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극장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5
홍예진 지음 / 폴앤니나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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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장의 유령이 배우 한 사람을 골라 몸을 빌려 연기를 한다는 거지.

그렇게 선택된 배우가 공연의 스타가 된다는 거고.

두 사람 다 유령 얘기 몰라?"

소나무 극장에는 유령이 있다. 이름은 차인석. 1929년생인 그는 자신이 왜 극장에 남아서 떠도는지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는 이것만은 알고 있다. 열정이 가득한 배우를 선택해야 무대로 오르는 작품이 성공할 수 있다는걸. 유령은 가슴이 뜨거운 배우를 찾고 있다. 불씨를 품은 배우라야만 예전의 육체를 다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 내 손을 잡고 그곳에 도달하는 배우를 볼 때,

사람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선사한다.

소나무 극장의 열연은 그렇게 완성된다.

극장의 유령인 나와 떠나는 여행으로."

이제는 파인아트센터로 이름이 바뀐 (구) 소나무 극장에서 아트 디렉터로 일하는 지은. 그녀는 자신이 본 것을 믿을 수가 없다. 너무 피곤해서 착각했다고 생각했는데, 소문으로만 알려졌던 극장의 유령이 그녀 앞에 홀연히 나타나 말을 건다. " 설마, 제가 보입니까?"

이 작품 [ 소나무 극장 ] 은 파인아트센터가 올리는 뮤지컬 [ 어디에도 없는 ]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현재의 사건들과 유령인 인석이 연극부원으로 활동했던 1950년대에 일어난 역사적 사건들이 서로 교차되면서 이야기가 흘러간다.

한국전쟁이 발생하기 몇 년 전, 연극을 사랑했던 3인방이 있었다. 인석은 연기를, 수찬은 연출을, 그리고 인석의 연인이었던 영임은 대본 쓰기에 빠져있었다. 무대 예술 자체를 사랑했던 그들은 이념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막상 한국 전쟁이 터지자, 이념 때문에 그들은 결별하고 상처 입게 된다.

한편, 파인아트센터에서는 [ 어디에도 없는 ]이라는 작품을 준비 중이다. 일제강점기에 시인으로 활동했던 한유가 겪은 사랑과 인생의 좌절을 드라마틱 하게 다룰 예정이다. 캐스팅 담당인 윤희는 뛰어난 뮤지컬 배우들을 다 제치고 한 번도 연기라곤 해본 적 없는 가수 출신이자 전 남친인 상원을 캐스팅하려고 애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도 다소 의아한 이 캐스팅.... 그러나 우연히 발생하는 일은 없다고 하지 않는가? 윤희의 캐스팅에는 지독한 사랑과 과거의 인연이 숨어 있었다.

작품 [소나무 극장]에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다. 뮤지컬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애쓰는 배우들과 스텝들 그리고 한국사를 비극적으로 물들였던 사건들 - 한국전쟁, 이념 대립, 5공화국 체제 등등 -이 등장한다. 세대를 넘나들며 이루지 못한 사랑 이야기가 독자들의 가슴을 적신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한국 역사 이야기는 젊은 독자들을 긴장시키고 가슴 뛰게 만든다. 마치 그 한복판에 있었던 것처럼. 잔잔하게 시작했다가 마치 폭풍우를 만난 것처럼 격하게 소용돌이쳤던 이야기 [소나무 극장].

끊어진 줄 알았던 인연은 결코 끊어진 것이 아니었다. 재회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 이제 우리는 불 켜진 객석에 앉아 극장의 유령을 만날 시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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