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 '무진기행' 김승옥 작가 추천 소설
다자이 오사무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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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실격임을 자처한 한 인간의 고백서

“ 인간 실격은 인간의 정신 깊은 곳에 박혀 있는 존재 그 자체를 언급한 무서운 작품이다.

이와 같은 종류의 작품은 예술적으로 완성되어 있는가 아닌가를 떠나서 사람들의 혼에 직접 호소하고

사싱이나 인생관을 변혁시켜 버리는 무시무시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몇 번이나 자살 기도를 한끝에 1948년 결국 내연녀와 자살로 삶을 끝낸 다자이 오사무. 그의 일생이 그대로 녹아들어있는 듯한 책 [인간 실격]을 읽었다. 아마도 실화를 바탕으로 쓰인 책인 만큼, [인간 실격]의 요조는 아마 현실 속 다자이 오사무를 그대로 옮겨놓은 인물일 것이다.

[인간 실격]의 주인공 요조는 어릴 때 부터 자의식이 강하고 영리했다. 정치적으로 영향력 있는 아버지가 처세술로 쌓아올린 재산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쯤은 알았을 것이고, 애정보다는 훈육을 내세워 자신을 차갑게 대한 부모에게 애정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돌봐줬던 하녀들과 머슴들이 (아마도) 요조에게 저지른 성추행 때문에 어릴 때부터 인간에 대한 혐오와 불신이 자라난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였을까? 그는 어릴 때부터 사람들을 몹시도 두려워하며 익살꾼이라는 가면을 쓴 채 생활한다. 진심을 절대로 보여주지 않고 오직 익살꾼으로만 살겠다는 그의 결심은 소름끼칠 정도로 차갑기만 하다. 세상을 믿지 않고 사람을 믿지 않기에 그렇게 거짓과 기만으로 인생을 살아간다. 하지만 익살꾼 요조의 마음속은 불안과 어둠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지금으로 치면 아마도 가면 우울증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마저 든다.

대학 시절 잠시 마르크스 운동파에 몸담아서 사회 변화에 동참하기도 하지만, 자기 기만과 위선으로 점철된 삶은 점점 그를 무너뜨린다. 요조는 술집을 전전하며 알코올에 중독되고, 이 여자와 저 여자를 번갈아 만나며 기둥서방으로 지낸다. 좋아하는 만화 그리기는 건강 때문에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고, 순수하다고 믿었던 아내 요시코가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우는 것을 목격한 이후 그는 약물 중독에 빠지게 되는데.....

풍족한 집안의 자제임에도 불구하고 인생에 대해 매우 비관적인 시선을 가졌던 작가 다자이 오사무. 어쩌면 이상이 너무 높았던지라, 현실과의 괴리를 극복하지 못한 채 그렇게 불행하게 생을 마감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인간 이하라고 자신을 깔아뭉갠 이유는 도대체 뭘까? 예술가 특유의 섬세함 때문에 거칠고 메마른 세상과 인간을 제 정신으로는 대할 자신이 없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몇 번이나 자살 시도를 했다는 다자이 오사무와 그의 우울함이 물씬 풍기는 작품 [인간 실격]이 혹시나 내 마음속에 너무 깊이 내려앉을까 봐 두려웠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주인공 요조가 너무나 여리고 순수하고 바보 같았던 인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아니면 너무나 고집스러워서 자신의 생각과 너무 다른 세상과 빨리 이별을 하고 싶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인간에 대한 혐오와 불신이 너무도 강해 스스로를 파멸로 몰아가버린 남자 요조 이야기 [인간 실격]. 퇴폐미가 물씬 풍기는 훌륭한 고전을 이렇게 또 알게 되었다.

- 출판사의 협찬을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쓴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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