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승총을 가진 사나이 - 조선을 뒤흔든 예언서, <귀경잡록>이야기
박해로 지음 / 북오션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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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죽지 않는 자가

살육의 새벽을 피로 물들인다

과연 조선 시대에도 외계인과 좀비가 존재했을까? 라는 질문을 하게 만들어준, 그야말로 흥미진진한 SF 좀비물인

[화승총을 가진 사나이]를 읽었다. [신을 받으라]와 [섭주] 그리고 [전율의 환각]과 같은 초현실적인 소재를 가지고 글을 쓴 박해로 저자의 신작이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상상 속의 예언서인 [귀경 잡록]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이 책에는 온 우주를 아우르는 육십오능음양군자에 대한 이야기가 있고, 그가 부리는 원린자들 (외계인들) 이 조선을 장악할 것이라는 예언이 실려있다. [귀경 잡록]은 비록 삿된 내용을 품고 있다하여 금서가 되었지만, 비밀리에 [귀경 잡록] 을 읽고 원린자를 모시는 집단이 있었으니....

세종 20년 어느 날, 체격 좋고 힘센 사람들이 이상한 꿈을 꾼 후, 그 다음날 천둥소리와 함께 증발되는 기괴한 사건이 여기저기서 발생한다. 이 증발자들은 사라지기 전 육십오능음양군자라는, 온 세상을 다스리는 유일신에 대한 꿈을 꾸었다는 해괴한 발언을 한다. 그 존재는 곧 증발할 자들에게 빛으로 나타나, 세속을 버리고 자신을 받아들이면 위대해질 수 있다는 식으로 그들을 현혹시킨다.

세속의 눈알을 파내고 내세의 신안을 끼워 넣어라.

그리하면 육십오능음양군자를 알현할 시야를 회복하리라.

내일이면 그대는 죽은 학문 대신 시간과 공간의 비밀을 터득할 수 있노라.

이 기괴하고도 허무맹랑해 보이는 사건을 조사하던 포도청 종사관 서만주는 이 사건이 금서 처분을 받은 삿된 책인 [ 귀경 잡록 ] 과 관계가 있고, 특히 찢어진 부분인 33장과 긴밀한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뿐 아니라 그는 사람들이 증발된 와중에 들었다던 천둥소리가 사실은 총소리라는 것을 알게 된다. 화승총을 가진 존재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 끝에, 서 종사관은 그를 찾아내지만, 마치 관절이 없는 듯한 너덜거리는 팔다리와 붉게 타오르는 눈동자를 가진 화승총의 사나이는 엄청난 속도로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한편, 한양 대신 섭주에서 열린 과거 시험장에 웬 미친 남자가 벌거벗은 채 어기적대면서 걸어들어온다. 시체인 듯, 피가 엉겨 붙고 관절을 굽히지 못하던 그는 증발했었던, 이유석이란 자였다. 좀비가 된 이유석은 자신을 막는 감사관의 어깻죽지를 물어뜯고, 누군가의 머리통을 박살 낸다. 이미 죽은 목숨이라 그런지, 아니면 힘이 원래 세서인지 아무리 많은 병사가 덤벼들어도 끄떡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좀비 말고도 체격 좋고 힘센 시체들이 섭주에 나타나서 사람들을 공격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포도 대장의 허락을 얻은 서 종사관은 급히 천오백 명의 기병을 거느리고 섭주로 출발하는데.....

이 책 [화승총을 가진 사나이]를 읽고 나니, 사람들이 외계인의 흔적을 찾아 헤매고 그들을 숭상하는 종교까지 창시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독서 이후, 나의 세계관이 완전히 뒤집히는 걸 느낀다. 책 속에는 선과 악을 뛰어넘는 거대한 우주적 존재가 있고, 그것이 거느리는 무자비한 원린자들 (외계인들)의 종류도 엄청나게 많아서 호시탐탐 지구 정복을 넘보고 인간들을 지배하려는 야욕을 부린다. 그 원린자들은 마술 능력까지 있어서 사람들을 조종까지 하는 무시무시한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인 우리는 한시도 마음을 놓아서도 안된다고 이 책은 말하는 듯하다.

과연 좀비로 변한 무적 군대를 무찌를 수 있을까? 그들은 왜 증발했다가 시체로 나타난 것이며, 그들을 뒤에서 조종하는 무리들은 과연 누구란 말인가? 이 책에는 [화승총을 가진 사나이]외에도 [암행어사]라는 단편도 실려있는데, 두 이야기가 연관이 되어 있어서 먼저 [암행어사]를 읽어봐도 재미있을 듯하다. 시리즈 [킹덤]과 [데드 워킹]을 보는 듯 좀비들의 생생한 이미지가 그대로 전달되는 책 [화승총을 가진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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