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 플레이어 그녀

포커 플레이어 그녀
브누아 필리퐁 지음, 장소미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1월

그녀의 패는 총알보다 빠르다.

" 내가 인생에 죽일 놈들이 좀 많아."

브루아 필리퐁의 [루거 총을 든 할머니]라는 책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정말 재미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었다. 그래서인지, 저자의 두 번째 책 [포커 플레이어 그녀]를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번 책이 한 미치광이 할머니 영웅의 이야기였다면, 이 책 [포커 플레이어 그녀]는 과연 어떤 내용일까?

읽는 순간 감이 왔다. 이 책을 조금만 읽어봐도 독자들은 작가가 천재에 가깝다는 걸 알게 된다. 머리가 빙빙 돌게 만드는 속도감과 짜릿한 액션 그리고 개성 넘치는 주인공들까지... 범죄와 액션이 합쳐진 잘 만들어진 영화를 보는 듯하다. 머릿속에 각 역할에 대한 배우를 점찍어보고 상황을 상상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면서... 이 작가는 묘사의 천재라는 생각을 했다.

이야기는 전문적인 포커 플레이어 한 팀 ( 정확히는 사기꾼들 ) 인 작크와 발루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작크는 재빠르고 거짓말에 능숙하며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사실 그런 그의 특성 덕분에 사기꾼 생활을 지속할 수 있지만, 사실 어릴 적 겪었던 결핍 때문에 감정 불구자가 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작크는 매우 호감이 간다. 말하자면, 아... 섹시한 남자 계열 (ㅋㅋㅋ)이다.

한편, 초등학교 때부터 작크와 친구 사이를 유지해온 발루는, 끔찍한 우울증을 앓고 있다. 어릴 적 사고로 부모님과 형제를 잃은 후, 밤이면 밤마다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상상을 한다. 그러나 그를 짜릿하게 해주는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사기 포커판이라는 중독이다. 그뿐 아니라 여자들을 괴롭히는 건달이나 강간범을 무찌르는 것도 그에게는 좋은 치료가 된다. 그날만큼은 우울증에 시달리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작크와 발루는 치명적인 매력과 카리스마로 무장한 포커 어제 막신을 만난다. ( 완전 걸 크러시 ) 막신에게 첫눈에 반해서 들이대려던 자크를 한 방 먹인 막신은 대신 그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도박사이자 유력 정치인인 콜베르가 벌이는 도박판에서 사기를 치자는 것. 무려 50만 유로에 달하는 돈을 걸고. 만약에 사기라는 것이 들키면 목숨이 달아날 수도 있는데 말이다.

사실 책 곳곳에 막신이 뭔가 비밀을 감추고 있다는 단서가 흩어져있다. 그녀가 몸에 자해를 한다던가 하는 것들.....

사람들에게 말할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마도 굉장히 처참했던 과거가 그녀를 지금의 그녀 ( 마초들을 무찌르는? )로 만든 게 아닌가 싶다. 어쨌건 브누아 필리퐁은 이 세 명의 인물들을 정말 호감형으로 만들어놨다. 읽어보면 안다. 그냥 사기 치는 이야기가 아니라 끈끈한 우정과 의리 등등을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에는 포커와 관련된 볼 거리도 굉장히 많다. 허세를 부리는 것 하며 어떤 식으로 사기를 치는지 등등등. 작크가 소매와 바지 밑단에 카드를 숨기거나 밑으로 떨어뜨리는 장면을 보니, 한국 영화 타짜가 막 생각나고 그랬다. 이 소설은 뭐랄까? 포커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여성의 인권을 말하는 이야기 같기도 하다. 막신이 복수를 계획하는 것도 그렇고, 발루가 밤이면 밤마다 여성들을 괴롭히는 악당들을 잡으러 다니는 것도 그렇다. 어릴 적에 겪었던 상처가 그녀를 소심하게 만들고 물러서게 할 수도 있었으나 그녀는 용감하게 복수에 나선다.

막판에 놀라운 반전이 있으니 기대하시길! 이 소설은 결말을 위해서 꾸며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 하다. 실제로 눈앞에 벌어지는 듯한 생생한 복수 장면이 펼쳐질 것이니 꼭 읽어보길 바란다. 한때는 루거 총을 든 채 복수를 하는 할머니가 있었으나, 이제는 포커로 복수를 하는 여제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