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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만 꾸는 게 더 나았어요 ㅣ 트리플 10
심너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2월
평점 :
우리는 본능적으로 미래에 대한 꿈을 꾸고 상상을 한다. 그 상상력 덕분에 불붙은 막대기 하나 들고 메머드와 싸우던 시절에서 진화하여 인공 지능이 많은 걸 대신하는 편안한 삶을 살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사실 인공지능은 놀라운 일을 해냈다. 자율주행차는 운전자 없이도 목적지로 향하고 각종 CG로 무장한 블록버스터 영화는 관객의 눈과 귀를 현혹한다.
하지만 가끔 불길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식당 매장에 가득 찬 키오스크와 공항 안내 서비스 로봇을 볼 때마다 느껴지는 위화감이 바로 그것이다. 서빙하고 안내하는 로봇은 웃고 있지만 그 미소는 나에게 가끔 " 불쾌한 골짜기 " (인간과 너무 닮은 로봇을 보면 불쾌해지는 현상 ) 로 다가온다. 이러다가 중요한 위치에 있는 인간 몇몇만 남고 나머지 인간들은 디지털과 인공지능이 대신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책 [꿈만 꾸는 게 더 나았어요]의 저자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일까?
첫 번째 단편인 [대리자] 는 어릴 적 유명한 아역배우였으나 큰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현재는 연극 판에서 겨우 연명하고 있는 주인공 도영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릴 적 겪은 불행으로 인해 아역배우로의 경력은 끊겼지만 현재는 연극에 올인하며 연기력을 쌓아가던 도영. 그러던 어느 날 한 유명 에이전시에서 연락이 와서 도영이에게 영화에 출연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하는데....
▶ 앞으로 우리가 맞닥뜨리게 될 인공 지능의 활약을 보여주는 듯한 글이다. 현재도 메타버스 등으로 우리는 가상 현실을 체험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가상 현실과 현실을 구분할 수 있지만, 만약에 현실 같은 가상 현실이 눈앞에 나타난다면? 인간의 존재 의미가 있을까?
두 번째 글인 꿈만 꾸는 게 더 나았어요는 우주개척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은 한때 우주 비행사를 꿈꿨으나 대학 선배인 위랑이 대표인 " 비트 스페이스"라는 작은 기업에서 일한다. 위랑은 모델 같은 외모와 현란한 말솜씨로 투자를 족족 이끌어내지만, 주인공은 이 회사가 소위 "스캠"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한창 일하고 있던 그녀 앞에 알 모양의 우주선이 벽을 뚫고 나타나는데...
▶ 매력적 외모와 현란한 말솜씨를 앞세워 투자를 이끌어낸 위랑에게서 몇몇 유명 CEO들의 열정적인 모습을 발견한다. 현재도 그렇지만 미래에도 적당히 양념을 가미하고 현실을 부풀려서 불가능을 가능하다고 사기를 치는 사람들이 인기가 있겠지?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성공을 하는 사례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본다.
개인적으로는 세 번째 이야기가 제일 흥미로웠다. 파괴보다는 생명을 선택한 현명한 집정관 이야기인데, 우주 제국 이야기는 마치 영화 스타워즈를 떠올리게 한다.
디지털로 점철된 삶이 과연 행복을 가져다줄까? 인공 지능이 뭐든지 대신해 주는 삶 속에서 우리는 길을 잃게 되는 건 아닐까? 우리는 우리가 누구이며, 어디서 왔고, 어떤 존재인지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자연에서 왔고 자연으로 돌아갈 존재라는 사실을. 인공지능과 인간을 구분할 수 없는 미래는... 아마도 디스토피아이지 않을까?
- 출판사의 협찬을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쓴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