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 아파트먼트 - 팬데믹을 추억하며
마시모 그라멜리니 지음, 이현경 옮김 / 시월이일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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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바이러스. 당연히 이탈리아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을 피할 수 없었다. 3인 이상 모일 수 없었던 탓에 외출은 상상도 못 했고, 상점들은 문을 닫고 학교는 온라인 수업을 시작했다. 사람들은 서로 거리를 두게 되었고 포옹이나 키스 같은 신체적 애정 표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위기 상황에서 오히려 더 끈끈해진 가족이 있었으니, 바로 마티아의 가족이었다.

이 책은 2080년에 할아버지가 된 마티아가 자신이 꼬마였던 2020년 이탈리아의 모습을 이야기로 만들어서 손주들에게 들려준다는 설정이다. 코로나로 인한 봉쇄령 때문에 외출을 하지 못하고 아파트 내에서만 머물러야 했던 마티아의 가족들과 이웃들의 상황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힘든 가운데, 서로에 대한 불신과 오해가 커지기도 하지만 이웃들은 서로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는다. 뉴스에서도 한 번씩 보도되었던, 베란다에서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며 서로를 응원했던 장면들이 이 책에 생생하게 묘사된다. 눈물과 웃음 그리고 감동이 있는 소설 [이태리 아파트먼트]

아홉 살 소년 마티아는 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누나와 함께 살면서 그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었다. 하지만 항상 허전함을 느꼈는데, 그것은 바로 아버지의 부재 때문이었다. 아버지 안드레아는 마티아가 3살 때 집을 나갔고 그 이후로 여자 친구와 함께 로마에서 살고 있었다. 마티아는 아버지를 무척 그리워하면서도 동시에 정말 미워했다. 그는 엄마를 슬프게 만들었고, 마티아의 아이스크림 취향도 몰랐으며, 생일 선물을 하기로 약속해놓고 까먹는 한심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마티아의 삶에 큰 변화가 발생한다. 이혼 서류에 서명을 하러 밀라노에 온 아버지가 머무르던 호텔이 문을 닫게 되는 바람에 아버지가 잠시 마티아의 집에 머물게 된 것이다. 안드레아는 그동안 소홀했던 것이 미안했는지, 마티아 주변에 맴돌며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하며 친근한 관계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마티아에게 있어서 아버지는 악당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다가오는 아버지를 계속 무시하면서 집에서 쫓아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마티아.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함께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마티아는 아버지 안드레아의 진면목을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그는 예측 불가능한 사람이지만 동시에 자유롭고 애정이 풍부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외출금지령으로 인해 남자 친구를 못 만나게 된 로사나 누나를 위해서 탈출 계획을 세우고,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민트 사탕이 다 떨어지자 먼 거리를 달려가 사탕을 사 오기도 한다. 너무나 인간적인 아버지에게 점점 빠져드는 마티아.... 이제는 아버지가 조금 더 머물러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런데!! 아뿔싸! 아버지가 다시 로마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를 들은 마티아는 큰 배신감을 느끼게 되는데...

소설 [이태리 아파트먼트]는 꼬마 마티아의 성장 스토리이자 힘든 상황 속에서도 서로에 대한 사랑을 지켜나갔던 한 가족을 이야기한 휴먼 드라마이다.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한동안 외로움에 시달려야 했던 마티아는 코로나로 인한 봉쇄 기간을 계기로 잃어버렸던 아버지와의 관계를 회복해 나간다. 아슬아슬해 보이기는 하지만 모래알처럼 흩어져있던 가족 관계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을 보는 게 참 좋았다. 힘든 상황 속에서 더 빛을 발하는 가족의 사랑, 그 의미를 한 번 더 생각하게 해준 착한 소설 [이태리 아파트먼트]

* 출판사가 제공한 책을 읽고 최대한 솔직하게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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