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명의 악의가 교차하는 순간,
온 세상이 순식간에 뒤집힌다 ”
일본 추리 소설의 백미는 역시 서술 반전이다! 독자들이 깜짝 ( X100 ) 놀랄 만한 폭발적인 반전이 도사리고 있는 소설인 [그녀는 돌아오지 않는다]. 나름 추리 좀 한다고 잘난 척했는데 이번에는 정말 이야기의 방향을 전혀 짐작 못 했다. 하지만 표지를 잘 보시길. 마그리트의 명화 [연인들]에서 영감을 얻은 듯한 표지의 그림이 이야기에 대한 약간의 힌트를 주고 있다.
천을 덮어쓴 채 키스를 하는 연인. 원작에서는 연인들이 키스만 하는데, 표지 그림 속 연인들은 손으로 서로의 목을 조르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신비로운 마그리트의 원작과는 달리, 표지 그림에서는 왠지 모를 분노와 절망이 느껴지고, 싸늘하기까지 하다. 연인이든 친구든 가족이든, 우리는 서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너도 나도 부르짖는 사랑의 깊이와 너비는 얼마나 될까? 닭살 돋을 정도로 재미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슬프고 소름 끼쳤던 이야기 [그녀는 돌아오지 않는다] 속으로 들어가 본다.
주인공 카에데는 도오출판사에서 잘나가는 잡지 [히로인]을 만드는 팀을 이끌고 있다. 여자아이를 대상으로 한 이 잡지는 주부들 사이에서 꾸준히 인기를 끌어왔지만, 가정주부를 폄하하는 듯한 광고 문구 때문에 카에데에게 온갖 악플과 메일 그리고 전화를 통한 공격이 이어진다. 판매 부수가 떨어질 것을 걱정한 카에데의 상사는 급기야 그녀에게 잠시만 휴식을 취해달라고 권유하는데, 그 말은 바로 팀에서 나가달라는 소리다. 본인이 피땀 흘려 일군 잡지를 그만두기에는 너무 허망하지만 이 정도에 실망하고 쓰러질 카에데가 아니다.
그러던 중, 카에데는 프리랜서 기자인 사키모리라는 사람으로부터 책 출간 프로젝트를 제안받게 된다. 그 즈음에 젊은 부부들 사이에서 돈을 별로 들이지 않고도 아이들을 위한 캐릭터 의상을 만드는 게 유행이 되었는데, 그 유행을 이끄는 파워 블로거인 "소라 파파"를 중심으로 책을 만들어보자는 게 그의 제안이다. 그가 블로그에 올린 내용과 그에 대한 인터뷰만 있다면 좋은 책을 발간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
일에 있어서는 빈틈이 없는 카에데는 "소라 파파" 와 게시물에 대해 파악하기 위해서 그의 블로그에 접속한다. 그런데 게시물들을 보고 뭔가 위화감을 느낀 카에데. " 소라 파파"라는 이 블로거가 딸을 위해서가 아니라 본인의 만족을 위해서 의상 제작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그러면서 한 게시물 아래에 이런 댓글을 남긴다.
comment : 당신은 아이를 정말 사랑하나요?
사람에 따라서는 가볍게 넘길 수도 있는 댓글이긴 하지만, 아내가 식물인간이 된 채로 누워있는 상태에서 아이를 외롭게 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없는 시간을 쪼개가며, 졸린 눈을 비벼가며 의상을 제작하는 "소라 파파" 입장에서는 댓글 하나에 통제 불가능한 분노를 느끼게 되고, 그때부터 "소라 파파"는 미친 듯이 온라인을 뒤져서 댓글러의 흔적을 조금씩 찾게 된다.
한편, "소라 파파"와 블로그 상에서 몇 번 설전을 벌인 이후, 카에데는 온라인에서나 오프라인에서 자신을 뒤쫓는 검은 그림자를 느끼게 된다. SNS 친구였던 딸기 밤비라는 닉네임이 갑자기 스토커처럼 행세하고, 누군가가 쓰레기통 안에 있는 음식에 독약을 뿌려서 근처 까마귀들이 사체로 발견된다. 우편함에 있었던 각종 우편물들이 누군가에 의해 도난되고 결국엔 카에데가 인터넷상에 적어놓은 비밀 일기가 온 천하에 공개되면서 그녀의 사생활에 대한 악플이 달리기 시작하는데.......
어릴 적 입은 상처로 인해서 사람들을 잘 믿지 못하는 카에데. 그녀는 겉으로 씩씩하고 당당해 보이지만 사람에 대한 지독한 두려움을 안은 채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그 사건부터 그녀에게는 도저히 뿌리칠 수 없는 검은 어둠이 마음속에 생기고 말았다. "소라 파파"인 다나시마는 밝았던 아내가 베란다에서 떨어져서 식물인간이 된 이후로, 직장 생활과 육아에 지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딸인 미소라에게 의상을 만들어주는 것은 딸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취미일 수도 있다.
처음부터 책은 무척 재미있었다. 카에데가 회사에서 겪게 되는 갑작스러운 실패와 아이가 없는 그녀가 직장 동료에게서 느끼는 가벼운 질투심. 그리고 아이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 듯한 무심한 남편 사토루에 대한 실망... 등등은 여성들이 현실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을 만한 부분이었다.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조금씩 드러나는 큰 그림!!!! 진실을 알게 되면서 깜짝 놀랄 독자들의 얼굴 표정이 기대가 된다.
흥미진진한 전개! 다시 읽어보면 여기저기 숨어있는 복선! ( 한 번 더 읽어보니 쏙쏙 나왔다) 그리고 마지막에 "빵" 하고 터지는 어마어마한 반전... 여러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특히 서술 반전에 강한 일본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께 꼭 추천하고 싶은 [그녀는 돌아오지 않는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솔직하게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