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슐리외 호텔 살인 클래식 추리소설의 잃어버린 보석, 잊혀진 미스터리 작가 시리즈 1
아니타 블랙몬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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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사 크리스티 이후 추리소설의 황금기를 장식한

‘후더닛 (who done it)의 계보를 잇는 여성 작가,

아니타 블랙몬의 색다른 추리 소설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 이후 오랜만에 '후더닛', 즉, '범인이 과연 누구인가?를 주제로 한 소설을 읽게 된 듯하다. 그것도 완성도 높은 정통 추리 소설을 말이다. 사랑과 음모, 질투와 배신이 이야기 전반에 흐르는 이 소설은 드라마적 요소가 풍부할 뿐 아니라 1930년대에는 다소 잔혹하다 싶은 살인 사건으로 독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다. 저자 아니타 블랙몬이 질병으로 일찍 사망하여 추리 소설은 이 책을 포함하여 2권 밖에 없다니 아쉽기만 하다. 뚜렷한 존재감으로 빛나는 이 소설의 주인공 "애들레이드" 여사가 여러 사건에 휘말리며 좌충우돌하는 것을 더 많이 보고 싶은데 말이다.

이 책은 50살이 넘은 노처녀 애들레이드의 1인칭 시점에서 전개되고 있다. 그녀는 호텔의 터줏대감으로써, 젊은이들에게 잔소리와 간섭을 겁나게 하는 바람에 "싸움닭"이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사실 그녀는 사람에 대해 관심이 많고 그들이 잘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 큰, 정 많은 큰 이모 같은 여성이다. 매일 아침 호텔 로비에 앉아서 사람들을 관찰하며 호텔에서 일어나는 가지각색의 일들을 알게 되는 애들레이드.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회색 양복을 입은 미스터리한 남자가 자신의 주위를 맴돌기 시작한다. 그녀가 어딘가에서 잃어버린 초록색 안경집을 두 번이나 연속으로 가져다주는 남자,, 제임스 리드라는 이름의 이 작고 보잘것없는 남자의 정체는 뭘까?

독자들은 다소 까칠하지만 정 많은 그녀의 시선으로 호텔 사람들을 보게 된다. 호텔 여주인 소피 스콧은 자신보다 열 살 넘게 어린 남자 시릴 팬처와 결혼했는데, 애들레이드는 나이 많은 소피와 결혼한 시릴이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여기고 그를 엄청 싫어한다. 메리라는 30대 후반의 미망인은 술을 취한 채 바람둥이와 어울리는 조카 폴리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고 바람둥이에 미남인 스티븐 랜싱은 여러 여인들을 꼬시고 다닌다. 캐슬린 어데어라는 젊은 여인은 병약한 어머니를 모시느라 자신의 인생이 없고 로티 모스비라는 여성은 알코올 중독자인 남편을 가진, 경마장을 수시로 드나드는 도박꾼이다. 작은 호텔에서 이렇게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니!!


잘 만들어진 아침 드라마 같은 호텔 사람들의 인생극이 펼쳐지던 그때, 애들레이드의 인생에 한 잔혹한 살인 사건이 날아들게 된다. 그녀가 모든 일과를 마치고 자신의 호텔방으로 들어오던 그 순간 그녀는 샹들리에에 매달려있는 한 남자를 발견하게 된다. 그런데 그는 자신의 안경집을 수시로 찾아다 준 그 회색 양복의 남자!! 제임스 리드라는 이름의 그 남자가 양쪽 귀밑까지 목이 베인 채 샹들리에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던 것! 경찰이 출동하고 살인 수사과 반장인 호머 버니언 경위까지 등장하여 호텔의 모든 사람들을 잠재적 범인으로 몰아가며 괴롭게 만들던 그때, 자살로 위장된 또 다른 살인 사건이 발생하게 되는데....

도대체 이 호텔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평범해 보이던 호텔 사람들의 비밀이 뱀이 허물을 벗듯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특히 독자들은 스티븐 랜싱이라는 이 바람둥이의 정체에 대해 궁금하기 시작할 것이다. 한밤중에 의치가 빠질 정도로 비명을 질러댈 일이 생기고 가발이 벗겨진 채 창문 처마에 거꾸로 매달리는 등, 자꾸만 이상한 일에 휘말리는 애들레이드의 곁에 경찰보다도 더 빨리 스티븐 랜싱이 나타나 그녀를 구해주기 때문이다. 모든 장소에 남들보다 일찍 나타나는 그가 혹시 연쇄 살인마?? 해답은 책을 끝까지 읽거나 남들에 비해 눈치 빠른 독자의 몫!! 진실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잘 쓰인 추리 소설은 여러 덕목들을 갖추고 있다. 훌륭한 문장력에 탄탄한 스토리라인이라는 메인 요리와 예측할 수 없는 반전과 생생히 살아 숨 쉬는 등장인물이라는 양념 두 스푼! 그리고 번역이 잘 되어 있다면 금상 첨화인데, 이 [리슐리외 호텔 살인]은 모든 것을 다 갖춘 잘 차린 밥상 같은 느낌이다. 1930년 당시에 쓰였다고는 믿을 수 없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복잡한 줄거리에 정의감이 넘치지만 실수투성이의 개성만점 캐릭터가 이야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음산하지만 조용하고 고리타분한 호텔에 갑자기 일어난 잔인하기 그지없는 살인 사건!! 마지막까지 혼전을 거듭하던 이야기는 전혀 예상치 못한 살인자를 내놓으며 극적인 결말을 맺는다. 과연 애들레이드는 끝까지 무사히 이 사건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반전과 유머 그리고 잔혹한 살인이 뒤섞인 정통 미스터리를 읽고 싶다면 지금 이 책으로!!

* 출판사가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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