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사회 - 말해지지 않은 무궁무진한 여자들의 관계에 대하여
권김현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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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적게, 지나치게 납작하게 이야기된 여자들의 진짜 관계를 마주하다 "

함께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던 남편이 내게 물었다. 도대체 페미니즘이 뭐냐고.

갑자기 그 말을 들었을 때 머릿속이 하얗게 되는 느낌이었다. 나조차도 페미니즘이 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페미니즘이란 아마도 양성평등을 뜻하는 말일 거라고, 보통 남성들이 생각하는 과격한 이미지는 여성들이 추구하는 페미니즘이 아닐 거라고 .. 그냥 그렇게 말하고 말았다.

아들을 중요시하는 가부장제가 아주 팽배한 지역에서 자란 ( 대구 ㅋㅋ ) 나는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있는 듯 없는 듯 투명한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집이 가난하기도 해서, 나도 성적이 좋았지만 의대에 진학한 동생을 위해서 나는 희생을 했다. 방학 동안 아르바이트하면서 번 내 등록금은 고스란히 남동생 원룸 보증금으로 들어가고, 수년간 차곡차곡 모아놓은 적금 통장을 내 허락 없이 털어서 집 수리를 한 엄마를 보면서 계속 살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계속 살아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 자매애 "였다.

같은 처지에 놓인 ( 벌어서 계속 동생과 엄마에게 바쳤던 ) 큰 언니와 작은 언니와의

끈끈한 자매애가 내가 살아갈 수 있도록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우리는 여전히 힘들 때 서로에게 기댄다. 약하지만 기대면 조금은 버틸 수 있을 정도의

에너지는 서로 가지고 있다.

이 책 [여자들의 사회]에서는 다양한 여성들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나는 [ 빨간 머리 앤 ]에 등장하는 앤과 다이애나의 우정 이야기를 너무 좋아한다.

요절복통 앤이 일으키는 사고도 재미있지만, 그것보다는 앤이 진지하게 다이애나를 좋아하는 모습이 진심으로 감동이다. 흐르는 강물을 사이에 두고 손을 잡고 우정을 맹세하는 장면은 아직도 생생하다. 저자는 앤과 다이애나의 우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분석하지만, 나는 그냥 그 만화를 생각만 해도 벅차다. 빛나는 눈동자를 가진 앤을 너무 사랑했으니까.


이외에도 [윤희에게]라는 작품 속 동성인 윤희와 준의 사랑은 가족 시스템에 의해서 부정당하지만 결국은 다른 여자들과의 관계로 인해서 그들은 닫혔던 마음을 세상에 열게 된다. 그리고 로맨스 판타지인 [하루만 네가 되고 싶어]의 주인공인 메데이아와 프시케는 서로의 몸이 바뀌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그동안 혼란스러웠던 과거와 결별하게 된다. 남성에게 의존했던 과거는 이제 안녕!

저자 권김현영은 소설, 영화, 드라마, 웹툰 그리고 예능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사회가 여성들의 관계에 관심을 기울이는 게 너무 적고, 여성들이 남성들의 사회에 편입하는 클리셰가 너무 많았다는 지적을 한다. 나도 그렇다고 본다. 하지만 조금씩 우리 사회가 바뀌고 있다. 여성들의 세계라는 서사가 독립적으로 펼쳐지고 있다는 것.

남성이 필요없는 존재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사이좋게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궁극적인 행복일 터. 그러나 남성이 없어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여성의 삶을 이야기해 보자는 게 저자의 생각인 듯하다. 솔직히 여성들은 남성이 상상도 할 수 없는 복잡한 네트워크를 잘 형성한다. 물론 세력 싸움이나 왕따와 같은 단점도 있지만 네트워크 속에서 우정과 삶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 책을 읽고 나는 현재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게 되었다.

결혼 이전과 결혼 이후가 바뀌진 않았는지, 내가 나로서 존재하고 있는지, 남성이든 여성이든 동등하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일으켜준 책 [여자들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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