3대로 이어지는 가족의 불운한 운명을 다룬다. 17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범죄로 인해 원치 않은 임신을 하고 또 아이들을 버려야했던 얄궂은 운명의 리아, 리아를 너무도 사랑하지만 몸과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 채 자신을 거부하는 아내를 바라만 볼 수 밖에 없는 남편 문형사, 악마같은 생부를 찾아내서 법 대신 심판을 하려했던 딸 란과 운명의 소용돌이에 갇혀서 삶을 내팽개치다시피 살게 되는 조, 그리고 조의 연인이 낳은 아들 단비까지... 모두들 마음 속으로는 행복한 가족을 꿈꾸지만 범죄로 촉발된, 원죄에 가까운 운명을 극복하지 못한 채 어색한 모습으로 살아가게 된다.

독백이나 대화로 이어지는 소설이기에 다소 두서없게 느껴진다. 추리나 스릴러 장르로 보기에는 긴장감이 다소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색다른 시도임에는 틀림없는 듯 하다. 어느 누구도 편하게 다리 뻗고 잘 수 없는 가족의 불운한 운명..... 그런 가족 속에 있는 각자의 입장을 직접 들어볼 수 있기에 그들의 세세한 심리묘사와 감정이 독자들에게 잘 전달되었던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먹먹함이 밀려온다. 그 누구보다도 기구한 삶을 살아온 리아 가족.. 서로를 밀어내기 바빴던 그들은 진정한 화해와 용서에 다다를 수 있을까?

*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책을 읽고 솔직하게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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