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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소년
레이먼드 조 지음 / 엘릭시르 / 2021년 8월
평점 :
" 전 절대로 사람 안 죽여요 "
젊었을 때, 홍콩 누아르 영화 참 좋아했었다. 담배를 문 채 바바리코트를 날리며 쌍권총을 발사하던 마초 주윤발과 오토바이 뒤에서 코피를 줄줄 흘리던 유덕화의 이미지..... 캬.... 지금 내 세대라면 어릴 때 홍콩 영화가 가진 매력에 한 번쯤은 푹 빠져봤을 것이다. 특히 밤거리를 지배하는 조직들의 세계를 그리는 누아르물은 진한 형제애를 보여줌과 동시에, 이익을 위해서라면 형제의 등에 칼을 꽂기도 하는 비정함을 그리기도 해서 아수라장과 다를 바 없는 현실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 책 [ 마지막 소년 ] 도 지옥보다 나을 것 없는 한국의 어느 현실을 보여준다.
밑바닥 인생을 살던 엄마가 석연치 않은 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 소년은 엄마가 외출한 사이, 빚을 받으러 왔던 조직의 보스를 의심하게 된다. 소년은 그를 찾아가 엄마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하려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와 대화를 하는 동안, 오히려 자신이 엄마를 죽음의 구렁텅이로 빠뜨린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된다. 군대에 가서 평범한 삶을 살려고 했던 소년은 진실에 눈뜨게 해준 보스를 형처럼 따르게 되면서 결국 범죄 조직에 발을 들이게 된다.
타고난 운동 신경과 싸움 능력 덕택에 소년은 조직의 이인자가 되고 " 바람 "이라는 새로운 이름도 갖게 된다. 동시에 금융업의 큰손들이 관리하는 술집에서 일종의 경호원 역할을 하게 된다. 소위 강남의 밤을 지키는 고급 깡패들이라고 하면 될 듯하다. 이 책에서는 금융업의 탈을 쓴 건달의 세계가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그와 동시에 재벌 2세들이 술집에서 어떤 깽판을 치는지, 부족함 하나 없이 큰 것 같은 여자들이 왜 밤의 거리로 흘러들어갔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던 어느 날, 바람이가 몰래 짝사랑했던 술집 누나가 영업장의 룸에서 처참하게 살해된 채 발견된다. 그와 동시에 누나와 룸에 함께 있었던 조직의 보스인 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 이후 조직은 와해된다. 이상하게도 사건은 세상에 드러나지 않고 ( 언론은 누구 편? ) 그날 룸을 찍었던 CCTV 영상도 사라진 상태이다. 모든 비밀을 알 것 같은 형이 실종된 상태.. 그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사랑하는 엄마를 지키지 못했고 짝사랑했던 누나도 잃어버린 소년 바람.. 그는 이제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내 살 길을 찾을 것인가? 혹은 끝까지 사건의 진상을 파헤칠 것인가? 바람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 마지막 소년 ] 은 [ 바보 빅터 ]라는 책을 쓴 레이먼드 조라는 작가의 작품이다. 한국식 누아르답게 비정한 조직의 세계 가운데서도 가족 같은 정이 느껴진다. 소년은 끝까지 형을 믿었고 사랑했던 누나를 죽인 범인을 밝히기 위해 끝까지 추적한다. 누아르답게 문체는 매우 건조하고 딱딱하지만 가독성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조직 세계와 밤 문화에 대한 묘사가 뛰어나고 가독성이 좋아서 영화처럼 술술 읽힌다. 돈이 최고이고 사람의 목숨 값은 휴지조각과도 같은 밤 세계에 물들만도 한데 끝까지 순수함을 잃지 않는 바람이가 인상적인 이야기이다. 전체적으로 문체는 다소 드라이하지만 약간의 코믹 요소와 추리적 요소가 가미된 재미있는 스릴러 소설 [ 마지막 소년 ]
" 순진했던 시절에 보내는 가장 잔혹한 작별 인사 "